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캠핑족, 불청객인가 손님인가 ⑥]
캠핑·차박 문화의 정석, 남쪽 끝 거제에서 만들자
거제의 캠핑문화 규제·양성화 선택할 시간

코로나 시대 이후 여행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한 차박과 캠핑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차만 있으면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거창하게 장비를 마련하는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차박(車泊)'이 유행이다. '차박'은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것'을 말하는 단어다. 숙박·외박과 같이 객지에서 묵는 밤의 횟수를 세는 단위인 한자 '박(泊)'에, 자동차를 뜻하는 '차(車)'를 합성해 '차에서 잔다'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차만 있으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점점 더 열풍이다.
캠핑장에서는 샤워실과 같은 공용 시설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박의 경우 한적한 공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거제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차박 성지로 소문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차박을 즐기러 찾는 사람들이 반갑지 않다.
캠핑족과 차박족이 즐기고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캠핑과 차박으로 인해 각종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관련법이 미비한 데다 지역을 찾은 여행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해 1월, '굴러온 차박족에 몸살 앓는 거제'라는 기사를 취재 보도해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거제지역뿐만 아니라 캠핑·차박 성지로 알려진 지자체들은 저마다 차박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차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공공지역이나 국유지·임도·바닷가 등에서 캠핑·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캠핑과 차박족을 위해 장소를 마련하는 지자체까지 생기고 있다.
이번 기획은 코로나로 전성기를 맞은 거제지역과 전국의 차박 성지를 찾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건전한 차박·캠핑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이번 기획 보도에서는 단순히 캠핑과 차박 문화의 명암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별 차박 문제에 대한 대책을 취재하고 올바른 차박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에티켓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전국 사례에 비춰볼 때 캠핑·차박을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지역 특성이나 주민의 의견에 따라 개발지원이나 규제개혁을 진행하는 방법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은 최근 주말 및 야간에 캠핑 및 차박족이 몰리고 있는 사곡해수욕장 일대 주차장(옛 거제시인라인스케이트장). /사진= 최대윤 기자
전국 사례에 비춰볼 때 캠핑·차박을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지역 특성이나 주민의 의견에 따라 개발지원이나 규제개혁을 진행하는 방법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은 최근 주말 및 야간에 캠핑 및 차박족이 몰리고 있는 사곡해수욕장 일대 주차장(옛 거제시인라인스케이트장). /사진= 최대윤 기자

본지가 캠핑과 차박 문제를 기획의 주제로 정한 배경에는 거제지역에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캠핑과 차박 문화의 개선을 위해서였다. 따라서 이번 기획을 통해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취재하고 거제지역에 맞는 대책을 거제시와 공유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차박과 캠핑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데 목적이 있다.

기획취재를 통해 방문한 지자체마다 불법 캠핑과 차박으로 발생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모두 규제와 양성화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했다.

거제시의 입장은 늘어나는 캠핑 및 차박 문제 해결을 위해 캠핑장 및 차박지에 대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은 공감하면서도 관련 부서마다 조금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관광과의 경우 현재 무분별하게 설치되거나 불법으로 행해지는 캠핑문화에 대해선 어느정도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거제지역과 관련된 캠핑장을 검색하면 50개 정도의 캠핑장이 검색된다.

하지만 거제시가 정식으로 허가한 캠핑장(일반 야영장업 및 자동차 야영장업)은 11곳(일반 8곳, 자동차 3곳)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거제시에 등록된 11개 캠핑장 외에는 불법이거나 캠핑장 기준에 미달된 상태에서 캠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거제시는 캠핑장 및 차박지에 대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은 공감하면서도 규제와 양성화에 대한 입장이 부서마다 조금 다르다. 사진은 지세포 수변공원에 야영행위를 금지하는 안내판.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시는 캠핑장 및 차박지에 대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은 공감하면서도 규제와 양성화에 대한 입장이 부서마다 조금 다르다. 사진은 지세포 수변공원에 야영행위를 금지하는 안내판. /사진= 최대윤 기자

이는 현행법상 캠핑장을 설치하려면 용도지역별 야영장 입지기준이 다른데다 대피시설·대피로·야영장 전체 면적과 부지에 따른 필요 시설 설치(공공하수 유입 등)와 까다로운 규제도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 관광과는 현행법상이 아니더라도 현재 정해진 캠핑장 설치에 대한 규제는 캠핑객의 안전과 자연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의 시설과 규제는 필요하며 시부지 등을 활용한 캠핑장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제시 해양항만과의 경우 규제를 조금 완화해 지역내 사용빈도가 적은 공휴지나 공원등을 사용해 거제지역을 찾는 캠핑객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해양항만과는 지난 4월부터 구조라 수변공원내 주자창 20면에 오토캠핑장 설치를 계획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구조라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까지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데다 주변 경치까지 수려한 입지 탓에 차박족의 불법 장기캠핑이 성행하던 곳이기도 했다.

