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화려한 건물과 넓은 정원으로 유명하다. 밤이 되면 여기서 연회가 자주 열렸다. 그런데 당시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초대받은 귀족들은 개인용 변기를 가지고 갔다. 밤새 술과 음식과 춤으로 놀다 보면 어느 틈에 변기가 차게 되고 그러면 으슥한 화단 아무 데나 버렸다.

아침에 정원사들이 청소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 정원사가 묘안을 냈다. 오물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 '저쪽에 버리세요'라는 팻말로 안내했다. 그 팻말을 '에스띠끼에(Estiquier)'라고 하는데, '에티켓'의 어원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베르사유 궁전에 초대된 사람 중에는 품격 없는 사람도 있었다. 루이 14세의 어머니는 연회에 참석할 귀족들에게 보내는 초대장(티켓)에 궁중에서 지켜야 할 예법을 적어 놓았다. 그 티켓(Ticket)을 어원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법전에 의해 강제되는 행동규칙과 관습적 행동규범이 있다. 이를테면 조선 후기 박지원의 '양반전'에 '(양반은) 비가 와도 뛰지 말고, 손으로 돈을 만지지 말고, 쌀값을 묻지 말고,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말고, 상투를 틀지 않은 채로 밥상에 앉지 말고, 국을 소리 내어 먹지 말고….' 양반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관습적 예절이다. 곧 '양반의 에티켓'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류사회 인사들은 예절의 지극히 사소한 부분까지도 준수하는 것을 특권의식으로 여겼다.

에티켓은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예절이라면, 매너(manner)는 자신의 인격과 품격의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양식이다. 그래서 에티켓은 '있다, 없다'이고, 매너는 '좋다, 나쁘다'로 표현한다.

아이들 방이라도 문이 닫혀 있으면 노크하는 것이 에티켓이고, 노크랍시고 문이 부서지라 쾅쾅 치는 것은 매너가 나쁜 게다. 에티켓은 사람들 사이에 트러블 없이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규범이라면, 매너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가지는 좋을 행동습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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