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캠핑족, 불청객인가 손님인가 ①]
차박캠핑 전성시대, 이럴거면 하지 마세요
코로나 시대 이후 전성기 맞은 캠핑·차박

코로나 시대 이후 여행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한 차박과 캠핑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차만 있으면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거창하게 장비를 마련하는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차박(車泊)'이 유행이다.
'차박'은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것'을 말하는 단어다. 숙박·외박과 같이 객지에서 묵는 밤의 횟수를 세는 단위인 한자 '박(泊)'에, 자동차를 뜻하는 '차(車)'를 합성해 '차에서 잔다'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차만 있으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점점 더 열풍이다.
캠핑장에서는 샤워실과 같은 공용 시설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박의 경우 한적한 공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거제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차박 성지로 소문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차박을 즐기러 찾는 사람들이 반갑지 않다.
캠핑족과 차박족이 즐기고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캠핑과 차박으로 인해 각종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관련법이 미비한 데다 지역을 찾은 여행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해 1월, '굴러온 차박족에 몸살 앓는 거제'라는 기사를 취재 보도해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거제지역뿐만 아니라 캠핑·차박 성지로 알려진 지자체들은 저마다 차박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차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공공지역이나 국유지, 임도, 바닷가 등에서 캠핑·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캠핑과 차박족을 위해 장소를 마련하는 지자체까지 생기고 있다.
이번 기획은 코로나로 전성기를 맞은 거제지역과 전국의 차박 성지를 찾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건전한 차박캠핑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이번 기획 보도에서는 단순히 캠핑과 차박 문화의 명암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별 차박 문제에 대한 대책을 취재하고 올바른 차박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에티켓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거제시 능포동 능포수변공원은 차박·캠핑족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키 위해 주차장을 유료화 했지만 이후 일반 시민들도 찾지 않는 곳이 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다시 차박족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시 능포동 능포수변공원은 차박·캠핑족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키 위해 주차장을 유료화 했지만 이후 일반 시민들도 찾지 않는 곳이 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다시 차박족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 최대윤 기자

지난 2019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는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사회·경제 등 전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가활동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많이 변한 여가활동중 하나를 꼽으면 단연 '캠핑문화'다. 여행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일정한 거리 유지가 가능한 캠핑과 차박문화는 코로나로 인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캠핑과 차박문화로 인해 각종 사회적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거제지역에도 차박 문제가 새로운 골칫거리였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거제지역은 유독 차박캠핑 명소가 많아 차박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캠핑족과 차박족들이 다녀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종량제봉투가 아닌 일반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쓰레기를 곳곳에 불법 투기하는 사례는 물론 인근 주민들은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안된 쓰레기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캠핑족·차박족들이 다녀간 공공화장실 세면대에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풀숲에 쓰레기 더미를 숨겨 놓고 가는 사례로 공공장소의 위생상태까지 위협받고 있다.

캠핑이나 차박 금지지역인 국립·도립·시립·군립공원과 국유림·임도·사유지·해안 방파제 등 야영 금지구역에서의 불법 차박도 문제다.

캠핑카의 장기주차 등도 수시로 도마 위에 오른다. 캠핑하기 좋은 부지에 장기 주차를 일삼는 이른바 '알박기'가 성행함에도 각 지자체들은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캠핑카를 강제로 이동시킬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기획은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취재하고 거제지역에 맞는 대책을 거제시와 공유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차박캠핑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거제지역에 상주하는 차박족들은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수변공원·어항·해수욕장 등의 장소를 선호한다. 사진은 지난해 구조라수변공원에 캠핑·차박족들의 모습.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지역에 상주하는 차박족들은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수변공원·어항·해수욕장 등의 장소를 선호한다. 사진은 지난해 구조라수변공원에 캠핑·차박족들의 모습. /사진= 최대윤 기자

캠핑·차박 명소 거제, 각종 불법행위로 몸살

본지는 지난해 '굴러온 차박족에 몸살 앓는 거제'라는 기사를 비롯해 다양한 캠핑문화의 문제점을 취재 보도했다.

