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시 거제! 관광도시를 꿈꾸다⑦]
천혜의 관광자원 우려먹기 이제 그만
밑천 없고 행정 의존하는 거제관광의 한계

거제관광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거제시청 관계자와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거제관광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거제시청 관계자와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오래전부터 관광은 조선산업 다음으로 거제를 먹여 살리는 제2의 산업으로 주목받아왔다.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곳곳에 펼쳐진 절경이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조건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거제가 천혜의 관광자원을 앞세워 관광도시로 이름 높았던 시절도 있었다. 1970년대 거제대교가 건설되면서 제주도와 경주에 버금가는 관광지로 손꼽았던 50년 전이다. 당시 해금강은 경주와 함께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으며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왔고 역대 대통령들도 여름휴가를 보냈을 정도였다. 

하지만 거제관광의 명성은 50년 전에 비해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한 상태다. 그동안 관광객 유치를 위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모노레일·케이블카·정글돔 등 각종 관광시설을 들였다. 하지만 거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외도·바람의언덕·매미성 등 경관 관광을 더 선호하는 모양새다. 

거제 관광은 5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경관 위주의 관광산업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경제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자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관광산업은 투자 없이 발전하기는 힘들다. 

거제가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빼어난 절경 대부분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규제 때문에 출입조차 힘든 곳이 많다. 

그리고 늘 '천혜의 자연경관'에 안주하다 보니 관광객 맞이에 기본인 도로·편의시설 등의 관광 인프라를 조성은 뒷전이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그동안 수없이 거제 관광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인프라 부족·불친절·바가지요금'을 벗어나 거제관광의 문제점을 진단하고자 했다.

취재 결과 그동안 거제가 목표하고 홍보하던 '천만 관광도시 거제'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관광객의 숫자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거제는 관광객 통계 수치에 대해 논할 때가 아니라 거제만의 차별화된 관광상품 하나 없는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물론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이 요구될 때다. 

이번 기획을 통해 본 거제관광의 현실은 인프라·감성·스토리텔링(역사문화 접목)·먹거리·관광기념품 등 기본적으로 관광객을 맞이를 위한 밑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 관광 시설이나 축제는 오롯이 행정의 지원만 바라보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거제 관광의 걸림돌로 보였다. 

이번 기획취재는 거제시청 관광과 관계자와 공동 취재까지 진행하며 거제 관광의 허와 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취재 이후 거제시 관광과 관계자들과 나눈 의견을 더한 거제관광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관광도시와 올바른 축제 정착을 위해선 행정의 역할만큼 시민참여도 중요하다. 사진은 시민참여가 돋보였던 일본 도쿄 간다 마쓰리 축제. @옥정훈 기자
관광도시와 올바른 축제 정착을 위해선 행정의 역할만큼 시민참여도 중요하다. 사진은 시민참여가 돋보였던 일본 도쿄 간다 마쓰리 축제. @옥정훈 기자

거제관광 인프라 집중과 선택 필요

거제관광의 인프라 부족을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해 취재한 전남 여수는 해안을 중심으로 한 꾸준한 인프라 개발과 2012년 엑스포 유치 이후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떠오른 낭만포차 등 '감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먹거리가 풍부할뿐만 아니라 잘 정돈된 관광지와 고급호텔 리조트 등 숙박시설 등 관광도시의 조건을 잘 갖춘 여수는 이미 거제가 희망하는 '천만 관광객 유치'를 이룬 상태였다. 

여수의 경우 인구 규모나 환경조건이 거제와 비슷한 점이 많아 거제의 관광 인프라를 개발을 위해선 참고할 점이 많았다. 

거제와 여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수는 관광지가 집중돼 관광객들의 이동이 편리해 다양한 풍경과 경험을 즐기기에 불편함이 없는 반면, 거제는 관광지 분산이 심하고 여행 동선이 길어 관광객의 불편이 적잖다는 점이다. 

