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더니 어떻게…가족여행이 두려운 반려동물 3]
안락사 기다리는 360시간, 책임은 시민사회의 몫

사회 기능의 세분화와 핵가족화로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을 달래줄 반려동물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313만이고 이중 매년 10만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완동물'이라 부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의 의미를 담아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며 위로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과 같던, 아니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은 질병이 생기거나 가족의 경제 사정에 따라 버려져 '유기견'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고 마지막은 '안락사'로 마지막을 맞는다. 
본지는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망각에서 비롯된 유기동물 발생에 따른 지역사회 문제의 실태와 관리현황·개선방안을 주제로 이번 기획을 준비하게 됐다.  - 편집자주

구조된 유기동물 보호에는 적지않은 운영비가 발생하며, 이는 결국 유기동물의 안락사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 옥정훈 기자
구조된 유기동물 보호에는 적지않은 운영비가 발생하며, 이는 결국 유기동물의 안락사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 옥정훈 기자

지난 4월 정부는 지난 1991년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진 후 31년만에 대대적으로 법률을 정비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공포했다.

전부개정안에서 유기동물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법과 달리 보유자의 사육·관리 또는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와 사육 포기 동물 지자체 인수제도를 마련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개정된 법안은 동물 반려인(소유자)의 동물 사육·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어길 시에 동물학대로 처벌할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반려동물 소유자의 사육·관리 의무를 강제할 방법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소유자가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를 적발하거나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버린 소유자를 처벌하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반려동물등록제의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등록제는 반려동물 등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반려동물 입양 시 가까운 시·군·구청에 반려동물의 몸에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과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해 등록하고, 등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하는 제도다.

실제 거제시유기동물보호소에는 인식칩이 삽입되거나 부착된 유기동물이 적잖게 구조되는데 거의 대부분 인칙칩의 정보가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반려동물이 새로운 주인에게 분양될 때 인식칩의 정보변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반려동물등록제의 실제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반려동물등록제를 더 강력히 의무화하고 반려동물 재분양 시 인식칩 정보변경도 반드시 의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와 사육 포기 동물 지자체 인수제도의 신설 은 민간 또는 사설동물보호소의 운영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는 등 행정의 제도권에 두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유기동물보호시설을 운영하려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는 물론 관련 시설 및 운영기준을 지켜야만 한다.

그러나 이 법 조항에도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 민간동물보호시설의 설치 및 이전을 진행할 때 시설 및 운영기준만 마련돼 있으면 주변 상황과 위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환경법에는 지역주민의 생활환경보전 또는 상수원의 수질 보전을 위해 가축사육제한구역을 강력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민간동물보호시설의 경우 '사육'이 아닌 '보호'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최근 둔덕면 죽전 마을의 민간 유기동물보호시설의 경우에도 마을주민은 물론 인근 마을주민까지 민간동물보호시설의 이전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주민과 민간동물보호시설 간 심각한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거제시의회 노재하 의원은 "민간 유기동물보호시설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역 주민과 협의 없이 일방적인 시설의 설치와 이전은 부적절한 것으로 반드시 관련 조례나 법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유기동물 보호라는 명목 아래 지역민의 반대와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원래 목적인 유기동물 보호의 선한 뜻까지 왜곡돼 보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애니멀호더, 법보다 의식개선이 먼저

지난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소유자 중 반려동물의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26.1%가 '있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동물이 집안의 물건을 훼손하거나, 울음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반려동물 양육에 따른 가계 지출·질병 및 사고에 따른 비용 부담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동물을 입양하기에 앞서 충분히 고려해야 할 상황이지만 사전 지식이나 별다른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애니멀호더(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애완동물을 키우는 행위)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적잖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이같은 행위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면밀한 계획과 준비 등 자격이 없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법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있을 정도다.

구조된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선 운영비와 인건비·치료비 등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늘어나는 유기동물 탓에 결국 유기동물보호소의 예산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고 치료와 동물보호 유지의 한계 때문에 구조된 수많은 유실·유기 동물들이 자연사나 안락사를 기다려야 한다.

현행법상 동물 유기는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전담 인력이 부족하고, 고의성 입증도 어려워 단속 실적이 거의 없다. 유기동물을 차단할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가장 시급한 것은 법 규제의 강화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의식 전환이다. 반려동물의 입양은 생명을 책임지는 일인 만큼 반려동물에게 양육의 의무를 다하는 소유주는 존중받고 동물을 학대하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물 소유자는 반드시 처벌받는 사회가 만들어져야만 유기동물에 따른 사회문제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거제시의회 박명옥 의원은 거제지역의 유기동물 증가와 관련해 '거제시 동물보호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발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발의를 계획 중인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동물복지 계획 수립, 동물복지위원회의 수립, 길고양이 보호관리 방안 마련 등을 담았다"면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거제가 만들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