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경제계 “봐주기식 결정판, 재심의·수사 촉구”
한화오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 흔드는 중대 비위”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 유출과 직원들의 유죄 판결로 물의를 빚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입찰자격을 제재하지 않자 한화오션과 거제정치권 및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이 입찰자격 심의를 열어 HD현대중공업의 입찰자격 유지 결정을 내리자 입장문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한다”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촉구한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7일 오후 열린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HD현대 직원들은 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 등과 관련한 기밀을 몰래 빼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미 HD현대이 기밀 유출사고로 방사청 입찰에서 감점을 받고 있었기에 심의회에서 입찰 참가 제한 제재를 받게 되면 일정 기간 함정사업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방사청 심의회의 ‘행정지도’ 의결로 HD현대 사업 입찰 참가제한 제재를 피해게 됐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제한 제재를 심의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이라는 국내 특수선 시장의 양강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방사청의 심의 결과에 한화오션은 물론 거제 정치권과 경제계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솜방망이 처벌에 발끈하고 나섰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방위산업과 관련해 군사기밀을 훔친 중대한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처분으로 입찰참가자격을 유지시킨 방사청 결정에 대한 반발이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심의회를 앞둔 지난 22일 HD현대의 차세대 호위함(KDDX) 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방산 카르텔을 철저히 수사하고 국가 방위산업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인 KDDX 설계도면 등을 조직적으로 훔쳐 간 HD현대(옛 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와 사건 발생 당시 배후세력 여부까지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D현대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차세대 구축함 KDDX 설계도 및 잠수함 설계도 등 핵심 군사기밀 수십 건을 도둑 촬영해 자사의 비공식 서버에 몰래 보관하며 국가의 보안점검을 피해 활용해 왔다는 사실이 법원의 관계자 전원 유죄 판결로 낱낱이 드러났다면서 이로 인해 2020년 당시 현대중공업은 겨우 0.056점이라는 점수 차이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KDDX 기본설계 사업을 가로채 갔고, 대우조선과 거제시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었다. 

4.10 총선 민주당 후보이자 전 거제시장을 지낸 변광용 예비후보도 자신의 SNS를 통해 방사청의 결정은 공정과 상식과 신뢰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명백한 HD현대 봐주기의 결정판이라며 이번 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우리 해군의 6천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올해 하반기 상세설계, 초도함 건조에만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입찰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이번 방사청 결정으로 두 거대 방산기업 간에 불꽃 튀는 수주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건조 수주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HD현대 직원 이 한화오션의 개념설계도 등 군사시밀 수십건을 도둑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관계자 9명 전원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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