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캠핑족, 불청객인가 손님인가 ⑤]
제주도 푸른 밤 불법 차박이 성행하는 시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제주의 불법 캠핑·차박

코로나 시대 이후 여행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한 차박과 캠핑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차만 있으면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거창하게 장비를 마련하는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차박(車泊)'이 유행이다. '차박'은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것'을 말하는 단어다. 숙박·외박과 같이 객지에서 묵는 밤의 횟수를 세는 단위인 한자 '박(泊)'에, 자동차를 뜻하는 '차(車)'를 합성해 '차에서 잔다'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차만 있으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점점 더 열풍이다.
캠핑장에서는 샤워실과 같은 공용 시설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박의 경우 한적한 공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거제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차박 성지로 소문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차박을 즐기러 찾는 사람들이 반갑지 않다.
캠핑족과 차박족이 즐기고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캠핑과 차박으로 인해 각종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관련법이 미비한 데다 지역을 찾은 여행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해 1월, '굴러온 차박족에 몸살 앓는 거제'라는 기사를 취재 보도해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거제지역뿐만 아니라 캠핑·차박 성지로 알려진 지자체들은 저마다 차박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차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공공지역이나 국유지·임도·바닷가 등에서 캠핑·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캠핑과 차박족을 위해 장소를 마련하는 지자체까지 생기고 있다.
이번 기획은 코로나로 전성기를 맞은 거제지역과 전국의 차박 성지를 찾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건전한 차박·캠핑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이번 기획 보도에서는 단순히 캠핑과 차박 문화의 명암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별 차박 문제에 대한 대책을 취재하고 올바른 차박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에티켓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취재를 위해 찾은 이호테우 해변의 불법 캠핑족 문제는 심각했다. 이호테우 해변 화장실 뒤편 소나무 숲은 그야말로 불법 캠핑족의 천국으로 소나무 숲은 여름 뙤약볕을 가려줄 적당한 그늘을 제공하고 해수욕장의 화장실과 샤워장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편의시설이 돼 있었다. /사진= 최대윤 기자
취재를 위해 찾은 이호테우 해변의 불법 캠핑족 문제는 심각했다. 이호테우 해변 화장실 뒤편 소나무 숲은 그야말로 불법 캠핑족의 천국으로 소나무 숲은 여름 뙤약볕을 가려줄 적당한 그늘을 제공하고 해수욕장의 화장실과 샤워장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편의시설이 돼 있었다. /사진= 최대윤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제주도도 차박족들로 인해 몸살을 앓긴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하늘길이 아니더라도 차를 배에 실어 오는 차박 여행객들도 많은데 특히 주차장 바로 앞 탁 트인 바다 풍경이 펼쳐진 제주도 이호테우해변과 함덕해수욕장 등은 제주 차박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의 차박족은 주말이면 몰리는 육지의 차박족과 달리 명절까지 몰려드는 사례가 많고 렌터카 대여가 편리한 제주도의 특성상 렌터카를 이용한 차박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행객들은 렌터카만 대여하면 숙박비까지 해결돼 여행비를 줄일 수 있고, 숙박시설보다는 대인 접촉을 줄일 수 있어 코로나 이후 제주도에서의 렌트카 차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지와 마찬가지로 제주도해수욕장 등 관광지 주차장에서 차박을 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에 따르면 제주도에 몰려드는 캠핑·차박은 제주도민보다는 비행기와 배로 여행 온 육지 사람들이 많다.

최근 제주지역에는 일명 '카라반'이라 불리는 야영용 트레일러를 도로변에 세워놓고 불법 숙박영업을 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최대윤 기자
최근 제주지역에는 일명 '카라반'이라 불리는 야영용 트레일러를 도로변에 세워놓고 불법 숙박영업을 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최대윤 기자

이호테우 해변 소나무 숲…불법 캠핑족 분양 북적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주지역의 캠핑·차박 실태를 취재하러 간 곳은 제주공항과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인 이호테우 해변이다.

제주도 이호테우해변은 지난해 관광객들 및 캠핑·차박족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이호유원지는 제주도 지정 해수욕장 중 한 곳인 이호테우해수욕장 인근으로 2008년 개발사업 승인 이후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1만평(3만6363㎡)이 넘는 매립지에 차박족과 텐트족이 몰려든 것이다.

