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월간문학' 등단

나는 누구인가
 
어느 지구별에서 와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세상은 적막인데, 밤새
동구 밖 헤매다 지치는 일상
밥도 시도 까맣게 탄 가슴
잠재우진 못한다
숲이 되지 못한 아픔얼레빗으로 빗어 가지런하고 싶다

내 시는 온통 그리움에 젖어 있다
목말라 있다
이내 낄 때 바라본 강 언덕에
걸어 둔 풍경(風磬)이다
유성으로 달려와 보낸
한갓진 언덕/ 발밑이 어지럽다
 
유성으로 흐르지 못하는 달무리

시 읽기: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마등별곡'(2015)에 실린 시이다. 시적 화자는 "나는 누구인가"라며 자아에 대해 인식하며 존재론적 의문을 가진다. 화자 자신에게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즉, 화자는 자아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해 이해하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사유를 통해 '나는 존재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려고 한다. 이 '존재'는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자'라는 말의 근원이기도 하다. 인용 시를 '존재한다.'라는 의미에 대입하여 읽어 보면, '존재한다.'는 다른 '존재자(얼레빗, 풍경, 유성, 달무리 등)'에 한정하지 않고 초월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결국, 시적 화자는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가 존재론적 차이에 있듯, 자아 발견을 향한 존재론적 사유를 통해 존재를 이해하고 자아를 발견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처럼 우리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사유를 통해 자아를 발견해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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