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남해안별신굿 2024년 공개 공연 ‘죽림마을 별신굿’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마을 주민들이 띠배를 바다에 보내기 위해 죽림마을 수중묘로 이동하고 있다.  @최대윤 기자 

가장 거제스러운 축제가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거제면 죽림마을(이장 홍호식)에서 열렸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회장 이현호)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재청, 한국문화재단, 거제시가 후원하는 사단법인 국가무형유산 남해안별신굿 2024년 공개 공연이다. 

14일 오후 5시 대나무가 많은 물가에 위치해 ‘다숲개’라고 불리는 거제면 죽림마을 입구 어귀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죽림별신굿은 첫째 날 들맞이당산굿으로 시작해 둘째 날 산신제, 일월맞이, 골매기굿, 할미당굿, 부정굿, 가망굿, 제석굿, 선왕굿, 용왕굿, 지동굿, 손님풀이, 영호찬, 대신풀이, 군옹굿, 시석(송신굿, 거리굿), 띠뱃놀이 순으로 이어진다.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들맞이당산굿에 곱게 차려입은 무당이 부채 펼쳐 들고 연신 ‘우짜든가’라며 구성진 사투리를 쉼 없이 뱉어낸다. 마른 대구(大口魚)로 마을 사람들의 엉덩이와 등을 두드리고 전통 한지(韓紙)를 귀에 불을 붙여 올리는 소지(燒紙)로 액운을 몰아내는 의식이 익살스럽고 흥미진진하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남해안별신굿은 예전 거제지역에서는 흔한 굿판이었다. 죽림마을을 비롯한 구조라·망치·양화·수산지역에 이르기까지 거제지역 해안 마을은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 사이 별신굿을 열었다. 

거제뿐만 아니라 부산 영도서부터 통영과 남해 여수에 이르기까지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1년 중 가장 성대히 치르는 마을축제(洞祭) 였고, 경제적으로 또는 신체적으로 고단한 어민의 애환을 달래 주는 축제이자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거제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거제지역의 별신굿은 조선산업의 발달과 도시화의 영향으로 1992년 공연을 끝으로 중단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가무형유산 남해안 별신굿 보유자인 정영만 씨가 지난 2008년부터 문화재청의 도움을 받아 죽림마을 별신굿을 복원하고 2년마다 공연을 이어가면서 명맥을 잇고 있고 지금의 그의 제자들이 뜻을 이어가고 있다. 

정영만 씨가 죽림별신굿을 복원한 이유는 조상 대대로 ‘안태고향’이었던 거제의 사라져가는 별신굿의 명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죽림마을 별신굿이 복원된지 16년, 죽림마을 별신굿은 대숲개 마을 사람들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 등 마을 공동체적 단결을 도모하는 마을 행사를 넘어섰다.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경상도 특유의 입담과 춤, 예술성 높은 무악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종합예술을 보기 위해 해마다 구경꾼이 늘어나는 명품 축제로 거듭나고 있어서다. 

이틀 동안 남녀노소가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누며 어울려 춤추고 놀며 복을 빌고 액을 물리치는 굿판이 끝나면 굿을 열던 기간만큼 마을에선 ‘쇠’소리를 내면 안된다. 실컷 먹고 놀았으니 그만큼 자중하고 본업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죽림 별신굿의 대미를 장식하는 띠뱃놀이는 주민들의 협동심과 단합이 돋보이는 차례다. 주민들은 띠배를 띄우면서 “멀리멀리 가거라, 절대로 돌아오지 말아라”고 외치며 나쁜 것, 부정한 것 등 모든 액운을 싣고 떠나가는 띠배를 보며 기원하며 별신굿을 마무리한다.

죽림마을 홍호식 이장은 “매년 이맘때면 마을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덕석을 깔고 왁자지껄 벌이던 별신굿 준비하며 한 해를 시작하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요즘은 띠배를 만들 젊은 사람도 행사에 참여하는 주민도 점점 줄어 죽림마을 별신굿의 명맥을 이어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죽림마을 별신굿이 오랫동안 보존 될 수 있도록 거제시와 시민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죽림마을 별신굿 순서다.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들맞이당산굿  @최대윤 기자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들맞이당산굿  @최대윤 기자 

첫째 날 

들맞이당산굿 - 마을 입구에 있는 아랫당산에서 별신굿의 시작을 알린다. 그동안 보살펴주신 당산신령에게 감사드리고 마을주민 모두가 정성을 모아 앞으로의 안녕과 복을 빈다.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둘째 날

산신제 - 들맞이당산굿이 끝나고 모두들 바깥출입을 삼가고 조용히 근신하면 자정이 되어 마을 뒷산에 있는 윗당산에서 산신에게 정성을 드린다. 마을을 지켜주는 자연의 신에게 예와 정성을 갖추어 기도하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일월맛이 -마을에서 일출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서 해와 달에게 비는 굿으로 주로 윗당산에서 한다. 일월성신에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돌봐줄 것을 기원하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자 염원하면서 마을주민 모두에게 복덕이 내려지기를 희망하고 자손들의 수명장수를 소망한다.

