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승 거제언론사협의회장
전의승 거제언론사협의회장

제20대 대선이 끝났다. 양강 후보의 표차는 0.8%p로 유례없는 초박빙 선거였다. 승자는 당선 각오로 '국민 통합'을 가치로 내걸었고, 패자는 낙선 책임을 '오롯이 내 몫'이라고 했다. 그만큼 치열하고도 팽팽한 초접전이었다.

이번 대선은 초박빙 접전 등 예전과는 달라진 여러 가지 함의(含意)를 남기기도 했다. 양강 후보에 대한 역대급 비호감 논란,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에 얽힌 선관위 관리 문제, 다소 옅어진 색깔론 대신 불거진 젠더 갈등, 여전했던 지역주의와 세대간 대결 양상 강화, 보수정당 중도화 가능성 등이다.

한편으로 거제에 국한하면 2017년 제19대 대선과도 확연히 다른 양상이었다. 올해 거제 투표율은 75%로 당시 76.3%에 비해 다소 낮다. 당시 선거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거제 18개 면·동 가운데 9개 동(洞) 지역 모두 다른 후보를 압도했고, 면(面) 지역인 연초면에서도 보수 후보를 앞설 정도로 압승에 가까운 낙승이었다.

반면 올해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가 9개 면지역을 포함해 4개 동지역에서도 더 득표한 걸로 나타났고, 본투표 외 사전투표 등의 합산 득표도 앞섰다. 이재명 후보는 나머지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5개 동(능포·아주·옥포2·수양·상문)에서만 근소 또는 일부 여유있는 우위에 그쳤다.

좀더 셈하자면, 당시 문재인 후보는 6만8291표(45.7%)를 얻었고, 이재명 후보는 6만4355표(44.7%)를 얻었다. 1%p 낮아졌다. 당시 홍준표 후보와 중도 보수후보의 득표를 합산하면 7만75표(46.8%)인데, 이번 윤석열 후보는 7만1772표(49.8%)로 3%p 높아졌다. 득표차는 비슷하게도 5.1%p였다. 다소 낮아진 투표율, 인구 감소 영향, 진영간 결집 등과 맞물려 5년 만에 야당의 신승과 여당의 석패로 결과가 뒤바뀐 셈이다.

물론 경남 시·군 중에선 거제 득표차가 김해(3.1%p)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는 점에서 정권교체 지수가 일관되게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꽤 선전했고, 국민의힘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6월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목전인 만큼 여야는 재차 전열을 정비하는 분위기다. 대선 결과가 거제 지방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할 수 없어 보인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다. 거제시민으로선 당선인의 거제 공약에 주목할 시점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거제 유세에서 '조선산업 부활'과 '사통팔달 교통망 확충', '국제관광도시 조성'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거제 주요 현안의 큰 틀이라 할 수 있다. 마침 지역구 국회의원인 서일준 의원이 당선인의 대선 비서실장을 역임했다는 점도 거제로선 호재라 할 수 있다.

거제는 아직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위기상황이 지속중인 만큼,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부응할 수 있는 인력 확충이 특히 시급하다. 인구 증가 및 유지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4년째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대우조선 매각 문제도 재정립해야 한다. 당선인의 임기내 방점을 찍어야 할 특급 현안들이다.

교통망 확충과 관련해서도, 남부내륙철도 개설과 가덕신공항 건설, 대전 고속국도 거제연장, 마산 국도5호선 거제 연결 등이 현재진행형 과제다. 아직까진 부족할 수밖에 없는 관광도시 자리매김을 위한 민자유치와 정책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일례로 동부면 학동에 내주 개장하는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의 랜드마크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거제시 행정과 정치인들은 이 같은 현안 해소를 위한 여러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왔다. 다만 시장과 국회의원의 당적이 다른 탓에 빚어진 소모전이나 기싸움 양상도 있었기에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거제 공약(公約)이 허무한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정치적 유불리나 여야 진영을 떠나 '오직 거제'를 위해 거제시와 정치권이 끈질기게 노크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