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슴 한 마리가 목이 말라 호숫가로 물을 마시러 갔다. 그때 사슴은 물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뿔을 보고 감탄했다. 그에 비해 가늘고 볼품없는 다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사자 한 마리가 다가왔다. 사슴은 놀라 죽고살기로 도망을 쳤다. 간신히 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던 순간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뿔이 나무가가지에 걸려 꼼짝할 수 없게 되었고 가엾게도 사슴은 사자의 밥이 되고 말았다.

사슴은 고대부터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다. 도교에서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에 포함된다. 조선에서는 임금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찬란하고 화려함의 극치인 신라 금관은 사슴뿔을 형상화했다. 따라서 사슴뿔은 권위·권력·성공과 부(富)·신성함 등을 의미한다. 노천명도 그의 시 '사슴'에서 '관이 향기로운 너는/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라고 노래했다.

옛날 이 땅에 인류가 출현할 무렵 메가케로스라는 사슴이 살았다. 사슴은 거대한 뿔을 가지고 있었다. 뿔은 강한 수컷을 상징한다. 그러나 자랑으로 여기던 그 엄청나게 큰 뿔의 무게를 스스로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지구상에서 영원히 멸종하고 말았다. 고대 상어 '메갈로돈(megalodon)'도 무려 15m가 넘는 엄청난 몸집 때문에 자연계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서양에서는 깜냥에 맞지 않는 버거운 큰 감투를 쓴 사람을 일컬어 메가케로스라 부른다. 자신의 인격과 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자리만을 탐하는 오늘날의 메가케로스는 너무나 많다. 이런 사람일수록 권력의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가 주는 권위와 권능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게 된다.

메가케로스는 뿔이 너무 커서 멸종했고, 메갈로돈은 몸집이 너무 커서 도태됐다. 균형과 조화가 깨어진 것이다. 권력이 승자독식의 논리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영국의 액턴 경이 말한 것처럼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만다. 메가케로스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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