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캠핑족, 불청객인가 손님인가 ③]
수주팔봉은 되고 비내섬은 안된다는 충주시 캠핑
강력한 차박·캠핑 규제로 자연이 준 선물 지켜낸 비내섬

코로나 시대 이후 여행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한 차박과 캠핑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차만 있으면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거창하게 장비를 마련하는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차박(車泊)'이 유행이다. '차박'은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것'을 말하는 단어다. 숙박·외박과 같이 객지에서 묵는 밤의 횟수를 세는 단위인 한자 '박(泊)'에, 자동차를 뜻하는 '차(車)'를 합성해 '차에서 잔다'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차만 있으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점점 더 열풍이다.
캠핑장에서는 샤워실과 같은 공용 시설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박의 경우 한적한 공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거제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차박 성지로 소문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차박을 즐기러 찾는 사람들이 반갑지 않다.
캠핑족과 차박족이 즐기고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캠핑과 차박으로 인해 각종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관련법이 미비한 데다 지역을 찾은 여행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해 1월, '굴러온 차박족에 몸살 앓는 거제'라는 기사를 취재 보도해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거제지역뿐만 아니라 캠핑·차박 성지로 알려진 지자체들은 저마다 차박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차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공공지역이나 국유지, 임도, 바닷가 등에서 캠핑·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캠핑과 차박족을 위해 장소를 마련하는 지자체까지 생기고 있다.
이번 기획은 코로나로 전성기를 맞은 거제지역과 전국의 차박 성지를 찾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건전한 차박·캠핑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이번 기획 보도에서는 단순히 캠핑과 차박 문화의 명암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별 차박 문제에 대한 대책을 취재하고 올바른 차박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에티켓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충주시는 캠핑·차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내섬과 같은 자연보호가 절실한 구역은 규제를, 수주팔봉과 같이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이 우선되는 곳은 개발을 선택했다. 사진은 수주팔봉 인근 강변에 차량의 진입과 주차, 그리고 캠핑과 야영을 금한다는 안내판 설치 모습. /사진= 최대윤 기자
충주시는 캠핑·차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내섬과 같은 자연보호가 절실한 구역은 규제를, 수주팔봉과 같이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이 우선되는 곳은 개발을 선택했다. 사진은 수주팔봉 인근 강변에 차량의 진입과 주차, 그리고 캠핑과 야영을 금한다는 안내판 설치 모습. /사진= 최대윤 기자

충청남도 충주시 지역의 한강과 갈대숲은 주변 경치가 좋아 캠핑족이나 캠핑카를 이용한 야영객의 발길이 매년 줄을 잇는 곳이다.

그러나 충주지역도 코로나19 이후 차박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곳곳의 명소가 캠핑·차박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불법주차 등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충주시에 따르면 충주지역에는 14곳의 등록 및 허가된 캠핑장에 해마다 5만명 정도의 캠핑객이 다녀간다.

캠핑·차박족들로 인한 쓰레기 불법투기와 불법주차 문제는 충주시에 등록된 캠핑장이 아니라 캠핑 불법지역인 하천과 계곡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충주시의 비내섬은 오랫동안 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 알려졌으며 코로나 이후에는 적잖은 차박족까지 몰려들었다.

하지만 충주시 비내섬은 수달을 비롯해 돌상어와 호사비오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십여 종을 포함해 약 900종 가까운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자연보호가 시급한 곳이기도 했다.

이에 충주시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발효한 자연휴식지 지정·관리 조례에 따라 비내섬 62만2천㎡를 자연휴식지로 지정·고시해 캠핑과 차박의 성지로 떠오르며 자연 훼손 우려가 큰 비내섬 일대를 보호하는 방법을 택했다.

충주시 비내섬 사례는 거제지역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 등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차박 행위를 단절하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최대윤 기자
충주시 비내섬 사례는 거제지역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 등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차박 행위를 단절하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최대윤 기자

현재 비내섬은 자연휴식지 지정에 따라 생활폐기물 투기·소각·매립 행위는 물론 취사·야영 행위, 생물 포획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기획취재를 진행한 시기에도 비내섬은 차량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태여서 캠핑행위는 물론 차박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섬으로 남아 산책 및 자전거 이용객들만 출입이 가능한 상태였다.

