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양귀비 몰락의 원인이 된 오빠 양국충은 겨울이면 수십명의 미인을 발가벗겨 죽 둘러앉히고, 그 속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를 육병(肉屛)이라 한다. 남당(南唐) 때 사공(司空) 벼슬을 지낸 손성(孫晟)은 밥 먹을 때 음식을 소반에 얹지 않고 수십명의 나체 미인들에게 들고 있게 해 먹었다. 이를 육대반이라 한다. 당대 부자들이나 권력자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다. 한때 일본의 퇴폐풍조였던 '알몸 스시'의 원조쯤 되려나.

동양에서의 나체는 불경스럽고 혐오의 대상이 되지만 서양은 좀 다르다. 나체촌도 있고 누드비치도 있다. 이런 전통은 이미 고대 그리스 때부터였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은 나체 운동회였다. 남자들은 벌거벗고 시합했다.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들까지 나체였다. 이때 우승한 남자가 흘린 땀은 따로 모아 여자들에게 비싼값으로 판매되었다. 심지어 강인한 여성상을 추구해온 스파르타에서는 여성들만의 나체경기가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벗은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알았다)"라고 소리치며 벗은 몸으로 궁전으로 갔다는 일화로 보아, 그 당시로는 그리 창피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인들이 옷을 벗는 것은, 그들은 신체에 대한 특별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육체적 쾌락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이며 그리스다움으로 여겼다.

일상생활에서 나체로 지내는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 집에서 옷을 한번 벗어버리고 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는 것과 같다.

2005년 7월말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 출연한 인디밴드 럭스의 '나체소동'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는데, 지난 3월11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물론 각본에 의한 무대연출이었지만 프로레슬러 출신배우 존 시나가 시상식에 중요 부위만 작은봉투로 가린 채 나체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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