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화자 (2023. 65.1×90.9㎝. Acrylic on canvas)

조화자 작가의 '비밀의 숲' @권용복
조화자 작가의 '비밀의 숲' @권용복

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멀리 지심도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을 수놓은 윤슬의 아름다움이 더하는 12월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 멋짐은 여태껏 그렇게 담담한 빛으로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마음이 빈약하고 거친 나는 이제야 그 눈부심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거제는 아름답습니다. 바다는 깊고 푸르며 이어지는 바위와 땅·나무와 숲이 전하는 숨결은 고요합니다. 해안선을 따라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동내들은 고유의 온기를 품고 담담하고 소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거제가 비록 산업화를 맞아 급격한 도시화로 몸살을 겪어도 여전히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을 이룰 수 있는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제의 자연은 문화와 예술이 함께 하면 더 나은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습니다. 섬의 역사·시공간을 잇는 정서를 받아들이며 이를 품을 줄 알고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가진 예술인들이 단단하게 지역의 문화를 일구고 발전시킨다면 더 할 나위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인간의 존재와 가치 그리고 관계성을 나뭇잎의 조직을 통해 깨달아 가는 조화자 작가는 거제의 소중한 문화자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단하고 간결한 태도로 작업의 방향을 이끌고 있는 그의 작품은 자체적으로 생명력을 지닌 듯 꿈틀대는 선묘와 그들이 가진 유연성, 동시에 날카롭고 예민하게 자리한 윤곽들이 해체와 결집을 통해 몽환적인 색조와 조우하여 화면을 조화롭게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작가는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세상을 향해 던져 놓고는 자신의 의도가 타자에게 전달되기만 하는 수동성보다는 관람자가 풀어가는 이야기와 그로인해 생성되는 상상력이 복합적으로 세상의 소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하는 편입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그만의 방식은 적지 않은 관람자로부터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가는 자신만의 독자성을 고집하면서 작업에 열정을 받치지만 그 결과는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이중성을 가진 사람들 입니다. 그래서 당연하게 예술가라는 존재야 말로 세상과 깊이 소통하며 사람과 자연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넘쳐야 합니다. 

오랫동안 그런 철학을 견지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이어온 조 작가는 이러한 가치를 알고 자연을 통해 이와 합체된 인간의 모습을 나뭇잎에 투영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거제의 문화를 일궈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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