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로 하나된 거제…여야 따로 없다
KDDX로 하나된 거제…여야 따로 없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20.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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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기밀 유출 일제히 성토 "사업 재검토해야"
내달 초 가처분신청 법원 판결 따라 후폭풍 예상
지난 20일 대우조선매각반대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와 거제범시민대책위가 경남도청 앞에서 KDDX 사업 재평가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계획적인 방산비리사건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거제시가 오랜만에 또다시 하나로 뭉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법과 의혹으로 얼룩진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부당하게 배제된데 따른 반발이다. 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과 짜고 친 고스톱으로 사업자에 선정됐기 때문에 모든 걸 백지화하고 철저한 조사와 재평가로 제대로 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사업자 선정과 동시에 불거졌다. 대우조선해양이 해군과 만든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촬영해 빼돌린 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구체화되면서, 거제지역 여야는 물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일제히 사업자 선정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재평가를 촉구하고 나섰다. 거제시의회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경남도의회도 정부와 국회 등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계와 시민대책위는 연일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KDDX 기본설계 평가결과에서 현대중공업에 0.056점 차이로 뒤지자 곧장 이의신청을 낸데 이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고 내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장은 현대중공업이 공기업에 대한 뇌물공여로 부정당 업자 제재 처분을 받았는데 이에 따른 감점이 반영되지 않았고, 미보유 장비 및 시설 관련 대책 항목에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것, 유사함정 설계와 건조 실적이 앞서는데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 등이다. 

변광용 거제시장도 관련 내용을 접한 즉시 강한 우려를 표하며 청와대·국방부·국회 국방위원회·방위사업청 등에 즉각적인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한 재평가와 재검증을 강하게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월 차기구축함 기본설계사업의 재평가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 보내 평가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변 시장은 이번 KDDX 기본설계사업의 대우조선해양 배제 파문이 거제지역 경제에 미칠 타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와 의정활동을 통해 연일 강한 논조로 기밀유출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이번 사업자 선정의 부당성과 불법적 의혹들을 조목조목 꼬집고 있다. 서 의원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비리의 정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방위사업청이 KDDX 개념설계 사업 공고 전 특정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위사업청이 KDDX 개발과 관련해 기밀을 유출한 현대중공업에 방산기술의 보호체계 수립 지원을 이유로 '방위사업청장표창'을 수여한 사실을 지적했다. 

여기에 방사청이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달 전인 지난해 9월 입찰기준을 변경한 사실도 추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보안사고와 관련 평가기준에서 감점요인을 완화해 현대중공업이 감점을 받지 않도록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여당인 문상모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도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감사장과 국회의원실을 돌며 방위사업청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데 지원과 협조를 요구했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장에서는 방위사업청의 잘못된 결정을 집중 질타하는 성토장이 됐다.

특히 설훈 의원은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을 상대로 "KDDX 우선협상 대상 업체 선정은 과정부터 엉터리였다"고 지적하고 "상대 기업의 기술을 도둑질한 업체가 어떻게 심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는지" 추궁했다. 그러면서 "설사 심사대상에 포함시켰다 해도 국가기밀을 탈취한 기업에게 페널티를 주지도 않았다"며 "잘못된 선정을 반드시 바로 잡으라"고 거듭 촉구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을 KDDX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면서 "회사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방사청의 특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 김모(55·고현동)씨는 "방위사업청의 잘못된 결정이 거제시민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이번 일로 거제시민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야가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정의롭고 거제를 위한 일이라면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거제시장·거제시의회 의장을 필두로 시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사청은 KDDX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증위원회에서 검증해도 결과를 뒤집을 상황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다음달 초에 나올 사법부의 가처분신청 판결 결과에 따라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는 일부 가능성만 열어뒀다.

현대중공업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법원이 대우조선해양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방사청이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기각하면 비판여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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