거제지역에 유독 캠핑문화로 인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까닭은 거제지역의 수변공원 및 어항 대부분이 관광객에게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데다 주변 경치까지 수려해 캠핑·차박족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거제지역에 상주하는 차박족들은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수변공원·어항·해수욕장 등의 장소를 선호한다.

대표적인 곳은 구조라·지세포·능포수변공원과 대포근포항 등이다. 이곳에 차박족이 몰리는 이유는 주차장과 가까운 거리에 화장실이 위치해 생리현상과 급수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까지 구조라수변공원은 캠핑·취사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특히 공원 주차장에 캠핑카 수리 전문업체까지 상주시키며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현재 이곳의 차박족들은 나름의 질서를 지키며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공원지역에서의 차박은 여전히 불법이다.

거제시는 구조라수변공원의 차박족 관리가 힘들어지자 수변공원 주차장 일부를 캠핑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해수부와 협의하고 현재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능포수변공원은 2020년부터 차박·캠핑족들의 장기주차·주차장 내 카라반 설치·취사행위·캠핑·야영·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지역주민들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자 주차장을 유료화했다. 이후 일반 시민들도 찾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또다시 차박족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는 모양새다.

거제지역의 어항은 일반적인 차박도 있지만 낚시와 캠핑을 즐기는 '낚박족'도 많다. 일반적인 차박족은 주말 또는 평일 며칠 정도만 머물지만 낚박족은 낚시와 캠핑을 목적으로 붙박이 주차와 장기숙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민과 마찰이 잦다.

남부면 대포근포항 앞 방파제에는 수년째 차박시설과 텐트를 설치해 장기투숙을 하는 이른바 낚박족이 많아 문제가 됐다.

이들은 주거용 캠핑카·텐트를 붙박이로 두고 생활필수품 공급을 위한 이동차량을 따로 운행하며 생활해 주민들과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낚박족들로 인해 얻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해 주민 스스로가 이들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A조선소 소유의 사유지로 현재 휴장중인 거제면 죽림해수욕장은 개수대·전기·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다. 그럼에도 캠핑카 및 장비를 갖춘 캠핑족들이 캠핑사이트 비용(자릿세)이 들지 않고 한적하다는 이유로 몰려드는 곳이다.

그러나 죽림해수욕장을 이용하는 일부 캠핑족들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모자라 해수욕장 인근 야산과 해변에 대소변을 본 후 처리하지 않아 악취는 물론 벌레가 꼬이는 현상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차박족·낚박족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캠핑레저 공간을 만들고 편의를 제공한다면 지금보다 질서 있고 건전한 캠핑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거제면 죽림해수욕장의 차박·캠핑족. /사진= 최대윤 기자
최근 거제면 죽림해수욕장의 차박·캠핑족. /사진= 최대윤 기자

차박·캠핑족으로 인한 사회문제...거제만의 문제일까?

차박문화가 이미 전국적인 유행으로 자리매김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박을 즐기는 사람중에는 본인이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일각에선 차박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차박장소로 각광 받는 지역은 관광지 인근의 한적한 자연환경이 수려한 곳,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공공장소 등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가 차박족의 각종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기는 한계가 있어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의 자성을 기대하는 정도다.

그렇다고 차박을 무조건 금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닌 듯하다. 불법행위를 일삼는 차박족은 지자체나 차박지 인근 주민에게 골칫거리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지역경기를 풍족하게 만드는 관광객이며 손님이기 때문이다.

차박·캠핑문화의 확산으로 생긴 문제와 해결은 차박문화의 성장통인 만큼 잘만 정착된다면 각 지자체의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취재는 거제지역 및 각 지역의 차박 문화를 취재하는 것이지만 각 지역에서 차박으로 인해 겪는 불법행위를 지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차박 및 캠핑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계도와 각 지자체가 차박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고민하기 위해 기획했다.

그동안 각종 언론에선 '불법 차박 및 캠핑문화'에 대한 지적만 있었을 뿐 올바른 캠핑문화의 정착을 위한 목소리는 다소 부족했다. 이에 한반도 끝자락 섬 거제에서부터 올바른 차박 캠핑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전국의 캠핑명소를 찾아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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