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시 거제! 관광도시를 꿈꾸다⑥]
거제 유자·몽돌 VS 제주도 한라봉·돌하르방

1970년대 건립된 대우·삼성 양대 조선소가 있는 거제는 한때 전국에서 으뜸 가는 윤택한 도시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조선산업의 침체로 수주 둔화, 조선 저가수주, 구조조정에 이은 조선 인력 부족 등 내홍을 겪은 거제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거제는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조선업을 보조할 먹거리산업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앞세운 '관광산업'을 택했다. 하지만 거제 관광산업의 현재는 초라하기만 하다. 관광 인프라 구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산업만 바라보고 있어서다. 여기다 최근 몇년 사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 이후 오히려 관광산업이 퇴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거제는 KTX 연결, 대전∼통영고속도로 연장, 가덕 신공항 건설 계획 등으로 관광인프라 확장 및 관광객 유치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이에 본지는 지금이라도 거제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관광시설·교통 연계성·지역 특색에 맞는 먹거리와 관광상품 개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축제 만들기에 일조하기 위해 이번 기획을 계획했다.   - 편집자 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특산품 할인매장에는 제주의 특성을 담은 상품이 가득하다. @옥정훈 기자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특산품 할인매장에는 제주의 특성을 담은 상품이 가득하다. @옥정훈 기자

유명한 관광지엔 반드시 그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기념품이나 브랜드 마크가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한라산과 감귤 등 만감류 과일·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프랑스 파리 에펠탑·일본 오사카 오사카성 등이다. 

이 도시들의 관광기념품이나 브랜드 마크의 공통점은 단순히 그 지역의 유명세를 뒷받침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문화를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지역의 브랜드마크나 특산물은 다양한 형태의 관광기념품으로 만들어져 관광객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것은 물론 지역상권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거제를 찾은 관광객은 거제관광기념품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거나 인근 통영지역에 들러 그 지역 먹거리를 구입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재 거제에는 지역을 대표·자부할 수 있는 관광기념품이나 브랜드마크는 전무한 상태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힘든 횟감의 종류를 회포장지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모습. @옥정훈 기자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힘든 횟감의 종류를 회포장지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모습. @옥정훈 기자

거제시 캐릭터인 '몽돌이·몽순이'가 있지만 거제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보기 힘들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도 거제 고유의 상품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지역 특산물로 각광 받던 유자·맹종죽·멸치 등 특산물도 이미 다른 지역에 유명세를 뺏긴지 오래다. 

최근 거제지역 관광상품 및 기념품을 찾기 위해 거제 전 지역을 돌아봤지만 거제에는 거제시가 지원하거나 운영하는 특산품 판매점은 없었다. 

거제지역 유명관광지 한곳에 개인이 운영하는 특산품 판매점에는 거제와 관련된 상품은 없고 일바지(일명 몸빼바지)나 어느 곳에서나 팔 수 있는 잡화만 가득했다. 

거제시도 지역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매년 관광상품 공모전을 열고 있지만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 상품화되는 경우는 드물다.

공모작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거제시의 지원예산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모작 대부분이 거제의 이미지나 특징을 살려 관광객의 구미를 당길만한 상품보다는 전국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거제의 부족한 관광상품을 뒷받침하기 위한 힌트는 우리나라 관광1번지 제주도에서 찾기로 했다. 

본지 옥정훈 기자가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김창효 마케팅 실장에게 제주관광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본지 옥정훈 기자가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김창효 마케팅 실장에게 제주관광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제주 전통시장,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기념품 샵'

특산품 판매점이 한 곳도 없는 거제와 달리 제주도는 공항에서부터 작은 마을 구멍가게까지 특산품과 제주도 이미지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제주지역 전통시장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 붐비는 곳으로 상설시장인 제주시 동문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방문객의 절반 정도가 관광객으로 알려졌다. 제주 전통시장이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이자 관광명소가 된 셈이다.

