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경공(景公)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왕을 맞이하기 위해 양구거라는 신하가 달려왔다. 경공은 기뻐하며 옆에 있는 재상 안영에게 "나하고는 장단이 잘 맞는 건 양구거 뿐이야"라고 했다. 그때 안영은 "아닙니다. 저 사람은 전하와 장단을 맞추는 것(和)이 아니라 전하의 단순한 동조자(同)일 뿐입니다."

"장단을 맞추는 것하고 동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안영이 대답했다. "장단을 맞춘다는 것은 조화를 뜻합니다. 음식에 비유하면 초·장·소금을 넣어 음식의 부족한 맛을 보충하고 지나친 맛은 제어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음식이 조화를 이뤄 먹는 이의 마음 또한 평안해 집니다. 군주와 신하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주가 잘하는 것은 잘하는 대로,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말 할 수 있어야 마음이 맞는 것(和)이지, 그저 군주가 좋다한다고 자기도 좋다하고, 군주가 싫어한다고 자기도 싫다하면서 맞장구나 치는 것은 동(同)이라 합니다. 이것은 물로 물의 간을 맞추는 것과 같은데 무슨 맛이 나겠습니까?"

전통음악에서 박자·빠르기·리듬에 따라 달라지는 반주형태를 장단이라고 한다. '덩덩 덩더쿵' 하는 흥겹고 어깨가 으쓱하는 장단은 장구와 같은 타악기를 가지고 가락을 연주하는 다른 기악곡이나 성악곡을 빛나게 해준다. 이를 일컬어 '장단 친다'고 한다. 힘을 뺄 때는 빼고, 치고 나갈 때는 치고 나가면서 음악을 조화롭게 만들어 준다.

윗사람에게 '지당한 말씀입니다'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언제나 윗사람의 생각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윗사람을 망치고 자기도 망할 수밖에 없다. 윗사람 역시 자기 말에 동조하는 자만 좋아하고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자를 싫어한다면 그것 또한 자기도 망하고 나라도 망친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화(和)하되 동(同)하지 않고, 소인은 동(同)하되 화(和)하지 않는다(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고.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