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남 사진작가와 '거제 한 컷' 찾기45】 일운면 '서이말등대'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산세를 이어가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비대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거제의 제2 먹거리 산업인 관광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외 유명 관광지를 체류하는 형태에서 안전과 비대면 등을 중시하는 여행으로 변화했다.
거제지역도 지난해 전체 관광객 방문은 줄었지만 사람들의 접촉을 피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비대면 안심 관광지'가 인기를 끌었다. 그런 가운데 거제지역의 비경과 포토존 200곳을 찾아 관광명소로 알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류정남(청춘사진관 대표) 사진작가의 노력이 최근 몇년 새 거제지역은 물론 전국의 셀카 및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을 거제로 향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 본지는 류정남 작가와 함께 거제의 사진찍기 좋은 곳을 찾아 다니며 인사(인생샷)찍기 노하우와 팁까지 함께 배워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서이말등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서이말등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에는 9경이 있다지만 사실 거제에서 9경을 선정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거제엔 9경 외에도 눈에 담기조차 벅찰 정도로 비경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거제시는 거제해금강·바람의언덕과 신선대·외도보타니아·학동흑진주몽돌해변·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동백섬지심도·여차홍포해안비경·공곶이와 내도·거가대교 등을 거제9경으로 정했다. 

당시 거제9경·9미·9품 선정은 선정위원회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나름 신뢰도를 높였지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중성적인 장소를 선정하면서 거제의 숨은 비경을 아깝게 떨어뜨리기도 했다. 

서이말등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서이말등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이번 한 컷은 비록 거제 9경에 밀려 선정되지 못했지만, 거제의 비경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서이말등대'로 떠났다. 지금은 서이말등대로 불리지만 사실 서이말이란 지명은 일제강점기 때 서이말의 모양이 쥐의 주둥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쥐귀 끝'이라는 뜻의 '서이말(鼠耳末)'로 붙이면서 생긴 지명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직전인 1872년 만들어진 '지세진지도'를 보면 서이말의 원래 지명이 금취(金嘴)인 것을 알 수 있다. 

고영화 고전문학연구가는 조선시대까지 서이말을 금취(金嘴)로 불렸는데 순우리말로는 '주전자부리·금빛부리'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쥐귀끝 보다 훨씬 아름다운 지명이다. 

이미 익숙해진 서이말이라는 지명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거제를 사랑하는 '한 컷'은 이번 지면만이라도 서이말이라 부르지 않고 원래의 지명인 '금취(金嘴)', '주전자 부리', '금빛부리'로 부르기로 했다. 

지세진이 그려진 1872년 지도에 서이말의 명칭이 '금취'로 표기돼 있다. @최대윤
지세진이 그려진 1872년 지도에 서이말의 명칭이 '금취'로 표기돼 있다. @최대윤

'금빛부리'로 가려면 지세포에서 와현마을로 가기 전 왼쪽 언덕길을 타고 가야 한다. 다음은 일운면 석유비축기지(U2)나 샛풍이재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 초소가 나오면 오른쪽 시멘트포장길로 들어서서 길 끝까지 가되 가끔 출몰하는 꿩·고라니·멧돼지와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 

'금빛부리'는 도착해서 눈에 담는 풍경도 좋지만 찾아가는 풍경도 절경이다. 오른쪽엔 와현해변의 쪽빛 바다와 멀리 해금강이 손에 닿을 듯 펼쳐져 있다. 

초소에서 '금빛부리'로 가는 좁은 외길도 울창한 숲과 굴곡진 길 너머로 보이는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가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주변 경치에 취해 이끌리듯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끝 지점 언덕에 하얀 '금빛부리' 등대가 서 있다. 

원래 금빛부리에는 '서이말항로표지관리소'와 군부대만 있었지만 지난 2016년부터 지심도 내 국방·군사시설인 국방과학연구소 해상시험소(사진·이하 해상시험소)가 이전해 국방과학연구소 서이말시험소로 운영되고 있다. 

서이말등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멀리 내도와 외도, 해금강이 모두 보인다. @최대윤
서이말등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멀리 내도와 외도, 해금강이 모두 보인다. @최대윤

'서이말항로표지관리소' 건물로 들어서서 등대로 오르는 계단에 앉으면 정겨운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왼편으로는 부산, 오른편으로 홍도가 또렷이 담기고, 정면에는 대마도가 아련히 손짓하고 있다. 

'금빛부리' 등대에서 바라보는 한낮의 바다는 유난히 윤슬이 빛난다. 하지만 일몰과 일출에 보는 붉은 비경도 놓치기 아까운 비경이다. 

1944년 1월 5일 첫 불을 켠 거제지역 유일 유인 등대인 금빛부리 등대는 대한민국이 일본에서 해방되던 1945년 8월 15일 폭격으로 파괴됐다가 1958년부터 2년 동안의 복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바닷길을 안내하고 있는 금빛부리 등대는 높이는 10.2m의 흰색 원형 모양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져 밤에는 20초마다 한 번씩, 안개가 짙은 날은 음파 10마일을 발성해 뱃길 안전을 돕고 있다.

'서이말항로표지관리소'에서는 1996년부터 무인화 된 홍도 등대도 관리하고 있는데 3명의 등대원이 교대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정남 사진작가가 서이말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최대윤 기자
류정남 사진작가가 서이말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최대윤 기자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금빛부리 등대로 가는 길은 야생동물을 자주 만나기 때문에 운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 군부대는 촬영이 제한적이니 드론촬영 및 부대촬영은 사전에 군부대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금빛부리 등대는 하얀 등대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깔끔하고 이색적인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다. 
 모델은 계단과 등대 아래 등 다양한 포즈로 찍을 수 있지만 등대와 계단으로 이어지는 조형미를 살리기 위해서 촬영자는 모델을 올려다보고 찍는 것을 추천한다. 등대 앞 잔디밭에는 모델이 점프샷 사진의 추억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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