원칙과 반칙사이 2.5
원칙과 반칙사이 2.5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20.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가 놀이에 빠져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엄마는 "이제 가야지" 아이는 못 들은 체한다. "하나, 둘, 셋할 때까지 안 오면 엄마 먼저 간다." 엄마는 큰 소리로 숫자를 센다. "하~~나~" 그리고는 아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두~우우우~울~" 엄마의 소리는 길어진다. 그렇다고 쉽게 셋 해버리면 뒷감당이 문제다. 그래서 "두~우~울 반" "두울~~반에~ 반~"하고 외친다. 본래 하나, 둘, 셋만 세기로 한 건 원칙이고, 셋 이상 세면 반칙이고, 그 사이 '둘 반'이라는 변칙이 등장한다.

횟집에 간다. 손님은 은근히 친한 척 "오늘은 오만원짜리 같은 삼만원짜리 회 한 접시 주소" 하고 웃는다. 주인장도 그런 말이 밉지 않다. 잠시 후 오만원짜리보다는 작고, 삼만원짜리보다는 양이 많은 회를 내온다.

금년 6월28일, 보건복지부는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감염 유행의 심각성 및 방역조치의 강도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1~3단계로 구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연일 수백명대에 이르면서 방역당국이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3단계로 격상하자니 시민의 모든 일상이 사실상 올 스톱되면서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생각하면 3단계라는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묘수를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2단계를 발하면서, 규정에도 없는 2.5단계가 생긴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3단계가 아닌 5단계로 하지. 2.5는 원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칙도 아닌 변칙이다. 오만원짜리 같은 삼만원짜리 회요, 엄마가 아이를 부를 때 세는 숫자다.

언제부터인가 사회에는 원칙은 꽉 막힌 것이고, 변칙은 융통성이며, 유연한 사고, 운용의 묘라고 여긴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변칙이 쉽게 허용되면 안된다. 원칙은 언제나 원칙이 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