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거제상의 면죄부 준 방사청 규탄성명...엄중 대응 예고
"방산카르텔 봐주기식 결정판, 재심의·수사 촉구"
한화오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 흔드는 중대 비위"

군사기밀 훔친 HD현대 입찰자격 면죄부에 거제지역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거제신문 AI이미지
군사기밀 훔친 HD현대 입찰자격 면죄부에 거제지역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거제신문 AI이미지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 유출과 직원들의 유죄 판결로 물의를 빚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입찰자격을 제재하지 않자 한화오션과 거제정치권 및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7일 오후 열린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 계약심의회가 HD현대중공업의 입찰자격 유지 결정을 내리자 입장문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한다"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촉구한다"고 밝혔다.

거제지역 여야 정치권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국회의원 후보 선대본은 지난달 28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하며 원점으로 돌아가 재심의 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서일준 의원은 "방사청은 KDDX 입찰참가 자격을 재심의하고 수사당국은 은밀한 '방산 카르텔' 척결하라"면서 HD현대의 입찰참가 자격 유지 '행정지도' 결정에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서 의원은 "전·현직 방위사업청장들은 잇따라 국회에 나와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국민께 공언해 왔는데도 유감스럽게 방사청은 입찰 자격 유지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방위사업청은 그동안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는 주요 이유로 범죄에 연루된 기업이나 집단에 대한 제재를 미뤄왔다.

이에 서 의원은 "중대 범죄에 대해 제재를 미뤄온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만한 일'"이라며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돼 유죄가 확정된 HD현대 직원이 국방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KDDX와 관련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한 사실을 보고한 보고서에 중역(임원)이 결재한 정황이 담긴 진술이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이 방사청 심의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방산카르텔이 관행적이고 은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은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 HD현대 임원개입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며 즉각 재심의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방위사업청과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변광용 국회의원 후보가 낸 성명서. @거제신문
지난달 28일 방위사업청과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변광용 국회의원 후보가 낸 성명서. @거제신문

민주당 변광용 국회의원 후보도 선대본도 성명서를 통해 방위사업청의 현대중공업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봐주기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죄부를 주면서 지역사회와 노동계·업계가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 후보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2년부터 대우조선의 KDDX 군함과 잠수함 설계도 등 핵심 군사기밀 수십 건을 탈취·유출했고, 법원은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직원 9명 전원에 대해 최종 유죄 판결로 단죄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법원이 '국가 기밀 탈취에 따른 전원 유죄' 판결을 내린 만큼 국민과 거제시민·업계는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에 상식적이고 공정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결국  국민과 거제시민·업계의 상식적 기대를 무참히 내팽개치고 '혹시나'하는 의구심을 '역시나'의 비상식·불공정으로 재확인시켰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군사기밀을 탈취·유출해 방산 산업의 근간을 흔들며 최종 유죄가 확정된 불법행위 기업에게는 7조8000억원의 KDDX 차기 구축함 사업 수주 등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공정과 상식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봐주기 결정은 거제시민과 업계에 상처가 되고 대한민국 국민의 위상과 자존심을 낮췄다"고 규탄하며 "해당 사안을 시민과 함께 부당함을 낱낱이 밝히고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원점 재심의를 촉구했다.

거제상공회의소도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방산비리의 피해가 지역경제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실정"이라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HD현대 직원들은 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 등과 관련한 기밀을 몰래 빼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군사기밀보호법을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미 HD현대중이 기밀 유출사고로 방사청 입찰에서 감점을 받고 있었기에 심의회에서 입찰참가 제한 제재를 받게되면 일정기간 함정사업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방사청 심의회의 '행정지도' 의결로 HD현대 사업 입찰 참가제한 제재를 피해게 됐다.

방사청은 HD현대의 입찰 참가제한 제재를 심의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 경과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이라는 국내 특수선 시장의 양강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우리 해군의 6000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올해 하반기 상세설계, 초도함 건조에만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번 방사청 결정으로 두 거대 방산기업 간에 불꽃 튀는 수주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별개로 한화오션이 방사청에 재심의를 요청함에 따라 결과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이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건조 수주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가 수주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HD현대 직원이 한화오션의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 수십 건을 도둑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관계자 9명 전원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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