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부끄러운 것은
정말 부끄러운 것은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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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년 나폴레옹과 워털루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하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파티 중에 소동이 일어났다. 탁자 위에 둔 웰링턴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지갑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웰링턴의 부하들이 참석한 사람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쪽에 앉아 있던 부사관이 큰소리로 화를 내며 이건 인격모독이라며 자신은 절대 검사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파티 주인인 웰링턴은 입장이 난처해지자 그냥 없던 일로 하자며 넘어갔다. 사람들은 주머니가 불룩해 보이는 부사관이 범인일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해가 바꼈다. 파티가 있어 옷을 입다가 웰링턴은 깜짝 놀랐다. 잃어버렸던 지갑이 안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부사관을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를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런데 왜 의심을 받으면서까지 몸수색을 거부했나?" 그러자 부사관은 "그때 제 주머니에는 파티에 나온 음식을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아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 지갑이야 내가 훔치지 않았으니 의심받아도 부끄럽지 않지만, 대영제국의 군인으로서 음식을 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나무 뒤에서 똥을 누는 사람을 발견했다. 공자는 크게 꾸짖었다. 그 남자는 자기가 한 행동이 의롭지 못함을 알고 있었기에 부끄럽게 여겼다. 다시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길 복판에서 똥을 누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공자는 본체만체 그냥 지나갔다. 제자가 궁금해서 물었다.

"스승님. 나무 뒤에서 똥 싼 놈은 나무라시더니, 길 복판에서 똥 싼 놈은 왜 그냥 두십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나무 뒤에서 똥 싼 놈은 자기가 한 짓이 부끄러운 줄 알지만, 길 복판에서 똥 싼 놈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미친놈이다."

맹자가 말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羞惡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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