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윤/ '문장21' 시 등단

 거제시 둔덕면 거림리 산93
 800년 묵힌 님 그리운 주소엔
 목마른 우물 하나 기와 몇 조각
 
 무너진 성돌 밑엔
 다시 건너지 못한 전하도가
 금빛 윤슬에 서글피 흐르고
 
 법흥사 팔관회 아쉬워
 북쪽 뒤뜰 쌓아 놓은 돌탑엔
 세월만 고스란히 앉아 가는데
 
 그 옛날 7년을 함께한
 백성들의 밥상은 기름져도
 그리운 님 제삿밥엔 젓가락 갈 곳 없어라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30호(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첫 행의 "거제시 둔덕면 거림리 산93"에는 '둔덕기성'이 자리한다. 7세기 신라시대에 축조한 산성이다. 800년 전 고려 18대 왕 의종이 3년간 유폐된 곳이라 하여 폐왕성이라 불렸다. 오늘날 둔덕기성이라 일컫는다. 1연의 "800년 묵힌 님"은 곧 의종을 의미한다. 성 안에 마른 우물이 하나 있다. 오늘날 집수장으로 밝혀져 복원하였다. 시인은 "목마른 우물 하나"가 있다고 표현한다. 2연에서 의종이 배를 타고 건넜다는 견내량 수로의 전하도목(殿下渡目)이라는 지명의 전설에 대해 "다시 건너지 못한 전하도가/ 금빛 윤슬에 서글피 흐르고" 있음을 표현한다. 3연에서 의종이 흥하던 시절의 팔관회를 그리워하며 북쪽 뒤뜰에 돌탑을 쌓아 기도를 올렸음을 표현한다. 흥망성쇠를 상징한 것이기도 하다.
 4연에서 "그 옛날 7년"은 임진왜란을, "그리운 님"은 이순신 장군을 의미한다고 읽힌다. 오늘날 "백성들의 밥상은 기름"지지만, 이순신 장군의 "제삿밥엔 젓가락 갈 곳 없"을 정도로 초라함을 표현하면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올바른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도 흥망성쇠가 늘 작용하고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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