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는 개국 초기 국가재정이 너무나 열악했다. 태조 아골타는 전쟁 외에는 누구든 국고를 손대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이를 어기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곤장 20대에 처한다고 선언했다. 그 후 나라 형편이 점차 나아졌다.

태조의 동생으로 2대 황제가 된 오걸매(吳乞買)는 술을 좋아했다. 즉위 초기에는 잘 참아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술에 대한 유혹은 손까지 떨리면서 정사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황제는 아무도 모르게 창고의 재물을 꺼내 술을 구해 마셨다. 국고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탄로 나고 말았다. 조사가 시작됐고 범인은 황제라는 것이 밝혀졌다.

황제라도 정해진 약속대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신하들이 말했다. 황제는 아무 소리 없이 용상에서 내려와 신하들 앞에서 곤장 20대를 맞았다. 이후 황제는 죽을 때까지 야채와 두부만 먹고 살았다.

맹자(孟子)는 의(義)를 강조해 공자의 인(仁)의 사상을 보충한다. 따라서 인의(仁義)는 유교의 대강령이 된다.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찾아 갔을 때다. 왕이 "먼 길을 오셨으니 내 나라에 큰 이로움이 있겠습니다"라고 하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로움(利)만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만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은 후대의 모든 유학자들이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유명한 말이다. 만약 윗사람이 이로움만 쫓게 된다면 아랫사람도 자신의 이로움을 쫓게 되고, 무엇이 이로운가만 찾게 되면 나라의 기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맹자는 양혜왕께 조언한다. "사람답지 못한 행동을 봤을 때, 윗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존중해줘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존중받지 못할 짓을 한다면 끌어내려야 됩니다. 의로움(義)은 사람다움(仁)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가야할 길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으로 온 나라가 후끈한 이때 오걸매와 맹자의 교훈은 참으로 심오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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