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2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 - 우수 (독후감)
'꽃잎은 바람에 지지 않는다'를 읽고

김유진 / 일반
김유진 / 일반

작전명 '폭풍'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 4시, 숨죽이며 조용히 그리고 치밀하게 북한군의 탱크가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의 우세는 북. 탱크로 무장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은 민간인, 군인 할 거 없이 모조리 죽인다. 한국군은 UN군까지 합세해 북으로 전진하였고, 중공군이 원산까지 점령하면서 모든 퇴로가 막혀 흥남부두에서 해상으로 철수를 결정한다. 

한국군은 흥남부두로 몰려든 피난민들과 함께 철수 하겠다고 하나 UN군은 병력과 장비를 싣는 수송선도 부족하며 피난민 사이에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를 꺼렸다. 

한국군은 피난민들을 엄호하여 육로로 퇴로하겠다고 한다. 통역 현봉학과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설득 끝에 미10군단 사령관은 '남는 자리가 있으면 태우겠다.' 하여 흥남에서 유래 없는 민간인 철수 작전이 시작됐다. 

1만4000여명의 피난민들이 거제로 정착해 살게 됐고 흥남철수 때 피난온 피난민들은 고향을 떠나 실향민이 되었지만 거제도 시민들은 그들을 살뜰히 품어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윤용철 작가. 군 입대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전쟁에 참전한 분이다. 책에 나오는 작가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보통 작가소개 글의 사진은 현재의 모습을 많이 싣는 편인데 작가는 10대의 군인시절의 모습을 실었다.

책을 펴기 전의 느낌은 아직도 전쟁의 고통 속에 계신건 아닌지 하는 도리어 걱정과 저자의 묵직한 울림에 대한 기대로 책을 펼쳤다. 

저자는 가난으로 인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군에 입대 한다. 군대에 갈 때도 전쟁이 발발한다는 소문과 걱정이 있었지만 딱히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어 보였다. 무조건 군대에 가서 끼니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50년 6월25일 전쟁이 발발했다. 눈앞에서 전우가 부상당하는 것을 보고 부상병을 엎고 냅다 뛰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며칠 몇날의 굶주림은 고사하고 당장 앞에서 북한군을 맞닥뜨리게 될까 잠도 못자고 한강을 건너 부평 제17연대를 만났다고 한다. 다시 부대에 합류하여 전투태세 돌입하는데 남한이 한강다리를 폭파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미처 떠나지 못한 피란민, 다리 위 탑승했던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겪어보지 못한 전쟁의 고통이 책을 넘어 느껴졌다. 저자는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다를 때 크리스마스 고지전 전투에서 부상으로 코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이 흉측하여 살고 싶지 않아 자해를 하니 미국 의무관이 허벅지살을 떼어 코 재건술로 그의 얼굴을 다시 살려줬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작가는 군대에 다시 입대하고 제대하여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전쟁의 고통이 글로 통해 표현했을 때 글을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이 고통스럽다고 느낄 것이다. 허나 직접 전쟁을 치러본 당사자들은 글로 표현되지 않는 아픔은 가히 그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참화가 휩쓸고 간 나의 나라는 무너지고 부서지고 모두 황폐화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흙더미에서 다시 세우고 일으키고 이렇게 나의 조국은 발전 했으니, 그 시대를 살아온 나의 윗세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는 지금 거제도에 산다. 한마디로 섬이다. 예로부터 여기는 유배지로 더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우암 송시열이 유배를 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동수단은 배뿐이니, 최적의 유배장소다. 과거에는 유배지였지만 현재의 거제도는 한국전쟁 때에는 포로들을 수용했고, 흥남철수 때에는 피난민을 품어준 곳이기도 하니, 이쯤 되면 거제도는 어머니 같은 섬이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것을 품어주는 곳 같다.

두만강 푸른 물을 본적도 없고 평양 옥류관 냉면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북한군, 남한군, 민간인, 피난민을 떠나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보통의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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