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제11회 독서감상문-중등부 최우수

▲ 성유빈/해성중 3년
구두 수선공인 세몬은 양가죽을 사러 길을 나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고 교회 앞에서 벌거벗은 한 청년을 만난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그 청년에게 다가간다. 그에게 자신의 옷을 입힌 세몬은 그 청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고 아내 마트료나는 세몬에게 화를 낸다.

세몬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마트료나는 빵을 내어 주고 그 청년은 마트료나에게 처음으로 웃어 보인다. 자신을 미하일이라고 소개한 그 청년은 세몬에게서 구두를 수선하는 일을 배운다.

1년이 지나고 한 부유한 신사가 세몬의 가게로 찾아온다. 그 신사는 매우 덩치가 컸다. 훌륭한 가죽을 가지고 온 그는 1년을 신어도 멀쩡한 장화를 만들어 내라고 한다.

그런데 그때 미하일이 신사의 뒤 쪽을 보더니 1년 만에 두 번째로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는 장화가 아닌 단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세몬이 미하일에게 화를 내는 그때, 신사의 하인이 가게로 들어와 주인이 돌아가셨으니 단화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세월은 흘러 미하일이 세몬의 집에서 머무른 지 6년째가 되었다.

그 때 쌍둥이 여자 아이들과 한 부인이 가게로 온다. 쌍둥이 중 하나는 다리가 불편했는데 친엄마가 죽어가며 실수로 누르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미하일은 세 번째로 미소 짓는다. 그리고 세몬과 그의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그는 천사인데 방금 전의 쌍둥이의 엄마가 불쌍해서 목숨을 거두지 않아 하나님께 벌을 받고 세상으로 쫓겨 내려왔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깨달으라고 하신 세 가지를 깨닫고 그때 마다 미소를 지었다. 세 가지를 모두 깨달은 그는, 하늘로 다시 올라간다. 미하일이 깨달은 사실은 이렇다.

첫째,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마트료나가 그를 보살펴 줄 때 그는 첫 번째 사실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평생 김밥 장사를 해서 번 돈을 아끼고 아껴 기부하는 할머니들도 종종 볼 수 있고,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 또한 뉴스에서 종종 접한다.

우리는 이들을 대단한 사람들이라 부르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마음이 저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실천하는 데 개인차가 있을 뿐.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세몬은 생활이 어려웠지만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미하일을 보살폈다. 김밥장사를 하시던 할머니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보다 훨씬 더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어떤가? 부끄럽지만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사랑의 빵'에 저금할 때도 그 동전 몇 푼이 아까웠었다. 통을 꽉 채웠을 때도 비록 얼마 안되지만 불우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보단 대단하다고 치켜세워 준 친구들의 시선에 뿌듯했던 듯 싶다. 첫 번째 사실을 깨닫게 된 지금 지난 날의 나 자신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진다. 인간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의 마음을 필요한 때에 끄집어내어 실행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둘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아는 힘이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자기가 주문해 놓은 물건이 오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다. 이 신사처럼 말이다. 그 때 상황에서 신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몰랐듯이 지금도 난 내게 진정 필요한 무언가를 그냥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지금부터라도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몰라 잘못 선택을 했던 신사 때문에 하인이 번거롭게 다시 가게로 온 것처럼 나도 잘못된 선택을 빨리 고치지 않으면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내게 필요한 것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너무 자만하지 않을까? 인간이 자만할 까봐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주신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사랑이 있어야만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학생들을 종종 뉴스나 신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물론 물리적인 피해로 인해 이런 선택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피해를 많이 받아서 그런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넓게 보자면 친구들끼리 나누는 우정도 사랑에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우정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감정에서 사랑을 빼 버린다면 정말이지 이 세상은 사막같이 황폐해지고 메말라 버릴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메말라 버릴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돈과 같은 물질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의 인간들은 사실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이웃 간의 사랑,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 등…. 미하일은 세 개의 질문을 가지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질문 중 두 개가 "사랑"이 올바른 답이었다. 그만큼 사랑이 인간에게 있어서 소중하고 중요한 영향력을 많이 끼치는 것 같다.

사랑!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가 가진다면 경찰도 감옥도 필요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신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우리 또한 남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신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단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분명 작은 천국과도 같을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작은 노력들이 험한 세상을 건널 사랑의 다리가 되길 꿈꾸며 세 가지의 질문을 가지고 지구로 내려 온 한 천사의 이야기를 덮으며 나 또한 미소를 하나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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