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캠핑족, 불청객인가 손님인가 ④]
오지말라는 기장군…알박기에 몸살 난 포항
불법 캠핑 차단 위해 코로나 예방 앞세운 기장군

코로나 시대 이후 여행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한 차박과 캠핑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차만 있으면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거창하게 장비를 마련하는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차박(車泊)'이 유행이다. '차박'은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것'을 말하는 단어다. 숙박·외박과 같이 객지에서 묵는 밤의 횟수를 세는 단위인 한자 '박(泊)'에, 자동차를 뜻하는 '차(車)'를 합성해 '차에서 잔다'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차만 있으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점점 더 열풍이다.
캠핑장에서는 샤워실과 같은 공용 시설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박의 경우 한적한 공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거제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차박 성지로 소문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차박을 즐기러 찾는 사람들이 반갑지 않다.
캠핑족과 차박족이 즐기고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캠핑과 차박으로 인해 각종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관련법이 미비한 데다 지역을 찾은 여행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해 1월, '굴러온 차박족에 몸살 앓는 거제'라는 기사를 취재 보도해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거제지역뿐만 아니라 캠핑·차박 성지로 알려진 지자체들은 저마다 차박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차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공공지역이나 국유지, 임도, 바닷가 등에서 캠핑·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캠핑과 차박족을 위해 장소를 마련하는 지자체까지 생기고 있다.
이번 기획은 코로나로 전성기를 맞은 거제지역과 전국의 차박 성지를 찾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건전한 차박·캠핑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이번 기획 보도에서는 단순히 캠핑과 차박 문화의 명암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별 차박 문제에 대한 대책을 취재하고 올바른 차박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에티켓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포항시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캠핑과 차박이 성행하는 형산강 둔치 일대를 캠핑·취사·주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까지 불법 캠핑 및 차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포항시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캠핑과 차박이 성행하는 형산강 둔치 일대를 캠핑·취사·주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까지 불법 캠핑 및 차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부산시 기장군 해안은 코로나19 이후 차박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때 전국에서 이름난 '차박 성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차박의 성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일부 불법 차박족들의 각종 불법행위는 기장군에도 골칫거리가 됐다.

특히 코로나19의 감염세와 그로 인한 국민의 불안이 극심했던 지난 2020년 여름 이후 기장군 지역 해안변에는 차박족으로 인해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쌓이고, 음주와 취사를 핑계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광객들마저 돌아다니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고심하던 기장군은 '연안 감염병 예방'이라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보통의 지자체가 불법 캠핑 및 차박을 막기 위해 하천법이나 항만법, 그리고 환경법 등을 적용하는 반면 기장군은 코로나19 예방을 앞세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기장군이 캠핑·차박 관련 규제 및 계도를 위해 통과시킨 지방 조례는 '기장군 연안 감염병 예방조치(캠핑카·차박) 행정명령'이다.

지난해 1월13일부터 시행된 이 조례는 기장군 지역의 어항·해수욕장·호안도로 일원에서 2인 이상이 모이는 야영·취사·음주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무료로 개방하고 있던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하는 방안이다.

이 조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어촌·어항법 제38조 및 제45조',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5조 및 제8조' 등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지난해 1월13일부터 지난 4월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기간까지 추진한 한시적 조례였다.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에 불법으로 설치된 텐트,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텐트를 철거하라는 포항시 해양산업과의 계고문이 붙어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에 불법으로 설치된 텐트,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텐트를 철거하라는 포항시 해양산업과의 계고문이 붙어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이 기간 기장군은 지역내 어항·공유수면(연안시설·바닷가) 일원·공공장소에서의 야영 또는 취사하는 행위를 강력히 단속해 불법 캠핑카·차박 1657대, 텐트 설치 2615건, 취사·취식 행위 4061건을 적발했으며 이를 위한 홍보물 5810장을 제작 및 게시하기도 했다.

기장군이 시행한 규제에 대한 효과는 본지가 취재를 진행한 지난 7월초까지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다.

