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집행위원회, 일본의 문제제기로 내부규약 변경 중
신청조차 받지 않아...당초 계획 차질 우려

지난 17일 거제시청 소통실에서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용역 보고회'가 열려 최근 수집한 거제도포로수용소 관련 영상·사진 등 기록물을 설명하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일정 등을 보고했다.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내년 산반기에 등재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7일 거제시청 소통실에서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용역 보고회'가 열려 최근 수집한 거제도포로수용소 관련 영상·사진 등 기록물을 설명하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일정 등을 보고했다.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내년 산반기에 등재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제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거제포로수용소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한일관계 악화와 위안부 문제 등 국제정세에 휘말리면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심의·주관하는 유네스코가 내부규정 변경을 빌미로 지난해부터 등재 신청조차 받지 않고 일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거제시는 지난해 3월 등재 신청서를 제출해 그해 10월 심의하는 일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네스코에 최고의 분담금을 내고 있는 일본이 입김을 이용해 한국 등 8개 국가가 공동 등재 신청한 위안부기록물 등을 문제삼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집행위원회가 내부 규약 변경을 추진, 등재 일정이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이에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9월까지 '세계기록유산프로그램'에 관한 실무 그룹 권한을 연장, 회의를 거쳐 내부규약을 마련해 오는 10월 심의에 부칠 예정이다. 변경된 내부 규약이 통과되면 일정에 따라 내년 상반기 등재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일정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는 지난 17일 거제시청 소통실에서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용역 보고회'를 가졌다.

변광용 거제시장을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추진위원회 위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이날 보고회는 최근 수집한 거제도포로수용소 관련 영상과 사진 등 기록물 내용을 설명하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 일정 등을 보고했다.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갑생 연구원은 추진사항과 경과보고를 통해 올해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 미국 국립문서기록 관리청, 유엔 기록보존 관리부, 영국 국립공문서관, 제국 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록원, 네덜란드 헤이그 국립기록원 등에서 예상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기록물을 발굴·수집했고 최근에는 알려지지 않은 미군과 국군포로 영상 등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네스코의 내부 규약이 변경·확정되면 일정에 따라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며, 긍정적 결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시는 그동안 3억원을 투입해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자료수집 용역을 진행해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문서와 사진, 영상물 등 방대하고 희귀한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이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국내 10개 기관과 국외 15개국 보유 기록물을 국제공동 등재로 우선 신청할 계획이다. 북한과도 공동 등재를 협의해 긍정적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당시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한 곳에 모아 관리·검색할 수 있는 '아카이브' 건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박물관을 증축하거나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7년 10월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등재를 지원하면서, 거제와 서울 등에서 수집·소장한 자료들을 전시하며 힘을 보태 왔다.

그러나 이날 보고회에서 참석 위원들은 "등재는 언제 되느냐, 가능성은 있는가, 자료만 수집할 게 아니라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수집한 자료가 대부분 복사본이다, 수집한 자료의 활용방안이 있느냐" 등을 지적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전갑생 연구원은 "유네스코 일정이 아직도 불분명해 답답한 심정은 마찬가지지만 오는 10월 규약 변경 심의가 예정돼 있고, 세계 각국에서 빨리 등재 신청을 받으라는 압박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동되기 전인 현재로선 다양한 자료 수집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는 단계이고, 수집된 자료가 원본은 아니지만 원본이 희귀한 만큼 복사본도 콘텐츠로 활용 가능한 또하나의 원본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아카이브센터'를 건립해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홍보 홈페이지 개설도 추진해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영상특별전과 국제학술토론회 등을 개최해 발굴 자료들을 소개하면서 평화도시 거제와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및 평화유산 구축에 기여하자는 방안도 제언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취임 이후 '세계로 가는 평화도시 거제'를 시정 슬로건으로 내세울 정도로 평화 콘텐츠를 강조하면서 유적공원 전체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다양한 평화 콘텐츠를 심고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히면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한편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면 유네스코 일반정보사업국의 사전심사를 거쳐 국제자문위원회의에서 최종 심사와 등록권고를 결정,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승인한다.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 국제적 보존·보호를 위한 유네스코 보조금 및 기술 지원은 물론 홍보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은 2년에 1회꼴로 한 국가별 2건까지 신청할 수 있지만 국제공동등재의 경우 건수와 기간의 제한없이 등재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네스코의 내부 규약 변경 문제로 지난해부터 신청을 받지 않고 있으며, 오는 10월 변경된 내부 규약이 확정되면 일정에 따라 내년에 등재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본지는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 올 5월부터 '평화의 거제포로수용소, 유네스코 등재와 관광자원화'라는 제목의 특별 기획기사를 8회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또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회에서 열린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용역 최종보고회와 '전쟁포로, 평화를 이야기하다' 특별전 등을 취재·보도하는 등 거제포로수용소의 역사적 배경 등을 재조명하고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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