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남 사진작가와 '거제 한 컷' 찾기61】 거제면 '반곡서원'

사진은 촬영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과거의 시간이 남긴 산물이다. 사진은 흔한 일상에서부터 역사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거제에는 사진으로 거제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거제 모습을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주는 것을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며 늘 새벽이슬과 은하수와 벗하며 살아가는 류정남 작가다. 류 작가의 취미는 거제의 포토존 명소 만들기다. 최근 10년 동안 그가 만들고 소개한 촬영지는 이른바 거제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거제 한컷'은 류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인생 사진 남기기'코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비경을 소개해 새로운 거제의 관광지 및 포토존을 개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거제 한컷'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작가와 거제신문이 함께 만드는 포토스토리텔링 '거제 한 컷'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먼 미래엔 반짝이는 거제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 편집자 주

고즈넉한 반곡서원 툇마루에서 한 컷. @류정남 사진작가
고즈넉한 반곡서원 툇마루에서 한 컷. @류정남 사진작가

분명히 겨울이지만 거제에서 느끼는 이 계절의 정취는 아직 여유롭고 포근하다. 청명한 하늘과 옷깃을 여미게 하는 매서운 해풍이 없었다면 거제의 겨울은 육지의 겨울에 비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온화한 거제의 겨울은 육지에 비해 가벼운 옷차림으로 야외 생활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고 시원한 감귤을 맛보는 겨울의 낭만도 있지만 허공에 하얀 입김을 후후 내뿜으며 가벼운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이 계절이 가진 매력이다. 

한컷을 위해 풍경 하나에 눈과 마음을 둘 수 있는 장소를 고민하다가 계절과 상관없이 고즈넉한 풍경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반곡서원을 찾았다. 

거제의 유일한 서원인 반곡서원은 향교와 함께 유학의 나라 조선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이었다.

고즈넉한 반곡서원 툇마루에서 한 컷. @류정남 사진작가
고즈넉한 반곡서원 툇마루에서 한 컷. @류정남 사진작가

서원과 향교는 오늘날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성균관보다는 낮은 단계의 교육기관이었다. 향교가 공립 중등 교육기관 성격이었다면 서원은 사립 중등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서원은 우리나라는 물론 지역 교육 역사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 곳이다. 특히 서원은 정계에 진출해 있던 사림이나 지방 사림이 자신들의 학문적 우위와 정치적 입장의 강화를 위해 선배 학자들을 기리는 사당의 역할도 함께 했다.

반곡서원은 한때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1868년)'에 따라 철거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1906년 거제 유학자들의 뜻으로 제단과 반곡서원 유허비를 세웠고 1974년 다시 우암사를 비롯한 건물 일부를 중건했다.

지금의 반곡서원은 지난 2013년 5월 사업비 25억원을 들여 우암사·동재·서재·동록당·비각·고직사 등을 복원시켜 새롭게 지은 것이다. 

거제시 거제면에 있는 '반곡서원'.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거제면에 있는 '반곡서원'. @류정남 사진작가

현재 반곡서원에는 묘우(신위를 모신 곳)·대문(외삼문·내삼문·협문)·강당, 동재와 서재·고직사·죽천 등이 복원돼 있다.

중앙의 마루와 양쪽에 작은 방이 위치한 강당은 서원의 여러 행사와 유림의 회합, 학문 강론장소 등으로 사용되던 곳이고 동재는 제원들의 숙소, 서재는 유생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는 장소였다. 고직사는 현재 서원 관리원이 사용하고 있다.

복원된 반곡서원에는 죽천이라는 샘(泉)도 함께 복원됐다. 죽천은 원래 반곡서원에 있던 샘이 아니라 반곡서원 서편 인근, 녹반곡(麓盤谷)에 있던 샘이다.

이 샘은 1689년에서 1694년까지 거제에서 유배 생활을 한 김진규가 마음을 가다듬는 등 수양하며 음용한 샘물로 '죽천(竹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후 자신의 호로 삼은 일화가 서려 있는 곳이다. 

강당 뒤에는 송시열 선생과 5명의 인물을 배향한 우암사가 있고 왼쪽에는 추사 김정희가 군자라 칭송했던 거제의 유학자 동록 정혼성(鄭渾性)을 배향한 동록당이 있다. 

반곡서원에서 한 컷 촬영중인 류정남 사진작가. @최대윤
반곡서원에서 한 컷 촬영중인 류정남 사진작가. @최대윤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보통 고택이나 사찰 등의 목조 건물에서 촬영은 고전미를 앞세운 처마나 툇마루를 배경으로 한 촬영이 많다. 하지만 이번 한컷 촬영에서는 반곡서원의 창과 문에 주목했다. 반곡서원에서 유학을 배우며 드나들었을 옛 선비들의 시선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촬영은 반곡서원 강당으로 이어지는 문과 강당의 뒷 창문을 배경으로 했다. 반곡서원의 창이 액자프레임이 되고 툇마루·기둥·처마가 또 다른 프레임이 돼 모델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첫 번째 프레임은 창으로 고정돼 있지만 두 번째 프레임의 설정은 작가의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정면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이동해 촬영하다 보면 더 다양한 배경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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