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촬영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과거의 시간이 남긴 산물이다. 사진은 흔한 일상에서부터 역사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거제에는 사진으로 거제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거제 모습을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주는 것을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며 늘 새벽이슬과 은하수와 벗하며 살아가는 류정남 작가다. 류 작가의 취미는 거제의 포토존 명소 만들기다. 최근 10년 동안 그가 만들고 소개한 촬영지는 이른바 거제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거제 한컷'은 류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인생 사진 남기기'코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비경을 소개해 새로운 거제의 관광지 및 포토존을 개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거제 한컷'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작가와 거제신문이 함께 만드는 포토스토리텔링 '거제 한 컷'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먼 미래엔 반짝이는 거제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 편집자 주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에서 공곶이로 향했다. 이맘때면 새빨간 동백 융단으로 한껏 멋을 부린 공곶이로 가는 계단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류정남 작가의 발길은 공곶이를 지나쳐 앙상한 나무 사이로 바람이 드나드는 겨울숲에 접어들고 있었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 가는 길. @최대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 가는 길. @최대윤

어디로 가는지 묻자 류 작가는 돌고래를 보러 간다고, 20분이면 충분히 닿는다고 했다. 믿고 싶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동안 경험으로 미뤄 류 작가의 10분은 1시간, 100m는 1㎞일 가능성이 짙었기 때문이었다.

좁은 오솔길 낙엽을 밟아 가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눈이 시리도록 푸른 겨울 바다와 내도와 외도, 해안 절벽이 드문드문 인사를 한다. 깨끗하고 한적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거제의 해안 산책길은 거제가 품은 또다른 보물이다. 

1㎞ 산길을 20여분 만에 도착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이번에도 류 작가의 말에 속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도착지점인 '거제돌고래전망대'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공곶이까지 40분가량 소요된다는 설명을 명확히 새겨놓고 있었다. 

거제돌고래전망대는 거제섬&섬길 7코스 천주교순례길 중 공곶이에서 서이말등대로 가는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제주도와 해남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몇 없는 돌고래전망대로 알려졌다.

전망대에서 돌고래를 보려면 4월과 5월이 적기다. 멸치가 움직이는 4월에서 5월 사이 돌고래 떼가 이곳 앞바다에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맑은 날 돌고래전망대에서는 대마도와 돌고래떼를 함께 감상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대형 고래의 이동경로까지 확인돼 고래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돌고래 관측 시기에 자주 찾는 명소로 알려졌다.

또 돌고래전망대에는 잠수의 달인 천연기념물 제277호 아비(阿比)를 사계절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비는 겨울 바다, 그것도 거제지역에서만 군락을 이루며 사는 철새로 알려졌지만 이곳의 아비는 겨울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머물러 살고 있는데 이날도 돌고래전망대 앞 '샛여' 위에 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돌고래전망대는 가마 모양의 '가매바위' 위에 설치돼 있다. 공곶이와 가매바위 일원은  1868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든 곳으로 한국 천주교 순교 성인으로 시성(諡聖)된 윤봉문 형제와 가족이 숨어 살며 신앙생활을 한 일화가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촬영중인 류정남 사진작가. @최대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촬영중인 류정남 사진작가. @최대윤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예구마을에서 돌고래 전망대로 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산책길이기 때문에 웬만한 일반인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왕복 1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돌고래 전망대에서 사진 촬영도 좋지만 가는 동안 고즈넉한 숲길을 자연스레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돌고래 전망대에서 가장 안정적인 사진은 돌고래 전망대 위 상징 구조물에서의 촬영이다. 안전울타리 너머 멀리 외도의 동도와 서도를 배경으로 담는 것이 포인트다. 돌고래 전망대의 윤슬은 거제의 바다에서도 일품이다, 윤슬 비친 바다와 전망대 아래 가매바위를 배경으로 실루엣 사진 촬영은 대충 찍어도 한 폭의 그림 같다. 돌고래 전망대에는 돌고래와 주변 풍경, 그리고 아비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사용이 공짜다.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공곶이 '거제돌고래전망대'에서. @최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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