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려동물과 떠나는 이별 여행지로 각광 받는 '거제'

사회 기능의 세분화와 핵가족화로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을 달래줄 반려동물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313만이고 이중 매년 10만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완동물'이라 부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의 의미를 담아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며 위로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과 같던, 아니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은 질병이 생기거나 가족의 경제 사정에 따라 버려져 '유기견'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고 마지막은 '안락사'로 마지막을 맞는다. 
본지는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망각에서 비롯된 유기동물 발생에 따른 지역사회 문제의 실태와 관리현황·개선방안을 주제로 이번 기획을 준비하게 됐다.  - 편집자주

매년 늘어나는 유기견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거제시가 운영중인 사등면 두동리에 있는 거제유기동물보호소 모습. /사진= 옥정훈 기자
매년 늘어나는 유기견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거제시가 운영중인 사등면 두동리에 있는 거제유기동물보호소 모습. /사진= 옥정훈 기자

휴가철이 되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시민들은 반려동물을 혼자 둘 수 없어 골칫거리다. 애견호텔에 맡기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휴가가 인기를 끌며 수도권 주변과 관광지에서는 반려동물 입장이 가능한 숙박시설이 여러곳 생겨나고 있다.

애견을 위한 식기부터 놀이공간과 수영장까지 갖춘 애견 펜션족들을 위한 새로운 휴가지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거제지역의 경우는 좀 다르다. 분명 반려동물과 함께한 가족 여행이었지만 집으로 향하는 여정엔 사람만 있고 동물은 거제에 남는다.

거제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거제지역에 버려졌다가 구조된 유기동물은 지난 2019년 1117마리, 2020년 1424마리, 2021년 1226마리며 올해도 지난 7월까지 761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가족이라더니 어떻게...-휴가철 반려동물들이 오기 싫은 관광지 거제도...

동물연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유기동물은 11만6984마리로 이중 경남지역은 1만1939마리, 거제지역은 1226마리로 나타났다.

전국에 버려진 유기동물 중 거제에서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우리나라 전체 유기동물의 1% 가까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거제지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발생현황을 시기별로 보면 1월 87마리, 2월 90마리, 3월 91마리, 4월 107마리, 5월 173마리, 6월 159마리, 7월 109마리, 8월 99마리, 9월 83마리, 10월 116마리, 11월 48마리, 12월 64마리로 나타났다.

유기동물 발생이 날씨가 좋고 관광객이 거제를 많이 찾는 4월~7월, 10월에 집중되고 있어 관광객의 수요와 적잖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상이 아니더라도 거제지역 유기동물보호소 및 시민들의 제보도 넘쳐난다. 유기동물이 관광객이 많은 시기에 발생한다고 해서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장소가 꼭 관광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보에 따르면 거제지역에서 반려동물을 버리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는 장소는 관광지 인근보다는 인적이 드문 도로변 및 농로·야산·임도·방파제·시골 농가 인근 등이다.

[표] 2021년 거제시 월별 유기동물 발생건수
[표] 2021년 거제시 월별 유기동물 발생건수

유기견은 늘어나는데…동물보호 기관은 4곳, 400마리 수준

반면 거제지역의 유기동물 보호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거제시 행정에서 직접 관리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는 사등면에 위치한 '거제시유기동물보호소'로 최대 개 250, 고양이 50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시설은 공무원 1명·공무직 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년 2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지원센터 및 반려동물 놀이터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제지역의 민간 유기동물보호소가 3곳 운영되고 있다. 각 기관마다 70마리 수준의 유기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데 거제시가 직접 운영하는 거제시유기동물보호소에서 수용할 수 있는 동물까지 거제지역에는 매년 400여마리 수준의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거제시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3분의1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머지 반려동물은 분양 시도 후 일정기간(보통 15일)이 지나도록 새로운 주인이 없으면 안락사가 결정된다.

다만 거제지역의 경우 유기동물의 분양률이 원활한 편이어서 안락사율이 전국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거제지역 유기동물 보호기관에 있는 유기견들. /사진= 옥정훈 기자
거제지역 유기동물 보호기관에 있는 유기견들. /사진= 옥정훈 기자

동물자유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거제지역 유기동물 안락사율은 1.6%로 전국 평균 15.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거제지역에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원인중 하나가 거제지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의 높은 분양률과 낮은 안락사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거제지역에서 발견되는 유기동물의 포획상태를 보면 유기동물 발생 원인도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다.

유기동물 중 가장 많은 개의 경우 품종이나 혈통과 상관없이 버려지는 사례가 많은데 그중에서 질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많은 동물이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비싼 의료비 부담이 반려동물 유기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데 질병에 걸린 유기동물의 경우 분양도 쉽지 않아 안락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시민 A씨는 "거제를 비롯해 매년 휴가철마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가 늘고 있는 것은 동물유기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라면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홍보·캠페인을 진행하고 동물유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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