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기 한국섬진흥원 부원장
박환기 한국섬진흥원 부원장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섬 보유국이다. 예로부터 해상강국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섬의 가치는 영토자원, 해양·수산자원, 레저·관광자원과 같은 ‘기본가치’와 생태문명자원, 인문·문화자원, 미래산업자원 등의 ‘미래가치’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반도국가의 섬 국가는 어디일까요? 바로, 에게해와 맞닿은 그리스와 튀르키예이다. 그곳 섬들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우선 에게해의 섬은 이미 기원전 미노스 문명과 미케네 문명 등 고대 문명의 발상지가 되기도 했다.

또한 그리스 영웅담의 주요 무대였으며 지중해를 사이에 둔 다양한 문명 간의 교류의 통로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섬은 탐라국과 우산국이 독립적인 영토로 인정받으며 각자의 문명이 발전했고, 청해진은 중국, 일본 사이의 중계무역의 요충지였다. 이렇게 볼 때, 두 지역 섬 들은 문명의 기반이자 교류의 중심이 된 지역들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우리 지구에서 섬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으로 많은 섬 들이 수몰 위기에 있으며 섬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이 강제로 떠날 위기에 처해 있다. UN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되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전 지구 지표면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 이상 증가하였으며, 평균 해수면 또한 산업화 이전보다 0.2m 이상 상승했다. 해수면 평균 상승 속도는 21세기에 들어오며 1900년대에 비해 최소 2.85배 이상 빨리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로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 다음 세기에는 3℃가 올라 약 50개 주요 연안 도시가 침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섬 지역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하는 유인섬 현황조사를 살펴보면, 2015년 기준 472개 84만에서 2022년 기준 467개, 82만명으로 약 2%가 감소했다, 이는 전국의 농촌지역 0.17% 감소에 비해 약 10배 이상 인구 감소율을 보이고 있고, 인구감소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22년 기준, 섬 지역의 고령화율은 24.9%로 전국 평균 17.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섬 지역은 교통 접근성의 문제로 인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성 증대, 재해대응력 감소, 산업기반의 쇠퇴,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의 활력은 떨어지고 거주 주민의 삶의 질은 저하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도시지역이 7.1, 농촌지역이 6.7인 것에 비해, 섬 지역은 5.0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삶의 질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그림 1). 

[그림 1] 섬지역 주민의 삶의 질 조사 결과.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자료)
[그림 1] 섬지역 주민의 삶의 질 조사 결과.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자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섬은 그 자체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는 환경적·문화적·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올바르게 개발하고 활용한다면 지역경제의 성장, 등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섬의 가치를 제고하고 잠재력을 극대화 시키는 교통축의 연결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경남도가 추진하고 자 하는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는 경남, 부산, 전남의 남해안 해안선에는 33개의 시·군·구가 위치하고 있고, 또 352개의 유인섬에 약 59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체 유인섬 467개 중 75.3%에 해당하며, 전체 섬 인구 약 82만명의 71.7%에 해당한다.

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남해안 지역의 섬들은 해상 교통에 의존해야만 하고( 이는 날씨와 해상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실례로 여수-거문도 구간의 연간 여객선 결항일은 91일에 이른다. 1년에 3개월은 교통 이동권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동향분석 조사결과에 따르면 관광객의 경우 섬 지역까지 이동하는 교통편에 대한 불편함이 섬 지역 방문을 꺼리게 된다고 한다. 또한 섬 관광 후에 해상 상황의 악화로 인해 결항이 될 경우, 몇 일간 집에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은 더욱 관광객 유입에 어려운 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와 같은 교통축의 구축은 이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먼저, 교통 접근성의 향상은 섬 지역의 경제 활동을 촉진한다. 하이웨이가 구축되면 물류 이동이 원활해지고, 이는 농수산물과 같은 지역 특산품의 유통을 촉진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또한, 하이웨이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와 완공 후 관광 산업의 활성화로 인한 고용기회 증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이웨이 건설을 통한 교통 접근성 향상은 섬 지역의 문화와 관광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섬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특히 남해안 지역에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2022년 기준, 관광지 33개소, 관광단지 10개소, 관광특구 4개소 등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 현황에 대해서는 주요 관광지점수 대비 경남과 전남의 관광객수는 적은 편이고, 관광객 유입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의 구축은 관광객의 유입에 좋은 방안이 될 것이고, 더불어 지역 문화의 보존과 발전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울러, 섬 지역과 육지간의 물리적 연결은 사회적 통합을 증진시키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전체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의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国) 사이의 바다를 세토나이해(瀬戸内海)라고 부르는데. 이곳에는 큰 섬, 작은 섬 포함해 전부 727개의 섬이 있다. 

