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시 거제! 관광도시를 꿈꾸다⑤]
규모·전통·참여 기억에 남는 축제 만드는 일본

1970년대 건립된 대우·삼성 양대 조선소가 있는 거제는 한때 전국에서 으뜸 가는 윤택한 도시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조선산업의 침체로 수주 둔화, 조선 저가수주, 구조조정에 이은 조선 인력 부족 등 내홍을 겪은 거제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거제는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조선업을 보조할 먹거리산업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앞세운 '관광산업'을 택했다. 하지만 거제 관광산업의 현재는 초라하기만 하다. 관광 인프라 구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산업만 바라보고 있어서다. 여기다 최근 몇년 사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 이후 오히려 관광산업이 퇴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거제는 KTX 연결, 대전∼통영고속도로 연장, 가덕 신공항 건설 계획 등으로 관광인프라 확장 및 관광객 유치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이에 본지는 지금이라도 거제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관광시설·교통 연계성·지역 특색에 맞는 먹거리와 관광상품 개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축제 만들기에 일조하기 위해 이번 기획을 계획했다.   - 편집자 주

간다신사 앞 노점 거리. @옥정훈 기자
간다신사 앞 노점 거리. @옥정훈 기자

이번 기획의 첫 기사가 보도된 후 거제시 관광과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기획에서 함께 고민하고 기회가 된다면 취재에 동참할 수 있냐는 문의였다. 

거제 관광에서 가장 열악한 부분이 '축제문화'라는 것은 거제시도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의견교환 끝에 기획취재팀(이하 취재팀)과 거제시청 관광마케팅팀(이하 마케팅팀)은 도쿄 '간다 마쓰리'축제 취재에 동행하기로 했다. 

일부 언론사들이 지자체의 선진지 견학에 동참하는 사례는 더러 있지만 반대로 지자체 담당 부서가 언론사의 취재에 관심을 보이며 동행 취재를 제안한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없어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결국 축제현장 취재는 함께하되 일정은 각자 계획하기로 하고 '간다 마쓰리'축제 공동 취재가 시작됐다. 

취재팀은 도쿄 니혼바시·도쿄 오테마치 나루노이치 등 축제 행렬을 취재하기 위해 간다 신사와 다소 거리가 먼 곳에 숙소를 예약했다. 덕분에 기획팀은 런던·뉴욕과 함께 세계 3대 도시로 꼽는 도쿄의 대중교통을 경험하면서 관광의 3대 요소중 교통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2000만 인구가 밀집한 도쿄의 대중교통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작 24만 인구가 사는 거제와 도쿄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관광지나 목적지에 쉽게 닿을 수 없다면 관광객과 주민의 경제적 부담과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같다고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간다 마쓰리 첫날 취재는 축제 현장의 복잡한 환경으로 취재팀과 관광마케팅팀에게 여유가 없어 간단한 인사와 다음날 일정을 의논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도쿄 지요다구 관광협회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는 취재팀과 거제시 관광마케팅팀. @김현준
도쿄 지요다구 관광협회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는 취재팀과 거제시 관광마케팅팀. @김현준

행복한 일주일 위해 1년을 준비

둘째날 취재는 현지 가이드와 동행해 간다 마쓰리 행사 관계자 및 도쿄 지요다구 관광협회 관계자를 만나 간다 마쓰리의 축제 운영에 대해 취재할 계획이었다. 

취재를 진행해보니 축제를 공부하기 위해선 축제 현장보다 준비하는 과정을 취재하는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간다 마쓰리는 축제가 열리는 일주일 남짓을 위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준비한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서다. 

이튿날 다시 찾은 간다 신사는 전날 저녁과 다른 세상이었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던 간다 신사 주변 거리와 광장은 말끔히 정돈돼 있었고, 그 많던 간이 상점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축제를 마친 간다 신사도 뒷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간다 신사 사무국에은 간다 마쓰리 관련 취재를 요청하자 담당자가 책자 하나를 건네며 '이 책자에 간다 마쓰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책자에는 간다 마쓰리의 역사·축제준비 과정·가장행렬의 미코시의 동선과 시간·각 지역 미코시의 특징과 복장·각 지역 미코시의 숭배하는 신·간다 마쓰리 축제 관련 관광상품·축제 참가지역의 대표 음식·참여 단체 및 기업 등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도쿄 지요다지구 관광협회 사무실은 관광안내책자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최대윤 기자
도쿄 지요다지구 관광협회 사무실은 관광안내책자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최대윤 기자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책자 중간에 수록한 대기업의 광고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축제 후원단체의 명단이었다. 

