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봉 거제YMCA 전 사무총장
문철봉 거제YMCA 전 사무총장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세밑(歲暮), 계묘년 토끼띠의 2023년이 저물고 갑진년 용띠의 2024년 새해가 다가온다. 늘 그렇듯이 이때가 되면 학자들이 한해를 돌아보아 세태를 특징짓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접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것을 챙겨보는 재미가 생겼다. 석학들에게 두루 회람하여 최다 공감을 선정하는 방식도 좋지만 古事(고사)에 비추어 지금의 세태를 풀어내고 빗대어내는 사자성어(四字成語)에 매번 무릎을 치며 공감하기 때문이다.

2023년 올해는 어떻게 결론하고 새해를 어떻게 기대했을까? 찾아보니 올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라 했다.

견리망의(見利忘義)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었다.’ 장자의 산목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신의 이득을 취하느라 앞뒤 옆의 옳고 그름은 상관 않는 세태를 말하는 것이니, 의로움을 잊고 사는 세태, 세상이라 생각하니 참 쓰고 서글프다.

특히 중앙정치판을 망라한 것이니 여의도가 그렇고 용산이 그렇고 강남이 더 그렇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 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의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한 배경이라 했다. 이것은 1315명의 전국대학 교수 중 30.1%(396표)가 선정한 것이다.

2위로 25.5%의 선정 지지를 받은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이다.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을 해 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의 탓,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기만을 한다.”이고, 3위는 24.6%(323표)의 교수가 선정한 남우충수(濫竽充數)다.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이다. 이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의 비유로 “현 정권이 능력이나 준비가 되지 않은 측근 인사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국정이 엉망진창”인 것을 빗댄 것이라 했다.

꼬집는 말이니 좋을 수가 없겠지만 견리망의(見利忘義), 적반하장(賊反荷杖), ‘남우충수(濫竽充數), 셋 다 쓴맛이 돌기는 거기서 거기다. 이 쓴 입속에서 삼켜지지도 않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 같은 것들이 남아 있으니 더 쓰다.

중앙정치라고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지역의 일만 해도 그렇다.

바다를 끼고 있어 외면할래야 할 수 없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고, 지역민원이라던 남부내륙철도 착공이 지연된다 해도 당사자 주민의 의견 수렴과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는커녕 여 야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손가락질만 하고 있고 거제 통영 두 단체장은 선거법에 저촉되어 신뢰를 잃고 있다.

이 중에 대표적인 견리망의(見利忘義) 사건은 지난 12월 14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유죄라고 판결한 거제남부관광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허위·조작한 건이다. 법원은 이 환경평가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법인회사엔 벌금 1000만 원을, 해당 업체 직원 3명에게는 400만~2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더 기가 찰 일은 이 업체가 해온 환경평가가 지난 5년간 160여 개라 한다. 이렇게 허위와 조작된 환경영향평가서로 시행된 사업과 개발인데도 그 누구 하나 책임을 지거나 원상 복구하는 일이 없다.

환경시민단체가 "거짓 환경평가가 일상화된 것은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조사자 수와 장비 등 조사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돈벌이에 눈이 멀어 과도하게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받기 때문이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비롯하여 환경부의 부실한 검토 협의 실태도 문제다"라고 지적한 것이 전부이니 생각할수록 기가 찬다.

그래 제구포신(除舊布新)하자!

‘낡은 것은 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자’고 이를 제언한 서울대 이종묵 교수는 “사람들은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옛사람은 이럴 때일수록 내 마음에 선과 악이 드러나기 전 그 조짐을 살피고, 세상이 맑아질지 혼탁해질지 그 흐름을 미리 살폈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되, 낡은 것의 가치도 다시 생각하고 새것의 폐단도 미리 봐야 한다. 이것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마음이며, 진정한 제구포신의 정신이다.”라고 했다. 10년 전 말이지만 다시 새기며 송구영신(送舊迎新), “아듀 2023 계묘년이여! 2024 갑진년 해피뉴이어!”를, 부정을 긍정으로, 어둠을 밝음으로, 차별을 평등으로, 분쟁과 갈등을 화해와 평화로 희망하고 바꿔 갈 2024년 새해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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