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동등한 조건으로 이용 가능
거제·통영 분담금 액수 두고 막판 협상 중

통영화장장 모습.
통영화장장 모습.

거제시민들도 이르면 내년 3월부터 통영시민과 동등한 조건으로 통영화장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근 거제시가 자체 화장장 건립 대신 인근 통영화장장을 공동사용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미 통영시와 이용 방향·시기·분담금 규모·인센티브 등 구체적인 협약 조건에 대한 막바지 의견을 조율 중이며, 조만간 행정적 합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이달 말 공동사용 협약이 체결되면 시는 내년 2월 임시회에서 거제시 화장장려금 지원 조례를 폐지하고, 3월부터 거제시민들도 통영시민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통영화장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제시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도 내년 추경에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통영시도 협약에 따라 화장장 조례개정을 통해 거제시와 공동사용하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통영시는 화장장 공동사용을 조건으로 화장장 및 추모공원 진입도로 등 건립비용 중 시비의 50%와 통영시 정량11통 도로 건립비용의 25%인 99억2000여만원을 거제시가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또 연간 운영비(적자액)의 이용인원 비율별 부담을 요구했다. 운영비는 매년 유동적이지만 거제시 부담분은 연간 4억원(2023년 기준 추정치)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거제시는 분담금이 너무 과다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공동사용이라는 큰 틀에는 합의하고 분담금 비율을 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거제시민은 내년 3월부터 통영시민과 차별 없는 요금으로 화장장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화장장 예약을 할 경우에도 통영시민과 동일한 조건이 부여된다.

# 거제, 민원·사업비 부담 해소...비용·실익 면에서도 '윈윈'

통영 입장에서는 화장장 이용 다수를 차지하는 거제시민 수요를 수용할 수 있고, 거제 입장에서는 예산과 주민 민원 등을 줄일 수 있어 '윈윈' 하겠다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박종우 거제시장의 민선8기 공약사업인 거제시립화장장 설치는 없던 일이 되는 모양새다. 현재 거제에는 화장시설이 없어 주로 통영과 고성·진주·사천 지역으로 이동해 처리하는 실정이다.

'거제시민 타 시·군 화장시설 이용현황'을 보면 지난해 화장한 1002명 중 667명(67%)은 통영시, 88명(9%)은 진주·사천시, 83명(8%)은 고성군을 찾았다.

해당 지역주민이 아니다 보니 비용도 더 많이 낸다. 특히 거제시민의 통영화장장 이용료는 1기당 80만원(거제시가 50만원 지원)인 반면 통영시민은 10만원이다.

이에 거제시는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시립화장장 건립을 추진해 왔다. 250억원을 들여 화장로 3기 정도의 시립 화장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2022년 9월 화장장 건립 타당성 용역(용역비 5000만원)을 시작했다. 또 올해 5월 장사시설 수급 5개년계획 보건복지부 제출에 이어 10월 건축기획용역(2000만원)까지 마쳤다.

특히 시립화장장 건립 필요성에 시민 90.1%가 동의한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하면서 2024년 입지 선정·국비 신청·조례 제정을 거쳐 2025년 착공, 2029년 준공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 용역비 날리고 행정력 낭비 지적도

하지만 시는 시립화장장 건립 대신 통영화장장을 공동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립화장장 건립시 사업비 과다 소요 △지역주민 갈등 △혐오시설 기피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시립화장장 건립을 포기할 경우 그동안 들여왔던 용역비와 행정력 낭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 A씨는 "애초에 시정 방향을 잘못 설정해 고생만 하고 혈세까지 날아가게 됐다"며 "앞에서는 시립화장장 건립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뒤로는 통영과 협상을 벌인 것은 시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시민 B씨는 "거제시가 시립화장장 건립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통영시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편적이고 무리한 추진보다 거제시에 유리하고 득이 되는 일이라면 무책임한 추진보다 윈윈할 수 있게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당연하고 올바른 시정"이라고 반박했다.

또다른 시민 C씨는 "화장장은 돈을 벌고자 하는 영리시설이 아니라 존엄과 복리 차원에서 당연히 지자체가 갖추고 있어야 할 시설이다"며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인프라 확충이라는 관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박종우 거제시장은 "거제시 인구가 많다 보니 통영 화장장을 이용하는 수요도 많아 서로 협조해 이용한다면 비용과 실익 면에서도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앞으로 관광 사업도 서로 공모해 추진하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가 지역 발전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통영화장장은 2022년 6월에 현대화사업을 완료하며 화로 4기를 설치했다. 3기는 일반시신, 나머지 1기는 개장유골 화장용이다. 1기당 1일 3회씩 화장 가능해 일반시신의 경우 1일 총 9회 가능하다. 

거제시의 1년 평균 사망자는 1100여명 정도이며 통영시를 합쳐도 사망자는 2000여명 안팎이어서 통영화장장의 가동 수요는 충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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