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

"생존 작가 중 최고가 판매 기록을 가진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이 관객의 실수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지난 2월 미국 마이애미 '아트 윈우드' 아트페어 개막을 맞아 열린 VIP 행사에서 한 여성 방문객이 쿤스의 도자기 작품 '풍선개(Ballon Dog)'를 손으로 두드려 받침대에서 떨어뜨렸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한화 약 5500만원 정도로 평가되는 해당 작품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100여 개로 조각났다. 계획된 행위예술로 여겼던 관객들은 직원들이 황급히 달려오고 몹시 당황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서는 심각한 사고라는 것을 알았다 했다.

이후 갤러리측은 깨진 조각의 판매를 검토중이며, 이번 사고로 쿤스의 파란색 '풍선개' 조각이 799개에서 798개로 줄어 오히려 희소성과 가치는 높아졌다는 발표를 했다. 미술의 상업적 가치에 대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식이었다.

1995년 미국 펜실베니아 요크에서 태어난 제프 쿤스는 1980년대 중반 세계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생존 작가 최고 경매가 기록을 매번 갈아치울 만큼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8년 런던 소더비에서 약 270억원에 팔린 (풍선꽃)으로 기록을 세운 이후로 2019년 그가 1986년에 만든 약 1m 높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토끼'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084억원에 낙찰돼 현존작가 최고의 작품가를 갱신했다.

긴 풍선을 묶고 꼬아 강아지 모양으로 만든 풍선은 어린이들의 파티나 놀이동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익은 물건인데 이런 평범한 물건을 확대해 반사율이 아주 높은 고광택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를 사용해서 작업한 '풍선개' 시리즈는 작가의 작품성향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섹스·어린이 장난감 등 약간은 저급함을 대놓고 작품의 소재로 삼으면서 저급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를 비웃듯 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제프 쿤스는 논란을 달고 다니는 예술가이면서 전문가들의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받아들여 대중에게 어필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아 웬만한 그의 대표작들이 수백억에 팔리는 등 작품 가치는 날로 치솟고 있으며 세계적인 권위와 유명세를 가진 미술관에서의 전시, 베네치 비엔날레의 초청 등으로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탑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 됐다. 

가장 미국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팝아티스트인 그를 통해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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