강 한가운데 인적없는 비내섬은 수달의 배설물 등 야생동물의 흔적과 지난 2019년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의 흔적만 곳곳에 남아 있었다.

비내섬에 적용된 자연환경보전법은 해당 자치단체장이 지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에 따라 공원·관광단지·자연휴양림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 중 생태적·경관적 가치가 높고 자연탐방·생태교육 등을 위해 활용하기에 적합한 곳은 자연휴식지로 지정할 수 있다.

충주시 비내섬 사례는 거제지역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 등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차박 행위를 단절하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충주시는 오는 2023년부터 비내섬 지역 등에 습지 보전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원해나갈 계획이며 비내섬에 둘레길과 철새 전망대 등을 연계한 생태관광 기반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충주시는 2020년 5월부터 비내섬 62만2천㎡를 자연휴식지로 지정·고시해 캠핑과 차박으로 자연 훼손 우려가 큰 비내섬 일대를 보호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진= 최대윤 기자
충주시는 2020년 5월부터 비내섬 62만2천㎡를 자연휴식지로 지정·고시해 캠핑과 차박으로 자연 훼손 우려가 큰 비내섬 일대를 보호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진= 최대윤 기자

경치 좋은 수주팔봉, 차박족과 주민상생 위해 개발

반면 충주시는 지역의 또 다른 '차박캠핑'의 명소로 알려진 살미면 향산리 수주팔봉 유원지를 캠핑족들을 위해 개발하고 있었다.

충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중 한 곳으로 꼽는 수주팔봉은 물 위에선 8개 봉우리를 뜻하는데 달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다양한 암벽으로 이뤄졌다.

이중 캠핑 및 차박족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칼바위가 위치한 달천은 보은군·괴산군 지역을 지나 충주시로 흘러내려 온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흔들거리는 출렁다리는 캠핑·차박족 뿐만 아니라 지나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비경이다. 출렁다리는 길이 50m·폭 1.7m로 짧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볼만하다. 특히 출렁다리 아래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팔봉폭포가 거대한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칼바위의 출렁다리에서 보는 경관도 멋있지만 그중 제일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으로 수주팔봉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지난해 수주팔봉은 충주시가 제작 지원한 tvN 드라마 '빈센조'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수많은 캠핑객들이 몰려 차박 명소가 됐다.

하지만 사람이 몰려들면서 주차문제와 쓰레기 문제가 뒤따르는 게 다반사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수주팔봉에 몰려든 캠핑·차박이 불법 쓰레기 투기와 불법주차 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비내섬과 달리 충주지역의 또 다른 '차박 캠핑'의 명소로 알려진 살미면 향산리 수주팔봉 유원지는 캠핑족들을 위해 편의시설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비내섬과 달리 충주지역의 또 다른 '차박 캠핑'의 명소로 알려진 살미면 향산리 수주팔봉 유원지는 캠핑족들을 위해 편의시설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이에 따라 지난해 충주시는 수주팔봉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120대의 차량만 출입하도록 '차박 총량제'를 도입해 과도하고 무분별한 차량 출입으로 인한 달천강의 환경오염 예방 및 주차난·지역주민 갈등 문제 등을 해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수주팔봉을 찾는 캠핑·차박족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라 무조건 캠핑·차박족을 규제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주민에 따르면 충주시는 2025년까지 수주팔봉을 5년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밝혔고 올 봄부터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주팔봉 편의시설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재 기간 찾은 수주팔봉은 편의시설 개선사업 공사가 한창이었다. 충주시 관광과가 발주한 공사는 진입로 확장·화장실 확충·관리사무소 설치 등으로 3억여원의 예산으로 오는 10월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수주팔봉 인근 강변은 차량통제는 물론 차박·야영이 금지된 상태며 곳곳에 차량의 진입과 주차·캠핑과 야영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수주팔봉 지역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지난해까지 여름이면 강변을 따라 수백대가 넘는 차량이 수주팔봉에 캠핑을 왔는데 올해는 공사 진행으로 단 한 대의 차량도 볼 수 없어 영업손실이 많다"면서 "하루 빨리 공사가 마무리돼 더 많은 관광객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주시의 수주팔봉 사례는 거제지역의 무분별한 캠핑·차박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특성과 주민의 이해가 맞는 선에서 개발지원이나 규제개혁을 진행하는 방법을 고려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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