여수 10경 중 7곳이 바다를 낀 해양관광지라는 점에선 거제9경과 비슷하지만 여수10경 대부분은 여수 원도심을 지나 엑스포 박람회장 방향으로 동선이 이어졌고 주요 관광지도 여수 원도심 반경 5㎞ 안에 집중돼 있었다. 

관광산업과 관련해 거제와 제주의 수준 차이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진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제주 올레전통시장. @옥정훈 기자
관광산업과 관련해 거제와 제주의 수준 차이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진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제주 올레전통시장. @옥정훈 기자

전통과 문화가 담긴 먹거리 필요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는 여행의 3대 요소로 꼽고 숙박·교통·먹거리는 관광의 3대 요소로 꼽는다. 여행·관광 모두 먹거리를 중요하게 꼽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거제의 먹거리는 특별하지도 대중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맛이 뛰어나거나 역사(전통)·문화를 담고 있지도 않다. 

관광 먹거리와 관련한 취재를 거제와 멀지 않은 인근 통영·진주를 선택한 것은 웬만한 도시엔 그 고장의 전통먹거리가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400년 통제영의 역사에 비해 행정 지역으로서 통영의 역사는 고작 100년 남짓이지만 현재 통영의 먹거리는 이른바 '전국구'수준에다 거제와 겹치는 음식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통영의 음식으로 흡수돼 가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진주의 냉면과 비빔밥은 평양이나 함흥냉면, 전주비빔밥에 비해 유명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데다 지역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음식을 보유한 도시라는 점에서 이렇다 할 먹거리 하나 없는 거제지역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거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부족한 관광인프라 때문인지 여전히 자연경관 위주의 관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장목면 매미성.  @최대윤 기자
거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부족한 관광인프라 때문인지 여전히 자연경관 위주의 관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장목면 매미성. @최대윤 기자

축제 주인공은 '우리'…주민참여 절실

거제지역에는 매년 면·동지역 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축제 대부분 무대를 중심으로 지역 예술단체 및 이벤트 대행사가 섭외한 공연이나 가수의 무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더 큰 문제는 거제지역에 열리는 거의 모든 축제가 거제시의 지원이 없으면 자생력이 없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각 면·동 및 단체는 축제 예산이 부족하다며 행정에 하소연하고 있다. 축제를 즐기기만 하고 축제를 준비하는 일은 무관심한 거제시민이 '거제의 축제는 별로야'라고 말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거제를 대표하는 옥포대첩축제의 경우에도 올해 축제 예산을 2배 가까이 투입해 이전에 비해 풍성해졌다는 평가지만 기획·인력·예산·집행 등 거의 모든 부분이 행정력에 의존한 축제라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도쿄의 마쓰리 축제 취재는 '화합' 그 자체였다. 준비부터 진행까지 지역사회와 기업이 하나로 뭉쳐 1년을 준비하고 일주일을 즐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이 축제를 위해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가 지원하는 예산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간다 마쓰리에는 우리나라 축제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가수나 공연팀은커녕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부스 하나 없었다.

간다 마쓰리의 지역형·주민참여형 축제지만 그들은 간다 마쓰리로 발생하는 관광객 규모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축제를 여는 것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도 아닌 화합하며 전통을 지키는 데에만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관광기념품, 누굴 위해 만드나?

관광기념품 제작환경과 시장 규모를 알아보기 위해 찾은 제주도는 거제 관광산업의 현재가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곳이었다.

특히 1962년 설립돼 제주관광산업의 성장 발전과 관광사업체를 지원하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관계자와의 만남은 적잖은 수확이었다. 

제주도는 다양한 관광기념품이 제작·판매되고 있지만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해산물이었다. 

제주도는 거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자체가 매년 시행하고 있는 관광기념품 공모제도 남달랐다. 

제주도 관광기념품 공모의 주제는 '어떤 기념품을 팔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까?'가 아닌 '어떤 기념품을 만들어야 관광객의 기억에 남을까'였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기념품은 여행지·관광지를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드는 관광기념품을 만든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운영 방법도 눈길을 끌었다. 각 분야 회원사가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내고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회원사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연구하고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거제 관광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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