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2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 - 우수 (수필)

지수민 옥포중 2년
지수민 옥포중 2년

나는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쨍'하는 소리에는 비명소리만 가득합니다. 저는 오늘 어쩌면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청난 공포와 연기로 아군도 적군도 전혀 구별할 수 없음에도 나는 달려나가 떨리는 손을 총 위로 얹습니다. 누굴 죽여야하고 살려야 할지 생각을 할 여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나는 그때만큼 심장이 떨리고 공포스러웠던 적이 없었을겁니다. 그때의 나는 사명감, 애국심 따윈 기억에 없었습니다. 단지, 계속해서 더 빨리 쏘고 무작정 뛰어갈 뿐. 꼭 살아서 집에 가고 싶습니다.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은 피난길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흥남으로 가는 길입니다. 배가 있다는 말 때문입니다. 흥남에 도착했을 때는 부모와 자식의 손을 놓치고 울부짖는 소리, 배에 오르다 추운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배를 타려고 하는 사람들이 섞여 즐비했습니다. 막 도착했을 때에는 배가 없었지만 점점 배들이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옆에선 군인들이 무언가를 바다에 던지고 있었습니다. 칼날 같은 바람이 불고 마음이 심란합니다.

저는 꼭 살고 싶습니다. 마침 엄청나게 큰 배가 도착했습니다. 메러딕스 빅토리호였습니다. 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더 커진 불안함 속에서 저는 좁다란 나무판 위에 올라 배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배에 오른 후 시간은 정말 멈춘 듯 했습니다. 배에 탄 모두가 다 긴장하고 잘 도착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배는 장승포에 도착했습니다. 배가 항구에 도착하자 가족을 잃은 채 슬픔에 잠긴 사람도, 부둥켜 안고 우는 사람들이 쏟아졌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현재를, 시대를 우리는 삽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빛나지 못했던 청춘의 그림자를, 빛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우리나라를 위해 건 사람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전쟁에는 승자가 없습니다. 전쟁의 참전국에는 슬픔과 고통, 승전국과 패전국이라는 타이틀만 남습니다. 전쟁에 참여한 모든 병사들의 꿈은 전쟁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피란민들은 자신의 평생을 살아간 동네를 자신들의 발로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 끔찍한 전쟁을 이미 겪었고,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우리는 전쟁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전쟁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수만명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잠시 누리고 있는 이 평화는 전쟁에서 희생하신 수 많은 사람들의 피, 땀, 눈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들은 비록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지금의 평화가 절대로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희생하신 청춘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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