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한국전쟁 당시 포로들을 수용했던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6.25 전쟁사를 담은 역사현장이자 유적이며 자산 중 하나다. 이런 까닭에 거제시는 이 유적공원을 중심으로 한국전쟁사와 포로들의 기록들을 수집·발굴해  유산으로 남기고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준비하고 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동족상잔의 비극을 간직한 아픔의 역사이지만 이미 조성된 유적공원과 함께 기록물들을 집대성해 유산으로 남겨 후세 교육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역설적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관광자원화를 통해 세계 각국의 관광객도 유치한다는 목적이다.  

2015년 유적공원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서 유네스코 등재 추진이 거론된 후 2017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책임연구원 정근식 교수)과 협약을 체결,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본격 나섰다. 거제출신 전갑생 연구원이 연구팀을 총괄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에서 포로수용소와 관련된 기록물과 영상 등을 수집·발굴해왔다. 확보한 자료도 다양하고 방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다 거제시가 주축이 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록유산등재를 범시민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본지도 '평화의 거제포로수용소, 유네스코 등재와 관광자원화'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8회에 걸쳐 보도하고, 전시회·국제학술심포지엄 등 포로수용소 관련기사를 생산하며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특별 기획기사는 거제포로수용소와 유사한 내용의 세계기록유산을 가진 폴란드 바르샤바·아우슈비츠수용소와 캄보디아 킬링필드, 5.18 광주민주화 성지, 대구 국채보상운동 등을 취재해 선진사례와 그들의 노하우를 소개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며 힘을 보탰다.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거제시는 3억원 가량의 용역비를 들여 최근 몇 년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착실히 준비해 지난해 3월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지난해부터 등재 신청서를 받지 않으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위원회가 '위안부 기록물 등재'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유네스코 분담금을 최고 많이 내는 일본의 입김을 이용한 보이지 않는 방해공작 등으로 심사를 위한 내부규정을 변경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등재신청을 받지않는 것은 물론 심사일정도 현재로선 미정이다. 유네스코는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집행이사회의 결과에 따라 내부규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등재신청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시는 등재신청과 별도로 현재까지 수집된 기록물들을 정리해 우선 거제시 홈페이지와 연계해 시민들과 공유할 예정이며, 별도의 아카이브 홈페이지는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앞서 2017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필리핀·네덜란드 등 8개국 14개 단체는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과 일제 잔악상을 상세히 기록한 2744개 사건이 담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공동으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나 그해 10월 유네스코는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 유네스코는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유네스코에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일본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 위안부 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저지할 의도로 회원국의 등재 심사과정 관여를 확대하는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심사체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고, 유네스코는 오는 10월 집행이사회를 열어 변경된 내부 규약을 심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당한 경제보복으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본, 국화와 칼이라는 이중성으로 대변되는 일본, 이래저래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또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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