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후보들 ‘가격’ 눈치 작전 속 입찰 마감

업계 “5조원 정도 적절” … 한화 배팅가격 초미 관심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13일 마침내 마감됐다.

인수전 막판에 포스코(005490)와 GS(078930)가 손을 잡으면서 큰 변수로 떠올랐지만 예상대로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기존 예비입찰 대상자 4곳 모두 이번 인수전에 최종까지 참여했다.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이슈는 각 인수 후보기업들이 대우조선해양(042660)인수가격을 얼마로 써냈느냐 하는 것.

한때 최고 8조원까지 예상됐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격은 최근 들어 불어닥친 금융위기 등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반토막이 나버린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인수후보기업들이 당초 예상됐던 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화의 경우, 오너의 인수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만큼 인수금액을 더 높게 써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감까지 가격 ‘오리무중’ 눈치작전

13일 오후 3시로 예정됐던 본입찰 마감 시한까지 각 인수후보 기업들은 다른 경쟁 기업들이 얼마를 써냈을까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M&A에 비가격적인 요소, 즉 대우조선해양을 향후 얼마나 성장시킬 것인가에 비중을 두겠다고 이미 산업은행이 공표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대형 M&A인 만큼 가격적인 요소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것.

인수 후보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당 팀이 가격을 비워둔 입찰지원 서류를 들고 산업은행 근처에 대기했었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종까지 가격부문은 비워뒀고 마지막 순간에 경영진들로부터 최종 가격을 언질 받은 이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본입찰에 응한 기업은 현대중공업(009540). 다른 여타 인수 후보기업과 달리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지 않은데다 인수 파트너도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뿐이어서 의사결정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그만큼 인수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며 “인수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막판까지 치열하게 가격 문제 등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한화, 포스코-GS가 차례로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업계 “인수가, 5조원 정도 적절” 분석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본입찰 제안서 마감 직후 “가격 부문에 대해서는 비밀협약 등이 걸려있어 이야기할 수 없다”며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가격은 인수후보기업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격은 올해 초와 중반만 해도 최대 8조원까지 예상됐었다. 당시 주가가 주당 4만원을 육박하던 시기여서 시가총액에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100% 정도를 감안해 산출된 액수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내 증시는 물론 세계 경기가 눈에 띄게 침체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주당 2만원도 채 되지않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날 종가도 전일대비 9.24% 올랐음에도 불구, 1만9,500원으로 마감했다.

따라서 시가총액도 반토막 난 상황.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약 5조원 정도가 가장 적절한 가격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입장에선 최근의 증시 폭락이 매우 아쉬울 것”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격은 약 5조원 정도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상 M&A의 인수가격은 입찰 직전 가격이 아닌 3개월이나 6개월 시장 평균 가격이 활용된다”며 “인수 후보자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인수 후보기업들에게 일정정도의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 결국 최소한 5조원 이상은 받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일정수준 이하의 가격이 제시될 경우,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유찰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어 최소한의 실리는 챙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마지막 변수는

하지만 이같은 업계의 전망에도 불구 아직도 변수가 남아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가장 큰 변수는 ‘한화가 얼마를 써냈느냐’이다. 한화는 이미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면서부터 오너인 김승연 회장의 인수 의지를 크게 강조했었다. 은행권에서도 김승연 회장의 이런 인수 의지를 높게 평가해 한화와 손을 잡았다는 후문도 들린다.

아울러 이번 인수전 실무자들은 아예 사표를 미리 써두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그만큼 한화에겐 그룹의 사활을 건 인수전인 셈이다.

한화는 최근 이번 인수전의 막판 변수로 작용한 포스코-GS컨소시엄에 대응, 실탄 확보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전제로 대한생명 지분 21.37%를 매각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한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한화가 얼마나 써냈는지에 매우 관심이 높다”면서 “그룹의 사활을 건 만큼 일반적인 전망보다 높은 6조~7조원 가량을 써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24일쯤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이날 최종승자가 될지에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