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거제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거제시가 포로수용소의 일상이 담긴 희귀자료를 서울 국회에서 공개했다. '전쟁포로, 평화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이번 국회 특별전 자료는 시가 6.25 전쟁 포로수용소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지난 3년간 국내·외에서 수집한 기록물들이다. 최근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등에서 새로 발굴한 자료를 포함해 120여건에 이른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 8장과 영상 1건이 추가로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17년 거제문화예술회관, 2018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인 국회 특별전은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에 정부·국민의 성원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청와대 전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을 대외적으로 알리면서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거제포로수용소가 더는 아픔의 기록현장이 아니라 평화의 현장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길 바라면서 그동안 자료 수집·발굴과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 일들을 추진해온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포로수용소 관련 기록물은 현재 18개 나라 200만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는 자료들을 정리해 올해 3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려 했지만 유네스코 기록유산본부 내부 일정으로 신청을 받지 않아 아쉽지만 절치부심 준비해 단박에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랄 뿐이다.

거제포로수용소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역사적 현장이며, 이념갈등으로 한 민족이 총부리를 겨눴던 아픔의 상처다. 이 아픔의 상처를 이제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거제포로수용소의 가치를 전세계에 되새기고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모처럼 불어온 남북 평화무드에도 훈기를 보태겠다는 의미다. 일부 역사학자나 정치권의 외침이 아닌 '범시민운동'으로 불을 지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거제시민의 자존감을 높이면서 역사교육의 장 또는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목적이다.

6.25전쟁은 동족상잔의 뼈아픈 비극이다. 그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거제포로수용소는 높은 역사적 가치에 반해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거제포로수용소는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있었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다크투어리즘'이 가능한 지역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현장이다. 포로수용소의 위상제고와 문화자원의 발전방향을 제시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국내외 역사학자는 "포로수용소 아카이브센터 건립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거제포로수용소의 가치를 널리 알리며 '평화의 도시 거제'를 전세계에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선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거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크게 구한다'는 이름 그대로 거제(巨濟)는 예부터 나라를 3번이나 크게 구했다고 일컬어진다. 임진왜란 당시 패전을 이어오던 이순신 장군의 첫 승전지 옥포대첩이 그 첫 번째고, 6.25전쟁에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피란민들을 껴안으면서 민족을 두 번째로 구했으며, IMF 외환위기에서 조선산업 선전으로 국가경제를 구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세계적인 평화의 가치를 갖고 있는 거제포로수용소에는 매년 여름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거제까지 피난민을 이끌고 온 UN참전용사들이 방문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거제로 넘어와 터전을 잡기도 했다.

남북관계 해빙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거제포로수용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또 하나의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념갈등으로 한 민족이 갈라선 결과물이자 아픈 상처인 곳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향해가는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관람한 한 인사의 말대로 포로수용소 얘기는 단지 한국전쟁에 겪었던 우리의 아픔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이를 돌아보며 전쟁의 참혹성을 되새기는 기록을 유지하고 후세에 영원한 평화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 가는데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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