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제11회 독서감상문 [초등부 고학년 최우수]

▲ 김구현/신현초 6년
나는 틈만 나면 도서실을 찾는다. 며칠 전 도서관을 찾았던 나는 도서관 한 코너에 '다문화 도서' 코너를 발견하게 되었다.

해양도서·과학도서·생명공학 등의 도서명은 들어보았지만 '다문화도서' 분야는 처음 보았기에 뒤적거리다가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시집오거나, 노동자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5명의 아동 문학가들이 5가지의 이야기를 적어놓은 동화였는데 이 중에서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라는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주인공 준호가 자기 동네에 살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인 블루시아와 마얍을 만나서 일어난 이야기를 독일간호사와 광부로 일했던 고모와 고모부를 연결시키면서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적어놓은 글이다.

어느 추석날이었다. 준호는 슈퍼마켓에 윷을 사러갔다가 라면을 사러 들어온 블루시아와 마얍을 만나게 된다. 모두들 추석이라고 고향과 가족을 찾아간 그날 두 외국인 노동자는 라면을 사서 끓여 먹기 위하여 슈퍼를 찾은 것이다. 준호는 그들이 무서워 피했지만 독일에서 간호사로 40년이 넘게 일했던 고모는 두 사람을 초대하게 된다. 추석음식을 나누어 주면서 두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준호고모가 참 친절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지만 그 뒷장을 읽으면서 준호고모가 독일에서 블루시아와 같은 어려움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가 힘들고 어려웠던 70년대에 서독에 돈을 빌리기 위하여 광부 8천명과 간호사 1만 명을 담보로 보내고 빌린 돈으로 고속도로와 공장을 세웠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 고모와 고모부도 설이나 추석이 되면 독일에서 슬프고 쓸쓸한 명절을 보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모든 사장님들이 정말 블루시아가 일하는 공장의 사장님처럼 그런 나쁜 사람일까 의심이 갔다. 아무리 못사는 나라 사람이라고 하지만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월급을 주지 않고 내쫓는단 말인가? 그리고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린 그 사람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나는 그런 어른들이 정말 미웠다.

블루시아는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나왔으나 아내와 부모를 위하여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어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큰 건물을 지어행복하게 살 꿈을 안고 우리나라로 왔다고 한다. 그런데 몇 달이나 월급을 받지 못했고, 손가락마저 세 개나 잘려나가 나갔다는 것에 나는 한국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준호의 고모는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온갖 험한 일을 다 하며 한 달에 7백 마르크를 월급으로 받아 6백 마르크를 한국으로 보내어 준호아버지와 삼촌들을 공부시켰다고 한다. 광부로 일한 고모부도 새벽 일찍 갱으로 들어갈 때 '글뤽아우프'(죽지 말고 저녁에 만나자)하고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험한 일을 하였지만 독일 국민들은 우리나라 간호사와 광부를 업신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런 일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은 생각하지 않고 저 외국인 근로자들을 못살게 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그렇게 나쁜 짓만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내가 과학실 청소를 하러갔다가 과학실에서 선생님들과 어머니 몇 분이 외국인 아줌마들에게 우리 음식 만들기와 한글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학교 학생은 아니지만 그 아주머니들의 아들, 딸들도 함께 와서 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생님께 여쭈어보았더니 다문화가족에게 우리나라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이렇게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살러온 사람들에게 한국 생활을 도와주고 있는데 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사장님들은 저렇게 나쁜 심보를 가졌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준호고모는 특히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외국인 자녀들이 우리나라에서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 대목을 읽을 때 내 친구 박찬호가 생각났다. 찬호는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친구다.

6학년인데도 키는 4학년 정도이며 새까만 얼굴에 눈만 멀뚱멀뚱한 친구다. 그런데 그 친구는 우리 학교 축구부 선수이다. 지난 거제시 동아리 축구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었다. 우리 친구들은 모두 찬호에게 열광을 했다. 우리학교의 다문화 친구 찬호는 이렇게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다 읽고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제일 먼저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도, 얼굴이 검은 사람들도 우리와 다를 뿐이지 우리가 그들보다 우월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면서 돕고 배려하며 살아갈 때 세상은 아름다운세상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장래문제까지 생각하게 해 주었다.

여러 가지 직업이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봉사하는 멋진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사소한 일로 찬호와 시비를 잘 거는 인준이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준이도 찬호에게 다정한 친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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