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후보자 모두 승자이다

2일 오전 5시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제시장 선거에서 박종우 당선인이 선거캠프에서 당선축하 떡케이크를 절단하고 있다. /사진= 옥정훈 기자
2일 오전 5시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제시장 선거에서 박종우 당선인이 선거캠프에서 당선축하 떡케이크를 절단하고 있다. /사진= 옥정훈 기자
김동성 거제신문 대표이사
김동성 발행인

가뭄에 갈라진 논·밭처럼 거제시민들의 마음을 찢어 놓았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 지방선거)가 모두 끝났다. 당선된 박종우 거제시장과 광역·기초의원들은 7월부터 시작되는 민선 제8기의 지방자치시대를 열어 갈 것이다.

정당을 떠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인 지방자치를 거제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한층 성숙된 정치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며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낙선한 후보들에게는 아쉬움의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계속된 코로나19 환경속에서도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로 이어진 150여일 동안 과열과 혼탁의 선거판에 지쳐버린 거제시민들에게 투표율 51%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 참여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유권자·후보자·선거종사자 모두가 승자이기에 박수를 보낸다.

투견판이 돼버린 시장선거와 무관심속 광역·기초의원선거

거제는 국민의힘 시장후보 경선에서부터 터져나온 공천학살 음모론을 주장하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혼탁·과열선거는 예상되었다.

5월19일부터 시작된 공식선거운동 기간에는 거대양당 후보들의 연일 쏟아내는 금권·불법선거 의혹과 진실 공방으로 논평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도에서 중립이어야 할 언론들도 줄서기에 급급한 모습이 상식의 수준을 넘었다.

시민들은 거제시 역대 선거중에 이번 선거같은 개싸움판은 없었고 거제시민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거가 과열과 혼탁으로 치달으면서 인물검증과 정책선거는 사라지고 광역단체장과 기초의원·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가 되어버렸고 시장선거에서는 박빙의 승부로 0.4%미만으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이번 거제시 지방자치 선거 결과는 박종우 시장과 광역위원 국민의힘 3명, 기초의원 더불어민주당 8명, 국민의힘 5명으로 결정되었지만 50%를 간신히 넘긴 투표율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거대양당 시장후보들에 대한 선관위와 검·경의 고발사건이 너무 많아 사회적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 또한 내일이면 같이 일하고 만나야 할 친구·선배·이웃들이 후보들의 득표율만큼이나 양분되어 있는 사회적 갈등구조와 선거운동 과정에 개입하여 대립각을 세운 언론들도 걱정이다.

새로운 거제를 위한 통큰 양보와 화합 모색 필요

중요치 않은 지방자치선거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거제 민선8기 광역·기초의원들과 거제시장의 역할은 거제시 100년 대계의 주춧돌을 놓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그 역할이 중요하다.

KTX 남부내륙철도 2027 개통은 거제대교 감격만큼이나 거제가 천지개벽하고 재도약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국도5호선과 국지도 58호선, 국도14호선(일운∼남부)개량사업, 한·안세안 국가정원, 가덕도신공항 개발과 배후단지 조성, 장목관광단지 조성과 국제컨벤션센터 건립, 신에너지 융복합단지와 수소연료전지 발전 건설 등 복지·문화·경제분야에서 거제의 100년을 위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밑그림을 그려야 할 당선자들의 책임이 너무 크고 무겁다.

선거 이후 거제시민 사회의 화합 없이는 새로운 거제 100년의 준비는 어렵다. 당선자들은 선거로 인해 발생한 지역사회 갈등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맡기고 선거운동으로 인한 감정싸움이나 선거중 운동원들과 시민들의 양분된 갈등구조는 대승적인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

많은 시민들은 지난 2018년 민선 7기 서일준 현 국회의원과 변광용 현 시장의 선거와 함께 문상모 후보와 서일준 국회의원의 2020년 총선 유세 마지막날의 아름다운 모습을 회상하며, 이번 지방선거는 거제 민주주의 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난 이야기만 해서는 당면한 거제지역 사업을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선거는 끝이 났다. 거제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 후보의 공약까지도 챙겨보고 반대편에 섰던 유권자도 거제시민이기에 포용할 수 있는 승자의 아량과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야와 보수·진보가 거제 내일을 위해 공감하고 배려하면서 격려하고 화합하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되어야만 한다.

조선 영·정조시기 학자였던 성대중(成大中) 선생의 청성잡기(靑城雜記) 중 화생어구(禍生於口)를 해석한 일침(一針)이라는 책에서 ‘자신을 찍는 도끼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을 찍었던 도끼다. 나를 치는 몽둥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남을 때리던 몽둥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귀해졌다고 교만 떨지 말 것을 충고하면서 ‘청렴하되 각박하지 않고, 화합하되 한쪽으로 휩쓸리지 말 것과 엄격하지만 잔인하지 않고, 너그럽되 느슨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사람이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언제나 행함을 잊어 탈이 난다’는 해석과 함께 ‘이름은 뒷날을 기다리고, 이익은 남에게 미룬다. 세상을 살아감은 나그네처럼 벼슬에 있는 것은 손님같이 하라.’는 말을 전한다.

제8회 거제 지방자치 선거 투표율 51%는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고, 시장은 유권자의 25% 정도의 지지로 당선되고 승자가 되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권력은 십년을 넘지 못하고 활짝 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선거라는 것은 긴 우리 인생에서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는 출마의 변과 유세 중에 거제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머슴이 되겠다고 목이 터져라 맹세했다. 이제는 거제의 번영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선거 결과를 깨끗하게 인정하는 모습과 함께 거제 미래 100년을 위한 화해와 관용 그리고 양보와 타협이라는 화합의 손을 내밀어 줄 것을 시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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