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한식 강자...포로수용소 앞 '아리아리랑

바다와 산의 푸르름을 품은 거제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큰 섬으로 천만 관광도시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남해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거제신문은 한동안 지면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이집 어때'라는 코너를 [요 어떻소!-거제의 맛&멋]으로 다시 신설해 관광객 및 지역민들에게 거제의 맛과 멋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3년 만에 돌아온 '아리아리랑' 식당의 '산더미소불고기와 간장게장' @안압지
3년 만에 돌아온 '아리아리랑' 식당의 '산더미소불고기와 간장게장' @안압지

대지를 적신 빗방울에 봄기운로 촉촉하던 지난 19일 들뜬 마음으로 '아리아리랑'을 찾았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삼삼오오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동일한 상호로 3년 만에 재오픈한 아리아리랑은 거제포로수용소 앞 골목으로 확장·이전해 고객들을 맞고 있다.  

'아리아리랑' 식당의 간장게장. @안압지
'아리아리랑' 식당의 간장게장. @안압지

#직접 만든 레시피…대중입맛 완성 

아리아리랑은 산더미소불고기와 간장게장을 중심 메뉴로 오리불고기를 추가해 단출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선보인다. 

모든 메뉴는 김학태 대표(47)가 직접 만든 레시피로 고객들에게 제공된다. 특히 산더미소불고기는 끓일수록 진한 감칠맛이 우러나는 전골 육수와 얇고 부드러운 식감의 소고기·각종 야채와 당면까지 모든 재료의 조화가 딱 맞는 '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박모씨(67·고현동)는 "소불고기가 예전 어릴 때 먹던 슴슴한 맛"이라며 "친구들과의 모임장소로 예전부터 '아리아리랑'을 찾았는데 이렇게 3년 만에 재오픈해 무척 반갑다"고 전했다. 

옥포에서 아이와 함께 방문한 윤모씨(34)는 "깔끔한 반찬과 짜지 않은 불고기라 만족한다"면서 "일회용 칫솔·치약을 화장실에 비치한 사장님의 센스에도 감탄했다"고 말했다.

'아리아리랑' 식당 내부 @안압지
'아리아리랑' 식당 내부 @안압지

# 19세 요식업 뛰어들어 한길 뚝심 

서울이 고향인 김 대표는 20여년간 서울·인천 등지에서 요식업에 매진하다 11년 전 누나의 시가인 거제로 내려와 아리아리랑을 창업했다. 

그런데 창업한 지 3~4년 만에 조선소에 불황이 닥쳐 모든 가게들이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리아리랑은 맛으로 승부하며 그 시기를 잘 이겨내며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식당 인원을 제한하면서 넓은 매장과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주를 이루던 식당 매출이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김 대표는 2020년 중순 아리아리랑은 잠시 접고 그 자리에 고디칼국수를 열었다. 현재는 장승포를 본점으로 한 '배말칼국수', 고현시장 앞 '30cm 김밥' 체인을 열어 거제 내 3개 프렌차이즈와 순정푸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다. 

19살 때 무작정 집에서 독립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한식당에서 요리를 시작한 김 대표는 20대 중·후반부터 자신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이룬 성공으로 인한 자만심이 과했을까.

'아리아리랑' 식당. @안압지
'아리아리랑' 식당. @안압지

29살에 150평 대형매장 고깃집을 오픈했지만 몇년 뒤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이후 끊임없는 레시피 개발과 지치지 않는 뚝심으로 28년간 요식업 한길을 걸어온 젊은 장인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같은 업을 하는 요식업소 지인들과 함께 장애인들·독거노인·빈곤가구 청소년들에게 음식봉사를 4년째 이어오고 있다. 

거제지역 14개 식당이 함께 하는 모임 '만찬'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실천하는 행동으로 봉사하고 있다.

음식에 대한 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음식 본연의 '간'이 맛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말한다. 

간이 맞아야 맛도 건강도 챙길 수 있으며, '간'이 잘맞는 음식이야말로 가장 대중적인 맛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또 맛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친절한 고객 응대·체계적인 서비스를 꼽았다. 

아리아리랑은 지난 2019년 범시민 칭찬업소에 선정되는 등 친절업소로도 각광받았다. 그는 새로 단장한 이곳에서도 그때의 친절과 맛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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