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적 도량형은 척관법(尺貫法)이다. 길이의 기준인 척(尺)은 '자'라고 하며 약 30㎝ 정도다. 한 자(尺)의 1/10은 촌(寸)으로 '치'라고 부르고, 한 치는 약 3㎝다. 손가락 한 마디의 길이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은 '한 치 밖에 안 되는 쇠붙이(寸鐵)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殺人)'는 뜻이다. 송(宋)나라 때 간화선(看話禪)의 창시자 종고선사(1089-1163)께서 하신 말씀이다. 화두(寸鐵)로 마음속의 잡된 생각을 다 죽여야(殺人)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금은 짤막한 경구나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사물의 핵심을 찌른다는 의미의 비유로 쓰인다.

촌철살인은 날카로운 논리적 이성과 반짝이는 기지·응용력·적응력·현실감각 등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명쾌한 말 한마디에 듣는 사람들은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요즘 최고의 이슈는 집값 문제다. 7월10일 정부는 22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고, 여당의원들이 낸 부동산관련 법안이 20개가 넘지만 결과는 '글쎄요'다. 16일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로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시한 바로 그날,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부동산 대책을 주제로 한 MBC '100분 토론'을 마치고 출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그렇게 해도(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질 겁니다"라는 말이 방송돼 논란이 일었다. 어쩌면 촌철살인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누리꾼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국민들은 모두 서민답게 치킨을 한 마리씩 시켜먹는데, 돈 좀 있다고 두 마리를 시켜먹어 치킨 값을 올린 자에게 취득세를 물리자', '두 마리 시켜 다 못 먹고 남기면 보유세를 징수하고, 한 마리라도 비싼 치킨이면 종부세를 올리자' 등 이런 촌철살인의 풍자가 웃음 뒤에 쓸쓸함만 남긴다.

선출된 권력보다 시장(市場) 권력이 더 막강함을 잊은 것 같다. 우리 정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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