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년 특별기획-거제의 잃어버린 섬들을 찾아서④

거제의 수많은 섬들 중 일부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군사요충지 역할로 인해 군(軍)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 반환되지 않고 있다. 또 통영군과 거제군이 합병된 이후 다시 복군됐지만 이전 거제군 소유의 유·무인도 상당수가 통영에 귀속돼버렸다.
 이전에는 '거제'라는 정체성으로 살던 주민들이 하나 둘 세월 앞에 스러져간 이후 후배 세대들은 '통영'을 정체의 기본으로 살고 있다. 또 행정구역상 거제시에 있지만 거제시민들의 발길을 허용치 않는 섬들 또한 몇몇 있다. 외도가 민간에 의해 개발돼 관광지로 각광받은 이후 장사도 관광지 개발 등 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거제신문은 창간25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거제와 관련 있는 주요 섬들을 방문해 거제의 흔적을 살펴보고 행정구역을 넘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1954년부터 해군서 이승만 대통령 휴양지로 활용…1972년 2층 양옥 증축 후 '청해대'로 지정
지난 1999년 거제시의회, 소유권 반환주장 후 15년 흘렀지만 해군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없어

지난달 30일, 여름휴가에 돌입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도(猪島)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렸다.

모래밭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쓰고 있는 사진과 함께 "35년 지난 오랜 세월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편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돼 그리움이 밀려온다"고 소회를 남겼다.

저도는 선친 故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찾던 청해대(靑海臺)가 있는 곳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부터 4박5일의 휴가기간 동안 이곳에 머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柳湖里) 산 88-1번지. 일명 '돼지섬'이라고 불리는 저도는 국방부 소유의 군 휴양시설로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휴양지로 사용됐다.

원래는 1920년부터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사용되던 곳으로 1950년 주한연합군의 탄약고를 거쳐 1954년부터 해군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휴양지로 활용했다. 이를 다시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목조건물을 2층 양옥으로 수리해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하고 '청해대'라고 불렀다.

지난 1993년 거제출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별장시설을 해제했지만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 대부분이 휴양지로 사용했다.

아름다운 섬, 그러나 갈 수 없어

이처럼 바다의 청와대로 불리며 본관 건물을 중심으로 섬 주변에는 8개 동의 수행원 및 경호원 숙소, 막사, 청기와로 지붕을 씌운 팔각정 건물, 9홀 규모의 골프장, 골프장 주변을 따라 낸 산책로, 전망대, 자가발전소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 지도와 태극문양을 본뜬 연못이 있다.

이 섬은 전체가 해송·동백·팽나무 등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여 있고, 202m 길이의 인공해수욕장도 조성돼 있어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하지만 이 저도는 거제시민 등 일반인들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다. 오직 국방부 관계자와 대통령 등만이 섬에 오를 수 있다. 이 섬이 국방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지난 1975년 저도의 행정구역이 거제군에서 해군통제본부가 있는 진해시로 편입된 뒤, 1993년 11월19일 대통령령에 따라 청해대 시설이 해제되면서 같은 해 12월1일 행정구역은 다시 거제시 장목면으로 환원됐다.

하지만 행정구역만 환원됐을 뿐 국방부 소유로 해군통제본부가 관리하면서 시설물 관리 등을 이유로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군 휴양시설로 이용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거제시민들은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저도의 소유권을 거제시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기간 중 저도를 방문해 옛 추억에 젖어있다.
거제시의회와 거제시민들은 지난 1999년 4월에 '저도 반환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거제시의회는 그해 4월8일 "해군 작전지역이라는 이유로 국방부가 행사하고 있는 저도 관리권을 거제시로 넘겨야 한다"면서 "국방부와 해군작전사령부, 행정자치부 등을 방문하기로 결의하고 저도 반환 범시민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결의했다.

당시 시의회는 "저도 관리권은 행정구역을 관할하고 있는 거제시가 가져야 하며 주변 어업권과 토지세부과 등 실질적인 관리권을 거제시가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는 "진해 앞바다에서 해군 작전문제 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를 계기로 거제시의 저도 반환을 위한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2003년에는 진해해군기지사령부를 시의회에서 방문했으며 2004년 1월에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기춘 현 대통령비서실장이 저도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반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에는 거제시가 국방부에 관리권 이전에 관한 협의를 요청했지만 불가회신을 통보 받았다. 이후에도 계속 저도 관리권 이전을 위해 거제시가 노력하고 있지만 국방부의 입장은 변함없는 상태이다.

블루시티 거제, 우울한 섬 '저도'

가장 최근 민간 주도의 저도 반환운동은 지난 2011년 6월22일 장목면 유호리 하유마을 송수근 이장 명의로 '저도 관리권 반환 요청'을 국민권익위원회 '이동신문고'에 접수한 것이다.

당일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 위원장이 직접 배석한 가운데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원접수 상담에서 이 마을 주민들은 저도 관리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참석한 주민들은 "행정구역이 1993년 장목면 유호리로 변경됐고,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소유권은 국방부로 돼있어 해군하계휴양지로 사용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각종 어로행위에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해군은 군사적 요충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거가대교 통과로 인해 이제 군사적 중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관리권 이양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당시 주민들은 김영란 위원장이 반환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려 했지만 "해군입장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목면 유호리 하유마을 주민들이 소유권 이전을 위해 국민권익위에 접수한 날로부터 2년 여가 흘렀다. 아직 국방부는 소유권 이전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한달 전 저도에서 휴가를 보냈기 때문에 거제로의 소유권 이전은 사실상 더 어렵게 돼버렸다.

이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특히 거제신문 창간 25년 특별기획으로 '거제의 잃어버린 섬을 찾아서'라는 제하의 기획기사를 위해 하유마을을 찾은 지난 24일은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머금은 구름과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의 저도는 옅은 구름마저 뒤덮여 있어 우울해 보였다. 우울함에 쓰러지려는 저도를 '거가대교'의 거대한 기둥이 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거제시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섬이자 꼭 가보고 싶은 섬이지만 몇몇을 위해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아름다운 섬 '저도'.

그래서 비 내리는 그날의 저도는 더 쓸쓸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다음날, 낚싯배를 구해 가까이 다가가 바라 본 '저도'는 별천지였다.

단지 몇몇에게만. 마침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저도는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아담한 모래사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모래사장 위를 특혜 받은 몇몇 사람들이 뛰놀고 있었다.

국민 누구나가 평등한 대한민국에서 아직 평등하지 못한 그곳. 그곳에 저도가 있었다. 아름다운 모래사장과 경치를 자랑하는 '블루시티 거제'에서 가장 우울한 섬, 그 이름은 '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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