골메기굿 - 마을 곳곳을 돌며 마을을 수호하는 모든 신들을 모시는 굿으로 서낭대를 따라 굿을 하는 제청으로 오시라고 청하고 대접한다. 마을의 벅수 앞에서 메구를 치며 벅수굿을 하고 마을의 식수인 우물가에서는 우물굿을 한다. 선창에 가서는 용왕을 맞이하고 옛날에는 각 가정 중 안택을 바라는 집에서 지신밟기를 했다.

할미당굿 - 죽림마을은 다른 마을과 달리 할미당을 모셔 놓고 있는데 골메기굿을 하고, 굿청으로 가기 전에 할미당에서 미륵할매에게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부정굿- 신을 맞이하기 전 굿을 하는 장소인 제청을 깨끗이 정화하며 자리를 밝힌다.

가망굿 - 가망신은 일기(日氣)와 관련된 신으로 가망 할매에게 비, 바람, 태풍 등과 같은 날씨를 잘 조절하여 마을 사람들의 생업인 어업과 농업 등이 큰 피해 없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원한다.

제석굿- 제석신은 가망신과 부부신으로 마을 사람들의 재수, 수명, 다산, 풍요를 기원한다. 가망굿과 제석굿은 연행양상에 따라 가망제석굿으로 합쳐서 하기도 한다.

선왕굿- 팔도명산의 선왕들과 해안지방의 선왕들 및 어선을 관장하는 선왕과 집에서 모시는 선왕들을 모시고 마을의 안녕과 각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며, 특히 바다에서 풍어를 염원한다.

용왕굿 -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님에게 어업의 무사함과 풍어를 기원한다. 생업이 바다와 직결된 곳일수록 그 규모가 커지며, 각 가정에서 용왕상을 따로 준비해 바다 일의 안전과 풍어를 빈다.

지동굿- 별신굿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굿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기록한 문서가 저장된 자동궤를 열어 놓고 시작한다. 이때 마을주민들도 모두 일어나 마을 선조들의 신위와도 같은 지동에 예를 다하고 조상들을 위무하고 대접하며 마을 사람들의 근본을 되새기는 굿이다.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죽림마을 별신굿 시연 장면 @최대윤 기자 

손님풀이 - 옛날 가장 큰 병마였던 마마를 큰 손님으로 칭송하여 모든 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달라고 염원하는 굿이다. 또한 인간의 생노병사는 그 인간이 지은 죄와 닦은 복덕에 있으니 살아감에 있어 많은 복을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영호찬 - 지동굿을 통해 모신 마을의 조상들을 대접하는 굿으로 고금역대 황천문답, 축문, 환생탄일, 시왕탄일로 구성된다. 죽음은 선후가 있을 뿐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으니 이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고금역대와 두렵지 않은 사후 세계를 위하여 선행을 베풀고, 악행을 멀리하고, 다른 이에게 복을 쌓아야 한다는 황천문답, 유교식 상장례의 과정과 축(祝)을 구성함으로써 죽음의 슬픔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축문, 불쌍하게 죽은 애달픈 고혼들을 다시 환생시켜 줄 것을 비는 환생탄일을 연행한다. 마지막으로 저승을 관장하는 십대왕에게 지옥을 면해갈 것을 비는 시왕탄일을 하며 살아있는 사람들의 발복을 기원한다.

대신풀이 - 시왕탄일이 끝나고 나면 수시나위를 시작으로 대신풀이가 시작된다. 남해안별신굿의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넋을 기리고, 승방이 산이들에게 술을 한잔씩 주며 덕담과 함께 굿하는 동안의 노고를 서로 위안해 준다.

죽림마을 별신굿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띠뱃놀이' @최대윤기자 
죽림마을 별신굿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띠뱃놀이' @최대윤기자 

군웅굿 - 마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영혼들과 나아가 나라를 위해 이름 없이 돌아가신 장수나 장졸들의 넋을 위무하고 그들의 위엄으로 온갖 액운과 고(苦)를 물리쳐줄 것을 빈다.

시석(송신굿, 거리굿) - 마을을 위한 모든 굿이 끝나고 나면, 떠도는 영혼이나 제청에 좌정하지 못한 잡신들도 굿이 끝났으니 한판 멋지게 놀다가 많이 먹고 마을의 모든 액을 다 가지고 좋은 곳으로 떠나라는 내용이다.

띠뱃놀이 - 띠뱃놀이는 현재 거제 죽림마을에서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영남의 가래소리와 함께 관객과 마을주민들 모두가 함께 가래소리를 부르며 띠배를 메고 바닷가로 나가 마을의 모든 액과 부정한 것, 그리고 모든 이들의 염원을 함께 싣고 바다로 멀리 띄워 보내는 놀이로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고 기원하는 놀이다.

죽림마을 별신굿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띠뱃놀이' @최대윤기자 
죽림마을 별신굿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띠뱃놀이' @최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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