이중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広島県尾道市)에서 에히메현 이마바리시(愛媛県今治市) 사이에 섬들을 연결하는 도로가 시마나이카이도(しまなみ海道)이다. 총연장 59.4㎞에 7개의 교량을 건설해 섬과 섬 사이를 이어 혼슈에서 시코쿠 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1973년 첫 사업을 시작으로 1999년에 완전 개통했고, 총사업비는 7464억엔이었다.

시마나이카이도(しまなみ海道) 연륙교 현황.
시마나이카이도(しまなみ海道) 연륙교 현황.

연륙교 건설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를 살펴보면, 다리를 연결하기 전의 이마바리시 세토나이 지구의 관광객 수는 80~100만명 정도였으나, 개통된 1999년에는 369만명이 방문해 약 4배 정도의 관광객 증가를 보였다. 

현재는 170~200만명 정도가 매년 아름다운 섬을 찾아오는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어 있다. 또 관광객 수를 토대로 관광소비 증가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시산한 결과, 개통 후 6개월 만에 535억엔의 관광소비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산됐고, 개통 20주년을 맞아 실시한 2019년 조사에서는 연간 경제 효과액이 약 2조4000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리 건설과 같은 교통 인프라의 확충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노르웨이 사례에서도, 그리고 일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구축은 섬 지역의 교통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며, 문화와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는 등 다방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가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 생각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더불어서 2021년 9월에 국토교통부가 국가도로망 계획을 포함한 도로정책의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담은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2021~2030)'을 확정했다. ‘사람, 사회, 경제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다(多)연결 도로’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경제 재도약, 포용, 안전, 혁신성장의 네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미래 10년의 과제를 제시하면서, 전 국토를 동서축, 남북축 각 10개의 도로축으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 속에서 섬 지역은 소외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의 건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재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는 부산에서 여수를 잇는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에 포함되어 11번째의 도로축이 되는 것을 큰 목표로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서 전남 신안군까지 남해안 전역의 섬 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도로축이 완성되어 섬 지역의 접근성이 향상되어 경제적, 사회적 소외감이 해소될 것이며, 이는 섬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거제시 부시장으로 재임 시에 추진했던 남부내륙철도 건선,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거제 연장,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과 연계하고, 현 정부 국가시책인 남해안권 발전종합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드림 로드는 여수~남해~통영~거제~부산으로 이어지는 전체 152㎞ 구간의 섬 연결 해상 도로는 하루빨리 건설되어야 한다.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연륙교 모습.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연륙교 모습.

이렇게 되면 여수시를 기점으로 남해~여수 해저터널 구간을 지나 남해군 창선면까지는 국도 77호선으로 연결한다. 이후 통영시 수우도~사량도~도남동까지는 국도 5호선 기점을 연장한다. 이미 지정된 국도 5호선 미개설 구간인 통영시 한산도~추봉도를 거쳐 거제시 동부면 구간과 이미 개설돼 이용 중인 거가대로를 지나 부산 녹산까지 연결된다.

경남도는 올해부터 통영시 도남동까지 지정돼 있는 국도 5호선 기점을 남해군 창선면까지 43㎞ 연장하는 방안과 가칭 한산대첩교 2.8㎞와 해금강대교 1.0㎞의 건설을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수립 중인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6~2030)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드림로드 중 통영시 도남동과 거제시 동부면을 연결하는 국도5호선 한산대첩교 구간 9㎞는 충분한 사회적 관심과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경남도는 조속한 시행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건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해안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섬 연결 해상교량까지 더하면 도서지역 교통망 확충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확보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서 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에 한국섬진흥원은 섬과 섬, 지역과 지역을 잇는 도로망 구축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스마트 아일랜드 전략을 통한 섬 발전종합계획과 연계한 공간계획의 일환으로 반듯시 실행될 수 있도록 구상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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