구조라해수욕장과 비슷한 사례는 거제지역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데 사등면 모래실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옛 인라인스케이트장 부지)은 주말·야간 시간에 몰려드는 캠핑 및 차박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한때 불법 캠핑족 차단을 위해 유료주차장을 설치한 능포수변공원도 현재 담양군 사례처럼 주차료를 받고 있다.

또 남부면 저구리 명사해수욕장의 경우 지난 7월2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경남지역 해수욕장 최초로 관광진흥법 등 관련법에 따라 한시적 야영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지난해까지 캠핑 및 차박족들의 노상방뇨 및 쓰레기 투기로 골머리를 앓던 거제면 죽림해수욕장의 경우 화장실 설치로 문제를 해결했고 남부면 근포 방파제 인근은 지역민과 캠핑객의 요구로 캠핑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한때 불법 캠핑족 차단을 위해 유료주차장을 설치한 능포수변공원의 경우 현재 담양군 사례처럼 주차료를 받고 있으며 캠핑카 및 차박족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사진= 최대윤 기자
한때 불법 캠핑족 차단을 위해 유료주차장을 설치한 능포수변공원의 경우 현재 담양군 사례처럼 주차료를 받고 있으며 캠핑카 및 차박족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사진= 최대윤 기자

전국 사례로 본 캠핑과 차박 문제, 거제는 어떻게?

코로나 이후 전성기를 맞은 거제지역과 전국의 차박 성지를 찾아 돌아보고 건전한 차박캠핑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이번 기획을 위해 본지는 그동안 전라남도 담양군, 충청북도 충주시, 부산 기장군, 경북 포항시, 제주도 등의 실태를 살폈다.

모두 전국에서 캠핑과 차박으로 이름난 곳이자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었다.

전라남도 담양군의 경우 실효성 없는 단속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선택했다. 대나무축제를 위해 담양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만들었지만 이용이 저조한 공용주차장을 유료화하면서 무분별하게 몰려드는 캠핑과 차박족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담양군은 지난해 지역내 40곳의 공영주차장 중 연화공영주차장과 한재골 공영주차장을 캠핑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장기 캠핑카 주차방지를 위한 주차관제시스템(입구 차단기)을 설치해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충청북도 충주시는 캠핑·차박 문제 해결를 위해 지역 및 지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선택적 규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충주시 지역의 한강과 갈대숲은 주변 경치가 좋아 캠핑족이나 캠핑카를 이용한 야영객의 발길이 매년 줄을 잇는 곳이었다.

하지만 충주시 비내섬은 수달을 비롯해 돌상어와 호사비오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10여종을 포함해 약 900종 가까운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자연보호가 시급한 곳이기도 했다.

시 해양항만과는 지난 4월부터 구조라 수변공원 내 주자창 20면에 오토캠핑장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성수기 이후 공사를 진행해 달라는 주민 요구에 따라 개발 계획이 오는 10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사진= 최대윤 기자
시 해양항만과는 지난 4월부터 구조라 수변공원 내 주자창 20면에 오토캠핑장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성수기 이후 공사를 진행해 달라는 주민 요구에 따라 개발 계획이 오는 10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사진= 최대윤 기자

결국 충주시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비내섬 62만2000㎡를 자연휴식지로 지정·고시해 캠핑과 비내섬 일대의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을 택했다.

충주시 비내섬 사례는 거제지역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 등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차박 행위를 근절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충주시는 또다른 차박 성지인 수주팔봉 일대를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면서 올봄부터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주팔봉 편의시설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충주시의 수주팔봉 편의시설 개선사업은 거제지역의 무분별한 캠핑·차박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과 주민의 이해가 맞는 선에서 개발지원이나 규제개혁을 진행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경북 포항시와 부산시 기장군의 경우는 불법 캠핑 및 차박족과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규제를 선택했다.

기장군은 캠핑·차박 관련 규제 및 계도를 위해 '기장군 연안 감염병 예방조치(캠핑카·차박) 행정명령' 조례를 통과시켰고 포항시의 경우 공유수면 매립법과 하천법을 근거로 포항시 형산강과 영일대 해수욕장 일대를 무단 점거한 캠핑족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의 경우 화단과 산책로를 조성해 장기간 불법 야영행위를 차단하는 방법과 행정의 단속 및 계도가 이어졌으나 308.32㎢에 달하는 제주 본섬 해안선을 단속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이다.

제주도 보다 더 긴 386.6㎞의 해안선을 보유한 거제의 해안에서 행해지는 각종 킴핑과 차박 행위는 단속하기보단 캠핑장의 개발과 차박지의 양성화, 그리고 무엇보다 올바른 캠핑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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