야영지로 허가되지 않은 곳에 야영객이 장기 거주하면서 이들이 버린 술병과 각종 쓰레기로 주변은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행정은 매일 아침 새롭게 쌓이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일과가 됐다.

이후 제주도와 주민들은 단속 대신 꽃길을 조성하는 것으로 장기 불법 야영 문제에 해법을 찾았다.

제주도는 하늘길이 아니더라도 차를 배에 실어 오는 차박 여행객들도 많은데 특히 주차장 바로 앞 탁 트인 바다 풍경이 펼쳐진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과 함덕해수욕장(사진) 등은 제주 차박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사진= 백승태 기자
제주도는 하늘길이 아니더라도 차를 배에 실어 오는 차박 여행객들도 많은데 특히 주차장 바로 앞 탁 트인 바다 풍경이 펼쳐진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과 함덕해수욕장(사진) 등은 제주 차박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사진= 백승태 기자

캠핑카와 텐트 야영객으로 수년째 민원이 제기되고 있던 이호유원지에 화단과 산책로를 조성해 장기간 불법 야영 행위를 차단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찾은 이호테우 해변의 불법 캠핑족 문제는 심각했다. 꽃밭 조성으로 불법 캠핑족 문제를 해결한 이호유원지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이호테우 해변 화장실 뒤편 소나무 숲은 그야말로 불법 캠핑족의 천국 이었다.

소나무 숲은 여름 뙤약볕을 가려줄 적당한 그늘을 제공하고 해수욕장의 화장실과 샤워장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편의시설이 돼 있었다.

주민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장기간 체류 불법 캠핑족으로 여행객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도 많다고 했다.

타 지역의 경우 주말에는 불법 캠핑족과 차박이 군락을 이루지만 평일에는 대부분 한산한 곳이 많은데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 소나무 숲의 불법 캠핑족의 텐트는 평일임에도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함덕해수욕장 해안도로 일대와 경치 좋고 인적 드문 장소엔 어김없이 카라반이나 캠핑카가 붙박이로 설치돼 있고 트렁크를 열고 그늘막을 설치한 채 고기를 굽는 차박족도 종종 발견됐다. /사진= 백승태 기자
함덕해수욕장 해안도로 일대와 경치 좋고 인적 드문 장소엔 어김없이 카라반이나 캠핑카가 붙박이로 설치돼 있고 트렁크를 열고 그늘막을 설치한 채 고기를 굽는 차박족도 종종 발견됐다. /사진= 백승태 기자

한적한 해변 도로는 불법 차박 천지

이호테우 해변에 이어 찾은 장소는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함덕해수욕장이다. 이곳은 몇 년전 까지 지정 야영장이 아닌 주변 잔디밭 등에서 캠핑객들이 텐트를 치고 야영행위를 일삼아 관광객과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호테우 해변과 달리 함덕해수욕장 주변은 생각과 달리 청결했고 단 1동의 텐트나 차박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함덕해수욕장에 관광객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모래사장 가득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겼고 인근 상가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함덕해수욕장에 불법 캠핑·차박족은 근절된 것이 아니라 행정의 단속을 피해 장소를 옮겨 간 것이었다.

주민에 따르면 최근 함덕해수욕장에 불법 캠핑·차박족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함덕해수욕장에서 동쪽 편 해안도로 길 가장자리로 평일에는 불법 캠핑·차박족의 수가 적지만 주말에는 적잖은 수의 불법 캠핑·차박족이 몰려든다고 했다.

취재를 위해 3㎞ 정도 함덕해수욕장 서쪽 해안도 살펴봤다. 평일이라 대부분 해안 도로 가장자리 공터가 한산했지만 경치 좋고 인적 드문 장소엔 어김없이 카라반이나 캠핑카가 붙박이로 설치돼 있고 트렁크를 열고 그늘막을 설치한 채 고기를 굽는 차박족도 종종 발견됐다.

최근에는 일명 '카라반'이라 불리는 야영용 트레일러를 도로변에 세워놓고 불법 숙박영업을 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지역에 운영중인 허가된 캠핑 및 야영장은 30여곳이며 불법야영(캠핑)에 대한 계도와 단속은 있지만 차박과 관련된 조례나 단속사례는 최근 2년간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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