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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따라 꽃 문 열고 별 뜨면 고이 접는 삼천리 금수강산 변함없는 그 자태 은근히 끈기로 버틴 민초들의 눈물이다. 맑은 햇살 마중하는 어여쁜 새악씨들 그 옛날 아픔을 감춘 애잔한 엄마 향기 꽃잎 속 맑은 선홍빛 견뎌 낸 역사 선연하다 ·시 읽기: 계간 '문장21'(2015, 겨울호)에 실린 연시조이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국화(國花)이다. 시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5.12.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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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빠진 청년이 저울 놀이에 빠졌다 한쪽은 빠진 이 하나 다른 쪽은 삶의 조각 하나 무게가 쏠리는 쪽이 어디인지 저울의 눈금을 맞춘다 평행이다 빠진 이 하나 삶의 조각 하나 처음부터 평행이였다. ·시 읽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위대한 여인'(2015)에 실린 시이다. 흔히 사람들은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적 화자는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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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11.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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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필요하다 네가 나에게 줄 상처가 필요하다 상처 속에 들어 있는 말 거짓말 혹은 진실 끝에 매달린 작은 젖꼭지가 필요하다상처에 상처를 비비고 문지르고 문질러 맑은 피가 흐를 때까지 달큼한 젖이 나올 때까지 나는 작은 아가미를 가진 물고기 너의 말들을 입속에 넣고 발라낼 가시 뼈가 필요하다 너의 아름다운 손가락이 필요하다 가시에서 발라낸 은색 비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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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11.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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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가 출렁이는 주름 깊은 밤바다. 달빛으로 화장한 어부 얼굴이 밝다. 집어등 불빛 아래 허리 한 번 펼 수 없어도 간간이 달빛 윤슬 어둠을 밀쳐 내고, 그물에 걸려든 적금통장을 건져 올리는 어군탐지기 엔터 키 한 번에 처자의 꿈이 뱃전에 일렁인다. 한평생 고기잡이 어렵기는 매한가지 움푹 팬 눈망울이 하얗게 어둠을 지울 햇덩이 하나 길어 올릴 쯤, 목을 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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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11.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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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내 그늘에서 쉬어 가길 바랐다 머리 희끗해진 겨울 산에서 발밑을 바라보니 오히려 내� 〈㈀별÷� 등을 딛고 서 있었다 ·시 읽기: 전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물에게'(2011)에 실린 시이다. '정자나무가 되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장자의 우화에 나오는 대춘수(大椿樹), 즉 오래 산 커다란 참죽나무를 말하고 있다. 이 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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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11.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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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의 깊이를 알 수 있을까 찬란한 고요 속� ±贄沮� 무명 맑은 차 따르면서 세상의 향기 가슴에 담고 원융圓融한 마음은 구름과 달이 되었는데 목숨 하나 얻어 찰나를 영원으로 알고 무심한 강물처럼 비정을 노래했구나 저무는 강물 위로 흩어지는 가랑잎 참회의 흔적이여 말이 필요 없는 순간 생각은 익어서 행복하여라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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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10.1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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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箏?지구별에서 와 무엇을 위해 살았는?【섶瓚?적막인데, 밤새동구 밖 헤매다 지치는 일상밥도 시도 까맣게 탄 가슴잠재우진 못한다숲이 되지 못한 아픔얼레빗으로 빗어 가지런하고 싶다내 시는 온통 그리움에 젖어 있다목말라 있다이내 낄 때 바라본 강 언덕에걸어 둔 풍경(風磬)이다유성으로 달려와 보낸한갓진 언덕/ 발밑이 어지럽다 유성으로 흐르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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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10.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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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자의 계절이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누가 말했나 가을은 치맛자락에 수놓은무르익은 여인의 마음을 닮은 계절풍요로운 열매가 제 빛을 찾아 영글어 가고아름다움으로 무르익어 행복을 주는 계절낙엽 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수에 잠기는 연민의 계절 괜스레 눈물 한 방울이 나도 모르게 두 볼 아래로 흐를 것만 같은 창백한 가을이여 오색의 탐스런 사랑의 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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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9.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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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투영된 하얀 물고기 갈비뼈 앙상한 거리를 뒹굴고 낙엽은 내공을 쌓는 시간 허공에 걸린 자화상 가을 속으로 덥석 안긴다 바람에 분해된 추색 가슴속 스며든 색깔들 휑하니 나뭇가지에 매달려 시간에 눌린 세월을 맛본다 추색 가득히 덧칠을 더하는 노랗게 누워 있는 신작로 가을의 헛기침 소리� °玭걋甄� 엽서 한 장 가을날의 자화상 갈잎에 대롱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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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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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둔덕면 거림리 산93 800년 묵힌 님 그리운 주소엔 목마른 우물 하나 기와 몇 조각 무너진 성돌 밑엔 다시 건너지 못한 전하도� ”趺� 윤슬에 서글피 흐르고 법흥사 팔관회 아쉬워 북쪽 뒤뜰 쌓아 놓은 돌탑엔 세월만 고스란히 앉아 가는데 그 옛날 7년을 함께한 백성들의 밥상은 기름져도 그리운 님 제삿밥엔 젓가락 갈 곳 없어라 ·시 읽기: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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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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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다 바닥� 【?