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최근 5년간 기록등재 중단
2021년 4월 재개…국가당 2개로 제한
국내 10개 지자체 경쟁 '바늘구멍'

거제도포로수용소 전경. /거제신문DB
거제도포로수용소 전경. /거제신문DB

거제포로수용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이 답보상태를 거듭, 지난 2016년부터 준비했지만 신청조차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거제시는 다양한 용역 등을 통해 관련 기록물을 수집하는 등 등재 신청을 계획했으나 유네스코가 최근 5년간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절차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4월부터 등재가 재개됐지만 까다로운 절차와 조건 등으로 등재의 폭이 크게 축소, 포로수용소 기록유산 등재의 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노재하 의원의 지적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용역까지 진행했으나 유네스코의 등재절차 변경 문제로 중단됐다"면서 "이제 등재가 재개된 만큼 거제시가 적극 나서 철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2015년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록물 등재 후 일본 등 과거 식민지배를 했던 국가들이 분쟁의 여지가 있는 기록물의 등재를 원천 차단할 것을 주장해, 2017년 12월 유네스코가 제도를 개편하면서 등재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유네스코는 2021년 4월 관련 개편안을 최종 승인하면서 등재를 재개했지만, 신청 주체를 국가로 일원화하는 등 신청 조건을 강화해 등재의 폭을 좁혔다.

기존에는 개인이나 민간단체 신청이 가능했지만 제도 개편 이후에는 신청 주체를 국가(문화재청)로 제한하고, 신청건수 또한 2년마다 국가별 2건으로 한정함에 따라, 우선 전국의 많은 지자체와 경쟁을 벌여 공모에서 대상 유산으로 선정돼야만 등재 신청이 가능하다. 

이에 문화재청은 내년에 전국을 대상으로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할 기록물 공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 공모에서 대상 유산 2건을 선정해 2024년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접수할 방침이다. 

거제시는 문화재청의 공모기준과 일정이 발표되면 거제도포로수용소 관련 기록물들을 정리해 응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등재 신청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대상 유산으로 선정되기 조차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17년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잠정 목록으로 결정한 4.19혁명과 동학농민운동 관련 기록물 2건을 내년에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거론된 포로수용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2016년 세계기록유산 등재 타당성 용역을 완료(기록물 3000여건 수집)하면서 본격화됐다.

애초 시는 2017년 거제도포로수용소에 대한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관련 용역은 물론 전시회와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여론수렴에 나서기도 했다.

등재 및 기록물 수집 용역 등을 통해 국내·외 자료 수집에 나섰고, 2017년 10월에는 '거제포로수용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공감대도 형성됐다. 

2018년 12월~2019년 2월에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과 국회에서 수집한 기록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간 용역 등을 통해 수집한 기록물은 2019년 12월 현재 6만5679건(사진·문서 등 6만5559건, 동영상 120건)으로, 시는 이를 기반으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2017년 유네스코가 등재 제도를 개편하면서 등재절차가 중단된 후 2021년부터 재개됐다.

따라서 거제시가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면 지난해 4월 개편된 유네스코 등재 절차에 따라야 한다. 우선 문화재청이 공모하는 문화재위원회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의를 통해 대상 유산으로 선정돼야 한다.

문화재청이 선정된 대상 유산(2건)을 유네스코 사무국에 등재 신청서 및 부속자료(사진·영상·음향자료·지도 등)를 제출하면, 유네스코 사무국과 등재소위원회가 요건과 적격성 등을 검토한다. 의견제출 및 이의 제기절차도 밟는다.

이어 등재소위원회의 사전심사 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임명한 전문가 14인으로 구성된 국제자문위원회(IAC)에서 최종 심사 및 등재를 권고한다. 마직막 단계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승인하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

세계기록유산은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기록을 담고 있는 정보 또는 그 기록을 전하는 매개물로 미래세대에 반드시 전수돼야 할 유산을 뜻하며 △유산의 본질과 기원 또는 유래를 증명할 수 있는 진정성 △독창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특성 △유산이 갖는 중요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거제포로수용소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전쟁포로수용소 유적지가 남아 있는 곳으로 잔존 유적지와 국내외 포로수용소 기록물이 갖는 유산의 진정성·독창성·희귀성으로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거제포로수용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될 경우 △거제시의 세계적 위상 상승과 평화도시의 이미지 확립 △거제시민의 자긍심 및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의 디딤돌 △거제 관광 발전 및 역사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거점 마련 △아카이브센터와 잔존 유적지를 연계한 역사교육장 마련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활성화의 동력으로 크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