간다신사 사무국에 이어 찾은 곳은 관광안내책자가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도쿄 지요다구 관광협회였다. 지요다구 관광협회에선 도쿄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간다 마쓰리에 참여하고 지켜봐 온 '와타나베미키'씨를 만나 간다 마쓰리 축제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선 취재팀과 관광마케팅팀의 질문 경쟁이 치열했다. 관광마케팅팀의 질문지는 A4용지 두 장 가득 빼곡했다. 

미키씨의 이야기중 가장 놀라운 점은 '간다 마쓰리'는 행정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축제를 위해 쓰이는 비용은 모두 기업·상가·개인이 간다신사에 기부한 돈으로 운영된다. 

이를 180여 지역 200개가 넘는 미코시에는 각 지역 사람들이 믿는 신이 모셔져 있고, 미코시가 간다신사를 향해 가는 것을 도운 기업·상가·개인은 복을 얻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더구나 간다 마쓰리에 참여하는 그 많은 인력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간다축제가 열리면 취업을 위해 먼 지방에 이주했던 사람들도 휴가를 얻어 동참하는 사례가 흔하단다. 

간다 마쓰리 기간 간다신사 주변을 두른 수많은 노점상은 축제기간 전 미리 간다신사에서 정해준 자리를 입찰받고 일정 금액을 후원해야 영업이 가능한데 노점상을 열면 원래 운영하던 점포에 운이 깃든다고 믿기에 간다신사의 까다로운 규제에도 입점 경쟁 열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간다신사 앞의 노점상. 축제기간 간다신사의 허가를 받고 운영중이다. @옥정훈 기자
간다신사 앞의 노점상. 축제기간 간다신사의 허가를 받고 운영중이다. @옥정훈 기자

우리를 위한 축제인데 관광객 숫자가 중요한가요?

미키씨에게 축제에 사용되는 예산과 행정의 역할을 질문하자 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도쿄도 지요다구지역진흥부 상공관광과 관계자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2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면 관련 공무원을 만날 수 있다는 답에 잠시 도쿄 지요다구관광협회 인근 커피숍에서 취재팀과 관광마케팅팀은 의견교환 시간을 가졌다. 

두 팀 모두 진정한 축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도시의 규모와 축제의 기획, 지원예산보다는 올바른 주민의 참여,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축제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보존·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의 결속력을 키우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행정이 지원하고 주도하는 축제는 획일화되고 의미마저 무색해진다는 결론이었다. 

축제를 지원하는 행정의 역할은 잠시 후 만난 도쿄도 지요다구지역진흥부 상공관광과 상공진흥계 '후쿠다 히사노부'씨를 만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도쿄 지요다구 관광협회 앞에서 취재팀과 마케팅팀이 일본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도쿄 지요다구 관광협회 앞에서 취재팀과 마케팅팀이 일본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히사노부씨는 도쿄의 모든 축제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없다고 했다. 심지어 도쿄 지요다구관광협회 운영도 인력이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축제의 활성화는 주민들과 지역기업·상인들의 몫이고 행정에선 축제를 위한 행정적인 지원과 홍보만 맡는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지자체의 홍보는 우리나라 지자체 홍보보다 더 세분화하고 직접적이었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홍보가 현수막·보도자료·안내책자 배부에 그치고 있다면 일본 지자체는 연령별로 정보 발신 방법을 달리해 모든 시민이 최대한 축제기간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재팀과 관광마케팅팀은 히사노부씨에게 간다 마쓰리를 방문하는 관광객 규모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라고 하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는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에 관광객의 숫자를 생각해 본적이 없어 딱히 명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다. 간다 마쓰리는 경제적인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가치와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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