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년 특별기획-거제의 잃어버린 섬들을 찾아서⑧

거제의 수많은 섬들 중 일부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군사요충지 역할로 인해 군(軍)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 반환되지 않고 있다. 또 통영군과 거제군이 합병된 이후 다시 복군됐지만 이전 거제군 소유의 유·무인도 상당수가 통영에 귀속돼버렸다. 이전에는 '거제'라는 정체성으로 살던 주민들이 하나 둘 세월 앞에 스러져간 이후 후배 세대들은 '통영'을 정체의 기본으로 살고 있다. 또 행정구역상 거제시에 있지만 거제시민들의 발길을 허용치 않는 섬들 또한 몇몇 있다. 외도가 민간에 의해 개발돼 관광지로 각광받은 이후 장사도 관광지 개발 등 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거제신문은 창간25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거제와 관련 있는 주요 섬들을 방문해 거제의 흔적을 살펴보고 행정구역을 넘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대다수 거제시민, 저도 소유권 거제로 반드시 이양돼야 한다는 의견 제시

거제의 잃어버린 섬들을 찾아 떠난 길은 생각처럼 순탄치 않았다. 모두 배를 이용해야 하는 곳들이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었다. 또 폭우나 바람이 심할 경우 제약을 받기도 했다.

다행이 이번 취재는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지만 지심도에서부터 매물도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 동안 때로는 기쁠 때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하기도 했다.

특히 다른 섬들은 모두 배를 이용해 땅을 밟을 수 있었지만 '저도'의 경우 입도(入島)가 허락되지 않는 곳이라 멀리 배 위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또 거제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있어 행정구역상 거제에 있어야 당연할 섬들이 어지러운 시절, 어떻게 노력해 볼 틈도 없이 이웃 통영으로 넘어가버린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 거제는 후방이고 군사 지역으로서 가치가 없는데 주요 인사들의 휴양지라는 이유로 소유하는 것은 독점에 불과하다. 붉은색 원내는 저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관계자들의 가족.

안타까운 그 이름 '저도'

시인 김춘수는 '꽃'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표현했다.

'저도'를 기다리는 거제시민들의 마음이 딱 이와 같지 않을까. 저도(이름)를 생각하면 언제든 그 곳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섬(꽃)이 됐으면 하는 바람. 하지만 현재의 저도는 거제시민 그 누구의 발걸음도 허락지 않고 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 열렬히 소원하지만 또 다른 삼자가 이를 막고 있다. 바로 섬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방부'다.

국방부는 '지심도'의 소유권 이전에 대해서는 거제시와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저도에 대해서는 냉랭하다. 표면적 이유는 군사적 목적이지만 대통령 여름 별장인 '청해대'와 군 휴양지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말 휴가가 막바지로 치달을 즈음 낚싯배를 이용해 저도 주변을 지나면서 결코 기분 좋을 것 없는 풍경을 발견했다.

드넓은 백사장을 한 가족처럼 보이는 네 사람이 이용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부러울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민간인의 출입을 허락지 않는 곳이고 보면 거제시민이나 일반인은 아닐 것으로 보였다. 국방부와 관련 있는 대단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인만을 위해 개방되는 저도에 대해 거제시민 대다수는 관리권을 거제시로 이양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대통령의 휴양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국방부 소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관대한 입장을 보인 시민 A 씨는 "대통령 휴양지라는 상징적 가치가 더 크다면 오히려 거제를 알릴 수 있어 관광객 증가와 관광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환이 되면 좋지만 무조건 저도를 돌려받아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민 B 씨는 "거제는 후방이고 군사지역으로서 가치가 없는데 단지 일부 주요인사들의 휴양지라는 이유만으로 소유하는 것은 '독점'에 불과하다"면서 "저도를 거제시에 반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시민 C 씨는 "거제시로 소유권을 넘겨 관광지로 개발하면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휴양지는 그대로 사용하되 평소 일반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는 관광지로서 가치를 드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민들은 거제로의 소유권 이양에 대해 적극 찬성이지만 거제시는 섣불리 이 문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이전에 거제시의회와 어업권 등 관련이 있는 유호마을 주민들이 소유권 이양을 건의했지만 불발됐기 때문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지심도 소유권 이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정구역상 거제에 있으면서도 소유권이 없는 섬, 저도. 거제시민들의 염원처럼 소유권 이양을 통해 누구나가 갈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반드시 거제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할 섬, 저도에서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 한산도의 제승당

아쉬움 속에 멀어지는 섬들

한산도를 포함한 부속 섬들은 1900년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까지 거제의 섬들로 인식됐다.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1914년 거제와 용남군을 통합해 통영군으로 개편한 뒤 1953년 전쟁기간 중 통영과 거제가 다시 분리될 때 통영군에 편입되면서 거제와 멀어져버린 섬들이 한산도를 비롯한 주변의 섬들이다. 특히 한산도와 장사도, 매물도의 경우 거제에서 더 가깝고 정기선이나 유람선이 다니기 때문에 통영으로의 행정구역 변경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법하다.

▲ 위쪽부터 지심도, 저도, 매물도
한산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거제면 아지랑마을에서 연륙교가 놓였다면 하는 생각을 할 때면 더욱 안타깝다. 이미 칠천도와 가조도에 연륙교가 놓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산도가 거제의 행정구역에 포함됐더라면 이미 다리가 놓였을 것이다. 그럴 경우 한산도 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주변의 추봉도와 용초도·죽도·비진도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도 훨씬 편리해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정구역의 변경에 따른 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은 이미 통영이 돼버렸고 그나마 도선이 운행하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일부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래도 자신들이 통영시민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행정구역이 거제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그들의 정체성이 통영으로 향하지 않고 거제로 향했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은 더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장사도와 매물도였다. 거제의 남부면 저구마을을 비롯한 몇몇 마을에서 유람선이 뜨는 매물도는 이제는 주민들이 살지 않고 해상공원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전에 이 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통영보다 거제를 주요 생활무대로 삼았다. 가난한 섬을 일깨운 사람도 거제 출신으로 장사분교에 교사로 발령받았던 옥미조 선생이었다. 당시 청년 옥미조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으로 섬 주민들의 생활을 일깨웠겠지만 거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

매물도도 마찬가지다. 저구마을에서 지금도 도선이 뜨고 있는 이 섬은 현대식 펜션과 낚시업이 성행하기 전까지 주민들의 주 생활무대가 거제였다. 통영보다 거제에서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장사도와 매물도는 남부면 일대 거제관광의 황금라인과 어우러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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