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띠해다. 십간의 오방색이 푸른색이라 청룡(靑龍)이다. 우리 민속에서 십이지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로 힘과 권위의 상징이며,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만물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 곧, 물의 정령이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은 자신이 죽으면 용이 되어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노라는 유언을 남겼다. 681년 7월, 왕이 죽자 유언에 따라 화장하여 동해 큰 바위섬에 장사지냈다. 그곳이 지금의 감포 앞바다 대왕암이다.

그의 아들 신문왕이 부왕의 은혜에 감사하여 감은사(感恩寺) 절을 지었다. 지금은 바다와 떨어져 있지만 옛날에는 절의 앞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금당의 기단 아래로 동쪽으로 향한 구멍을 두어 이곳으로 해룡(海龍)이 된 문무왕이 드나들게 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전한다. 용은 호국의 화신이며, 물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중요한 설화이다.

물(水)의 옛말은 '믈'이고, 용(龍)의 우리말은 훈몽자회(訓蒙字會)에 '미르'라고 했다. '미르'는 '믈'이 어원이다. 잔치가 있거나 행사 때 용띠가 날을 잡으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용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우리나라 민간신앙에서 산신이 호랑이라면 수신은 용이다. 별주부전의 용궁이나 심청전의 용궁이야기는 지어낸 허구라기보다는 그 당시 사람들의 내면에 있던 의식세계였다.

용은 땅과 하늘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비와 구름을 관장하는 신이다. 농경 민족인 우리에게 물은 생명처럼 소중하다. 가뭄이 들면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고, 어촌에서는 용왕굿이나 용왕제를 지내며 배의 무사와 풍어 그리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꿈 중에서 용꿈은 운기상승의 길몽이다. 용꿈 꾸었다고 로또 사는 사람이 있을 만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 60년 만에 돌아온 갑진년은 모두에게 값진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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