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설날이 되면 아침에 차례를 지낸 후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올린다. 세배를 받은 사람은 덕담(德談)을 해준다. 새해 아침에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들려주면 일 년 내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에서 생긴 세시풍속이다. 세배를 드리고 나면 떡국으로 마련한 세찬(歲饌)을 먹고 어른들은 세주(歲酒)를 마신다.

섣달그믐에 하는 '묵은 세배'와 정초(歲)에 하는 세배가 있다. 세배는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인사이며 한 번만 해야 하고, 누운 사람이나 아픈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다. 절은 하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 자고 난 옷 그대로 절을 받아서는 안 되고 제대로 복식을 갖추고 정좌하여 절을 받고, 절이 끝나면 반절로 가볍게 답례해주어야 한다.

세배하는 사람이 어른이면 덕담을 어린이면 세뱃돈을 주기도 한다. 세뱃돈은 복을 주는 것이니 새 돈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흔히 세배를 드리면서 "건강하세요"와 같은 인사말을 하는데 이건 잘못된 인사법이다. 세배는 말없이 하는 것이고 어른의 덕담을 들은 후 공손하게 "감사합니다"하고 물러나야 한다.

세배는 새해를 맞아 손아랫사람이 손윗분들에게 드리는 인사이므로 "세배받으세요"보다는 "세배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세배는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대보름까지 할 수 있다. 외부출입이 어려웠던 조선시대의 부녀자들은 몸종이 대신하여 문안하도록 하는 문안비(問安婢)의 풍속도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말은 설날의 전통인사법이 아니다. 양력 새해가 강조되면서 생겨난 현대식 인사말이다. 

이제는 묵혀졌지만 "과세(過歲) 잘 하셨습니까?" "과세 편안 하십시오." 등이 설날인사였다. '과세(過歲)'는 '설을 쇠다'는 뜻이다.

설은 '쇠는 것'으로 '쇠다'는 '명절, 생일, 기념일을 맞이해 기림한다'는 뜻이다. 별것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언어 하나에서부터 소박하게나마 전통문화를 이해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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