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59, 거제 대표 향토음식점

바다와 산의 푸르름을 품은 거제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큰 섬으로 천만 관광도시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남해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거제신문은 한동안 지면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이집 어때'라는 코너를 [요 어떻소!-거제의 맛&멋]으로 다시 신설해 관광객 및 지역민들에게 거제의 맛과 멋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거제시 사등면 성포항에서 1959년에 개업해 64년 동안 3대에 걸쳐 영업중인 '평화횟집' @최대윤
거제시 사등면 성포항에서 1959년에 개업해 64년 동안 3대에 걸쳐 영업중인 '평화횟집' @최대윤

횟집 한 곳을 소개받았다. 거제에 널리고 널린 횟집 중 한 곳이겠거니 하고 찾아간 간판은 거제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숟가락을 들어 본 기억이 있을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기자도 20년 가까이 봄과 겨울철 꼭 한번은 찾는 곳이다. 식당 앞에 서면 '1959년 개업. 64년 전부터 이곳에서 영업중. 대를 이은 제일 오래된 횟집'이라는 문구가 식당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시중에 수많은 식당이 '원조'라는 이름을 내세울 때 당당히 64년째 대를 이어 맛을 이어오고 있노라 밝히고 있는 이 식당은 사등면 성포항의 '평화횟집'이다. 

평화횟집의 코끼리조개와 생선회 한 상차림. @사진= 옥정훈 기자
평화횟집의 코끼리조개와 생선회 한 상차림. @사진= 옥정훈 기자

평화횟집의 원래 '어탕국밥집'이었다. 평화횟집 1대 주인장 故 김옥분씨는 1959년 부산-거제-통영-여수의 바닷길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성포항 두 칸짜리 적산 가옥에 식당을 열었다. 

2대 주인장인 김정숙씨가 시집을 왔을 때만 하더라도 시어머니는 매일 새벽 5시부터 점심시간까지 손님맞이 준비를 위한 생선 손질하기 바빴다. 

당시 어탕국밥 한 그릇 가격은 250원, 짜장면(1970년 기준 100원)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지만 어탕국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오랜시간 여객선(창경호·한양호·갑성호·천일호·경복호·동일호·한일호·금성호·영복호·명성호·엔젤호·데모크라시호)을 타고 다니며 속이 거북했던 여행객들에게 푸짐한 어탕국수 한 사발은 든든한 요깃(療飢)거리이자 멀미약이었다. 

평화횟집의 코끼리조개와 생선회. @사진= 옥정훈 기자
평화횟집의 코끼리조개와 생선회. @사진= 옥정훈 기자

사계절 거제의 별미 느낄 수 있는 곳 

세월이 지나 1대 주인장이 세상을 떠나며 자연스레 그의 며느리 김씨가 손맛을 이었다.

통영에서 손맛으로 으뜸이었던 친정어머니(대동식당 운영)와 시어머니의 손맛까지 물려받은 김씨의 손맛도 예사롭지 않았다.

각종 언론은 물론 음식대회에서 대상의 영예까지 얻으며 전국 곳곳에 입소문이 났다. 거제시에서도 거제8미(味) 전문 음식점으로 지정한 상태다. 

평화횟집은 거제시 지정 8미(味) 전문음식점답게 거제에서 나는 별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봄날 거제에선 싱싱한 도다리쑥국을 최고의 별미로 꼽는다. 평화횟집은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자연산 도다리와 들판에서 갓 뜯어 온 노지 쑥을 넣어 끓여낸다. 

평화횟집 2대 주인장 김정숙씨. @사진= 옥정훈 기자
평화횟집 2대 주인장 김정숙씨. @사진= 옥정훈 기자

부드럽고 담백한 도다리의 하얀 살점과 향긋한 봄쑥은 겨울잠 자던 입맛을 깨우기에 그만이다. 또 동해로 올라가기 전 거제에서 잡힌 총알오징어도 이 식당의 별미중 하나다. 

겨울에는 대구탕과 물메기(물미기)탕을 찾는 손님이 많다. 거제에서 먹는 대구탕의 맑고 시원한 국물은 애주가의 해장음식으로 제격이고, 세상 부드러운 생선살과 국물의 풍미를 더 해주는 몰(모자반)을 얻어먹는 물메기탕은 거제토박이들이 없어서 못먹는 음식 중 하나다. 

여기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왕우럭·코끼리조개와 평화횟집의 전통만큼 깊은 맛을 간직한 간장의 맛이 느껴지는 볼락조림을 비롯한 볼락구이·볼락매운탕·잡어매운탕도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최근 평화식당은 그 어렵다는 3대 세습을 준비 중이다. 아직 2대 주인장 김 씨의 마음에 들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최근 그의 딸이 3대 주인장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식당에 출근하고 있다. 

김 씨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소중한 가업과 손맛을 남에게 물려주기 안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나타난 평화횟집 3대 계승자에게 64년 전통의 맛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수업을 하고 있다.

최근 평화횟집에 50년 이상 찾아온 오랜 단골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단다.

2대 주인장의 경험으로는 빠짐없이 찾던 오랜 단골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경우라고 한다. 생을 다하기 전까지 단골을 유지할 수 있는 평화횟집의 깊은 맛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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