제주 전통시장에는 지역 특산물 및 식재료를 활용한 간식거리·제주 전통 오메기떡 등 제주의 지역색을 살린 먹을거리와 농수산품·기념품을 다양하게 판매해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생산지가 제주가 아닌 상품들도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포장 전면에 제주감귤·우도땅콩·제주녹차·제주한라봉·제주오름·한라산 등 제주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디자인도 비자림·섭지코지·쇠소깍·우도·백록담 등 감성적인 제주도 풍경과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었다. 

제주지역 전통시장은 거제의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산물과 생선회를 판매하는 방법도 달랐다. 

해산물과 생선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관광객들을 위해 해산물과 생선회를 포장한 다음 그 위에 해당 해산물이나 생선회의 부위 및 종류를 설명해 놓고 있었다. 

포장지 위에 필기도구로 간단한 설명을 써 붙였을 뿐이지만, 손님은 자신이 먹는 먹거리의 상세한 정보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친절한 아이디어였다. 

관광객은 공항이나 제주지역 주요 관광지·도심에 있는 관광기념품 점포보다 전통시장에서 관광기념품을 사는 경우 더 많았다. 굳이 전문 관광기념품 점포를 찾지 않아도 전통시장에서 다양하고 저렴한 관광기념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역특색을 갖춘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올레시장. @옥정훈 기자
지역특색을 갖춘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올레시장. @옥정훈 기자

공모부터 제작까지,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제주도 취재의 마지막은 제주의 다양한 관광기념품 제작환경과 시장규모를 알아보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962년 제주관광산업의 성장 발전과 관광사업체 지원을 위해 설립된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제주관광의 역사이자 중심이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급변하는 관광 유행에 맞춰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사업, 경영환경 개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제주지역의 관광기념품 산업 규모를 묻자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제주도의 관광기념품 산업은 1차 산업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직종인 3차 산업까지 포함된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제주도의 관광기념품 산업을 이끄는 상품이 가공식품이나 제품이 아니라 감귤·해산물 등 1차 산업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이었다. 

제주에서 나는 각종 특산물은 현지에서 팔리는 것보다 관광객들이 택배로 보내거나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업무중 택배관리시스템도 포함돼 있으며, 관광객 유치와 관광상품 유통을 위해 서울·부산·광주 등지에 홍보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기념품 공모전'도 지역중심이 아니라 관광객 등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고, 관광기념품의 대중화를 위해 심사위원도 대중심사위원을 따로 공개모집 한다고 했다.

공모전 심사도 엄격하고 까다로웠다. 매년 공모되는 수백점의 후보중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1차 심사에서 60점 정도를 선정하면 관광객과 제주도민으로 꾸려진 심사단이 2차 심사에서 상품성을 평가한다. 이는 관광상품을 직접 구매하고 판매하는 사람을 만족시켜야만 관광기념품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 3차 심사는 20점 정도로 좁혀진 공모작으로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해 입상부터 대상까지 가리는데 수상작 중 대중성·상품성이 인정되면 '제주특별자치도 기념품 개발 및 육성조례'에 따라 관광기념품의 제조·유통까지 지원된다고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회원사 현황. @최대윤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회원사 현황. @최대윤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취재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협회의 운영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지난 5월23일 국내외 여행업·종합여행업·여행업제주지점·관광호텔업·휴양리조트업·일반숙박업·전세버스업·렌트카업·관광지업·테마관광지업·골프장업·외식업·관광해양레저업·힐링체험업·사업지원사·협력지원사 등 1135개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었다. 

회원사 회비는 회원사의 운영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인별 전체 연 수익의 5%로 하되 최대 2000만원까지만 납부한다고 했다.

여기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매년 15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매주 제주지역 관광 활성화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제주도지사가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속담에 '동녕찰리도이 맛심엉 비와사 잘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동냥을 주는 사람도 자루를 마주 잡고 도와야 곡식을 흘리지 않고 제대로 잘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거제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기념품 없이 빈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거제의 관광기념품을 만드는 일에는 예산과 정책을 지원(동냥)하는 거제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역사·문화 자연환경·먹거리·관광명소 등 거제의 상징을 담고 있는 상품개발에 힘쓰는 시민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