� 바닥� ±?� 바닥� ≠榴� 바닥� ≠맛聆求� 인간은 바닥에서 모두 공평하다 다 같다 가진 자 덜 가진 자 못 가진 자 바닥이,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30호(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시인은 '바닥'이라는 공간의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 모든 인간은 바닥에 눕고, 서고, 앉기도 한다. 바닥에 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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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9.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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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 가는 길 숲에서 새하얀 별꽃들이 새벽녘 이슬 먹고 송골한 까만 진주 정오의 뜨거운 열기 입속에서 숨 고른다 참매미 울음소리 이명으로 와 닿고 먼 고향 그리운 까만 머리 동자승이 정오에 내린 수마(睡魔)� ±低鍛玖� 마중한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30호(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까마중은 가짓과의 한해살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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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8.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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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쌓아 두고 가슴에 새긴 정을 슬며시 건네주는 봉지 속 노오란 곶감 정 가득 받아 들고서 고마움에 젖는다. 고마운 정을 한 입 베어 무니 입속에서 사르르 내 가슴이 녹녹해지는 순간 갑자기 어머니 생각 목이 메어 눈물 난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30호(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이 시는 2연으로 구성된 연시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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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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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도 봉래산 휘돌아 가는 곳 주전자섬을 부표처럼 띄워 놓고 밤새워 설설 끓는 파도는 태종대 간장독 같은 바다를 온통 퍼내고라도 요술 램프 하나는 불 켜겠다 했는데 주름주름 이랑 짓는 바람의 애교만큼이나 갈지자 물결들이 기분 좋게 웃어 가며 동백꽃 배꼽 같은 노란 꽃잎들이 쏟아지는 한편으로 안개 주의보에도 당황하지 않고 기도 하나씩 묻어 두고 가는 새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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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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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퉁이를 돌면 다시 모퉁이가 나온다 말이 같이 돌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모퉁이를 돌 때는 어떤 말도 필요 없다 안으로 가둔 침묵만이 답이다 어둠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면 모퉁이도 나갔다 들어왔다 하지만 늘 어둠 위에 세워지는 생각들은 각진 모퉁이에서 가볍게 쪼개지는 빛처럼 이리저리 구르지 못하고 오직 전진뿐이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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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8.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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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하는 삶은 아름답다 나를 닮은 별 하나 탄생별이라 부를까 쓸쓸한 밤에 우화처럼 웃자란 생각으로 썼다가 지우고 또다시 쓰는 순식간의 이야기 혼자서 지어 두었던 저 별의 이름 그늘을 키우며 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빛 기억 두어라 지나온 길 밝히던 그 빛을 주워 담기 위해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갔다 하고 싶은 말 거두고 뜨거운 노래를 묻으며 침묵으로 지새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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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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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담벼락� ″永勇?� 어린 풀 한 포기 온 하늘 품어 꽃 한 송이 피워 내듯 그댈 만나 이름을 부른다는 건 마음을 다해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고운 얼굴에 맑은 눈물 글썽이며 서로 바라보며 기도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슬픔을 나는 그대의 아픔을 마음에 담아 함께 흔들리며 뜨겁게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9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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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7.2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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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핏빛 설움 그늘진 계곡에 환장하게 피어 눈짓에도 흔들리는 머리채 그 애달픔. 속세 그 눈빛 모은 야단법석 있는 것이 없는 것이오 없는 것이 있는 것이라 한 말씀 흘려 놓고 저리 붉은 가슴 안개비 밟고 가는 골짜기 곳곳마다 뿌려 놓고 돌아서 가지 못하게 불을 질러 놓았니다 꽃 한 송이 뚝 잘라보고 싶은 욕망 내 마음은 누란(累卵)입니다 시 읽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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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7.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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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를 한다 죄질이 빈약한 항목부터 밑줄을 긋는다 고해성사의 위력은 햇살보다 자생 살균력이 강하다는 것, 머릿속 민감한 기억이 초고속으로 살균된다 망각은 접어 두었던 불편한 기억부터 지워 버리는 습성이 있다 봉헌할 땐 첫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첫물을 아낌없이 봉헌한 걸 본 적 많다 어머니의 장날 보따리는 때깔 고운 진주 같은 땀방울 먼저 들고 달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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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7.09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