불법 캠핑 및 차박족이 많이 몰리는 시기는 대부분 주말이나 연휴여서 취재가 진행되는 평일 낮 시간대에는 좀처럼 불법 캠핑 및 차박족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불법의 흔적은 오히려 불법 캠핑 및 차박족이 머물고 떠난 다음 날이 가장 심각하기도 한데 기장군의 불법 캠핑 및 차박족의 실태를 취재한 월요일 기장군 지역내 어항, 공유수면(연안시설·바닷가) 일원, 공공장소 등에는 불법 캠핑 및 차박족들이 군락을 이루는 모습은 없었고 간혹 공용주차장과 외진 마을 부두 인근에 차박 행위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장군 해안변 곳곳에는 여전히 '차박금지'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어 지난해 1월13일부터 지난 4월18일까지 기장군이 추진한 한시적 조례가 아직도 일부 해안변에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불법차박이 급격히 늘어난 기장군은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사진은 기장군 해안변 곳곳에서 발견되는 '차박금지' 문구. /사진= 최대윤 기자
코로나19 이후 불법차박이 급격히 늘어난 기장군은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사진은 기장군 해안변 곳곳에서 발견되는 '차박금지' 문구. /사진= 최대윤 기자

불법 캠핑 및 차박족의 알박기에 규제 나선 포항시  

포항시는 해안변은 물론 포항지역을 가로지르는 형산강 일대까지 불법 캠핑·차박족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형산강 일대는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캠핑공간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기 때문인데 특히 이곳 일대는 차박·야영·취사가 금지된 구간임에도 캠핑카와 텐트를 붙박이로 둬 자리를 맡아 두고, 주말에만 이곳으로 와 캠핑을 즐기고 '알박기' 때문에 민원 발생이 잦은 곳으로 소문난 장소다.

또 형산강 일대는 주말과 공휴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적잖은 불법 캠핑·차박족이 몰려 일대에서 금지된 취사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적잖은 쓰레기가 강으로 흘러들어 하류에 있는 영일대해수욕장까지 피해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포항시 생태하천과에서 곳곳에 강력한 규제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포항시가 내건 현수막은 '6월20일까지 형산강 일대 카라반 및 텐트를 철거하라'는 내용과 '장박금지·취사금지·쓰레기 가져가기·고성방가 금지' 등의 내용이었으며, 계도 기간 이후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포항시 형산강 일대는 본지가 취재를 진행한 7월초까지 일부 카라반과 텐트가 여전히 설치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포항시는 위반 텐트와 카라반에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 따라 지정한 기간 내에 원상회복(자진철거)하라'는 내용의 계고문만 붙어 있었다.

포항시 형산강 및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는 최근 포항시의 강력한 규제로 불법 캠핑 및 차박이 줄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불법 캠핑 및 차박족의 '알박기'는 물론 이를 이용한 '지인 빌려주기' 및 '대여'까지 성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최대윤 기자
포항시 형산강 및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는 최근 포항시의 강력한 규제로 불법 캠핑 및 차박이 줄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불법 캠핑 및 차박족의 '알박기'는 물론 이를 이용한 '지인 빌려주기' 및 '대여'까지 성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최대윤 기자

포항시가 캠핑·차박이 성행하는 형산강 둔치 일대를 캠핑·취사·주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로 알려졌다.

주민에 따르면 위반 시 '하천법 제98조 제2항'에 의거해 1회 100만원·2회 200만원·3회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 한다는 강력한 조치에도 이동이 편리한 차박의 경우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포항시의 불법 캠핑 및 차박 문제는 형산강뿐만 아니라 영일대해수욕장 일대도 문제였다.

영일대해수욕장 곳곳에는 형산강과 같이 '불법으로 설치된 카라반 및 텐트를 철거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텐트와 카라반에는 형산강과 비슷한 내용의 계고문이 붙어 있었다.

두 곳의 현수막과 계고문의 차이점은 '하천법'을 준용하고 있는 형산강 일대의 계고문과 현수막과 달리 영일대해수욕장의 계고문과 현수막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포항시의 노력으로 최근 1년 새 형산강과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의 불법 캠핑·차박 행위는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포항시민 A씨는 "최근 형산강과 영일대 해수욕장일대의 불법 캠핑 및 차박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지만 얼마 전까지 이 두곳은 불법 캠핑·차박족의 '알박기'는 기본이고 이를 이용한 '지인 빌려주기' 및 '대여'까지 성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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